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요람에서 무덤까지 빚 권하는 사회 : 약탈적 금융 사회
장동석 출판평론가의 서평입니다.
아침나절 휴대폰 진동이 울린다. 반가운 소식이라도 왔을까 싶어 내심 기대하지만 “1000만원 대출이 승인되었습니다”라는 해괴한 문자다. 생면부지의 사람을 믿고 1000만원을 빌려준다니 오히려 반가운 문자라고 해야 할까. 대한민국의 아침을 여는 문자들은 대개 빚 권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어디 휴대폰 문자뿐인가. 곳곳에서 빚을 권한다. 심지어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은 고작 ‘대출 받아 아파트 사라’는 것이었다. 말이 대출이지, 결국 빚이다.
<약탈적 금융 사회>는 가계부채 1000조원, 하우스푸어 150만명 시대, 말 그대로 대한민국의 밑바닥 현실을 조명한다. 빚은 이제 우리 일상을 지배한다. 개인 정보를 장악했고, 시간과 라이프 스타일 등 모든 선택권을 가져가 버렸다. “친절하다 못해 귀찮을 정도로 빚으로 둘러싸인 삶을 예찬하던 금융회사들”이 이제는 돈을 회수하겠노라 얼굴빛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지은이들은 이를 일러 “빚의 교묘한 독재”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