전문직 신화가 종말을 고하는 시대
10년 후, 무엇을 하고 있을 것인가
직업의 종말
불확실성의 시대, 일의 미래를 준비하라
전문직 신화가 종말을 고하는 시대
10년 후, 무엇을 하고 있을 것인가
과거 블루칼라 생산직 종사자들만의 문제로 보였던 일자리 부족이 이제는 화이트칼라 전문직 종사자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한때 대학을 졸업해 유망한 전문직에 진입하는 것이 장밋빛 미래를 보장해 줄 것만 같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벌어진 교사 임용 대란에서도 볼 수 있듯, 전문직 역시 미래는커녕 지금 당장의 현실도 녹록치 않다. 이는 비단 교사라는 특정 직종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어느 전문직에서든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대신 미래의 과실을 기대할 수 있었던 옛 영광은 이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지난 세기까지만 해도 개인이 한 직업에 종사할 경우 10년 후 자신의 미래를 예측하고 계획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학자들은 현재의 초등학생들이 본격적으로 직업을 갖게 되는 10~15년 후 개인당 30~40개의 직업에 종사하게 될 수 있다고 전망했는데, 만약 이 예측이 현실화된다면 거의 1년에 한 번 직업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이 주장을 뒷받침하듯,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는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직업이
20년 뒤에는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한마디로 더 이상 ‘직업적 미래’를 꿈꿀 수 없게 되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도 일자리를 얻는 데 급급해하고 있다. 10년 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을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데도 말이다.
학위의 가치가 낮아지고 있다
대학이 아니라 창업가정신에 투자하라
우리는 아직도 ‘명문대학’을 졸업해 ‘안정적인 직업’을 찾겠다는 헛된 희망을 품고 어린 시절부터 답이 없는 무한경쟁에 투신하고 있다. 결과는 참담하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보다 보잘것없는 일에 종사하며 학자금 대출을 갚는 데 시간을 허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만난 대학 졸업생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스물네 살의 랜던 크라이더는 조지아 주립대학을 졸업한 재원이지만, 회사에서 잔심부름 일을 한다. 또 한 사람 메건 파커는 연봉 3만7000달러를 받으면서 그저 회사 접수원으로 일한다. 번 돈은 10만 달러의 학자금 대출을 갚는 데 고스란히 쓰고 있다. 랜던과 메건의 사례는 이례적인 게 아니다. 두 사람의 사연은 향후 20년간 당신의 경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시대적 흐름의 초기 지표가 된다.
2000년에서 2010년까지 전 세계 대학 졸업자 수는 9,000만 명에서 1억 3,000만 명으로 증가했다. 그에 따라 학위의 가치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으며, 미국 대학 졸업자들의 경우 절반 이상이 직장을 구하지 못했거나, 대학 학위가 필요 없는 직종에서 일하고 있다. 이는 비단 미국에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OECD에 따르면, 2016년 한국의 청년 실업률은 10.7%로 미국의 10.4%보다 높았다. IMF 직후인 2000년의 10.8%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게다가 통계청 조사 결과 2017년 7월 현재 구직 포기자가 무려 50만 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에 따라 학자금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급증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전 세계적 현상을 지켜보며 현재의 상황을 한마디로 ‘대학을 졸업해 평범한 직장인이 되는 시대는 끝났다’고 정의한다. 저자는 IBM에서 컨설턴트로 일한 데이브 스노든(Dave Snowden)이 문제 상황 인식과 의사 결정 과정을 구조화한 커네빈 프레임워크(Cynefin framework)을 기준으로 볼 때 지난 세기 동안 주로 단순성 영역(생산직 노동)과 난해성 영역(지식 노동)의 일자리가 급증하면서, 학교 교육을 통해 지식과 자격을 취득하는 일이 곧 일자리로 이어지는 체계가 확립되어 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학위 소지자는 급증하고 있지만, 두 영역에서의 일자리는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대학 졸업자가 엄청나게 늘어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른바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다’는 말로 대변되는 첨단화와 기계화가 인간의 일자리 자체를 빼앗아 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저자는 대신 오늘날 우리가 복잡성 영역과 혼돈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 비즈니스와 일자리 문제에서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단순성과 난해성 영역의 일이 학교 교육 등 일련의 제도적 틀 안에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함으로써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복잡성과 혼돈 영역의 일은 고정된 틀이 있다기보다 창의적이고 창발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저자는 이것이 바로 앙트레프레너십(entrepreneurship), 즉 창업가정신을 구현하는 것과 맞닿아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이제는 무의미한 학위를 따느라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것보다 창업가정신을 구축하고 발휘하는 데 투자하는 게 미래의 일자리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시스템을 따를 것인가
