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지 않을 뻔했던 편지 한 통에서 시작된
올리버 색스와 수전 배리, 두 신경과학자의 우정과 지적 모험
세상이 하찮게 여기는 연약한 존재들을 위해 자신의 천재적 재능을 아낌없이 쏟아부은 의사이자 신경학자, 전 세계가 사랑한 ‘의학계의 시인’ 올리버 색스. 그가 남긴 마지막 편지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된 지금 우리 앞에 도착했다. 편지의 수신인은 반평생을 사시이자 입체맹(立體盲)으로 살다가 마흔여덟 살에 처음 세상을 입체로 보게 된 신경생물학자 수전 배리다.
수전은 자신의 눈앞에 새롭게 펼쳐진 3차원 세계의 아름다움에 날마다 넋이 나갈 듯 매료되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 경험을 이해하기 어려웠고, 입체시는 유아기의 특정 시기가 지나면 결코 발달할 수 없다는 것이 의학계의 정설이기도 했다. 그래서 수전은 이 기적 같은 이야기를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하기로 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환자들을 연민할 뿐 아니라 공감하는 의사 올리버 색스라면, 그가 자신의 환자들에게 그랬듯 자신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 줄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서 오랜 망설임 끝에 그에게 편지를 썼다. 답장을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이 한 통의 편지를 시작으로, 두 사람이 올리버가 눈을 감기 직전까지 편지를 주고받으며 우정을 쌓게 되리라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수전이 자기 이야기를 책으로 써서 다른 사시인과 입체맹인을 돕는 작가가 되리라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디어 올리버》는 이렇게 10년간 150통이 넘는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세상을 다르게 보는 법을 가르쳐 준 두 신경과학자의 서간집이자, 이제는 홀로 남겨진 이가 먼저 떠난 이를 추억하고 그리워하며 써 내려간 회고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