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내가 빚의 노예가 된 이유… 이젠 ‘내 탓’만 말고 빚을 부추긴 금융권 책임도 함께 묻자 : 약탈적 금융 사회
  • 39095
  • 2012-09-17 10:34
 
[경향신문] 내가 빚의 노예가 된 이유… 이젠 ‘내 탓’만 말고 빚을 부추긴 금융권 책임도 함께 묻자 : 약탈적 금융 사회

경향신문 백승찬 기자의 서평입니다.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하면 온갖 욕을 먹게 마련이다. 빌릴 때부터 갚을 생각이 없었던 파렴치한은 논외로 친다면, 사람들은 어떻게든 돈을 갚아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다른 곳에서 돈을 빌려 빌린 돈을 갚고, 그렇게 해서 생긴 2차 빚을 갚기 위해 3차 빚을 지곤 한다. 이렇게 빚이 거듭되면 이자는 불어나고, 결국 그는 헤어날 수 없는 빚의 늪에 빠져버린다. 어느 순간 그의 마음에 떠오르는 단어는 ‘포기’다. 이제 채무자는 채권자에 대한 죄의식과 삶을 망쳐버렸다는 절망감에 물들어 버린다.
 
그런데 잠깐 시선을 달리 해보자. 돈을 갚지 못하는 건 오직 돈 빌린 사람의 책임일까. 돈 갚을 능력이 안되는 걸 알면서도 돈을 빌려준 이에겐 책임이 없는가. 월급이 100만원인 이에게 200만원을 선뜻 빌려주는 데에는 어떤 뜻이 숨어있는 걸까. 혹시 돈을 빌리기 위해 맡긴 담보를 차지하려는 속셈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건 일종의 ‘약탈’이라 불러도 좋다.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와 이헌욱 변호사는 “지금의 과도한 빚을 개인의 무책임함으로만 결론지을 수는 없다”며 “이제 ‘약탈자들’에게 책임을 묻자”고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