시스템을 창출할 것인가
하지만 저자는 당장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을 하라는 판에 박힌 주장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창업 그 자체가 아니라 ‘창업가정신’을 구현하는 것이다. 기존 시스템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라면, 설령 그것이 외견상으로는 창업이라 하더라도 창업가정신을 구현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이를테면 유명 브랜드의 프랜차이즈 점주가 되는 것을 창업가정신과 연결시키기는 힘들다. 저자는 직업과 창업의 가장 큰 차이가 시스템을 따르느냐, 시스템을 스스로 창출하느냐에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비록 CEO라 하더라도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며 그들의 요구를 무작정 따르는 사람은 창업가정신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없지만, 비록 지금은 어느 기업의 고용인이라 하더라도 장차 자신만의 비즈니스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로 한 걸음 한 걸음 준비해 나가는 사람은 창업가정신을 발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고학력자의 급증, 소프트웨어의 지배가 직장인 혹은 직장을 구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위협이 될지 모르지만, 스스로 비즈니스 시스템을 창출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예전에는 창업을 하려면 당장 직장을 그만두고, 입지 좋은 도심에 사무실을 임대하고, 고가의 갖가지 장비들을 갖춰 놓아야만 했다. 따라서 빠른 시간 내에 사업에서 승부를 봐야 했으며, 만약 실패할 경우 빚더미에 앉아 이를 만회하는 데 수년의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위험부담 없이 적은 비용으로 차근차근 창업을 준비하고 비즈니스 세계에 진입할 방법이 있다. 저자는 이를 ‘단계별 접근(Stair Step)’과 ‘수습생활(Apprenticeship)’ 방식으로 요약한다.
일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인간은 농업경제가 형성된 이래 오랫동안 ‘의무적인’ 노동을 받아들여 왔다. 그리고 비록 비효율적이고 비가치적인 노동이라 하더라도 기꺼이 수용했던 까닭은 그것이 경제적 한계를 극복하게 해 주고 이전 시대보다 더 많은 부를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20세기 초반 도시의 공장 노동을 자처한 사람들은 그것이 가치 있고 즐거운 일이어서 받아들인 게 아니었다. 이전 세대 농업 종사자들보다 더 큰 물질적 풍요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이후 지식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3가지 핵심 가치는 돈(money), 자유(freedom), 의미(meaning)인데, 지금까지 사람들은 주로 물질적 동기인 돈을 얻기 위해 자유와 의미를 제한받거나 포기하는 쪽으로 일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저자는 지금처럼 인간의 근본적인 동기를 추동하는 것이 곧 부로 이어지는 시대는 없었다고 말한다. 즉 일에서 자유와 의미를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물질적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이전 세기만 하더라도 자유와 의미를 좇는 것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인생의 후반기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들을 추구해야만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저자가 만나 본 성공적 창업가들은 하나같이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하고 더 많은 자유와 의미를 얻기 위해 창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 결과 직장인으로 살 때는 꿈도 꾸지 못했던 부를 얻은 것은 물론이고, 더 많은 시간과 자유와 의미를 얻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터넷과 플랫폼 환경으로 대변되는 기술 혁신이 상품 생산 비용의 극적인 감소, 유통 구조의 대중화, 새로운 시장의 창출을 극대화함으로써 이를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기회를 잡는 것은 전적으로 각자의 몫이며, 그에 따른 결과도 스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인다.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채 이전 세기의 패러다임에 따라 직장을 얻는 데 급급해하느냐, 창업가정신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10년 후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는 얘기다.
19세기 미국의 유명한 저널리스트 호러스 그릴리는 한 사설에서 젊은이들에게 도전정신을 촉구하며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워싱턴은 살 만한 곳이 아니다. 집값은 비싸고, 음식은 형편없으며, 먼지는 거북하고, 도덕심은 개탄스럽다. 서부로 가라, 젊은이여. 서부로 가서 이 나라와 함께 성장하라.” 그릴리의 말은 어쩌면 서부 개척 시대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는 지금 불편하고, 불만족스럽고, 그 어떤 면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없는 현실을 개탄하고 있지는 않은가. 혹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나아가 자신만의 놀라운 성취를 이루고 싶지는 않은가. 만약 그렇다면 가만히 주저앉아 있지 말고 일어나 자신만의 서부로 가라. 결국 일의 미래는 스스로 써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