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스 뜨는 여자

레이스 뜨는 여자

저자 : 파스칼 레네 / 역자 : 이재형
분야 : 문학/예술/에세이
출간일 : 2008-09-17
ISBN : 9788960510364
가격 : 9,800원

클로드 고레타 감독 이자벨 위페르 주연의 영화 「La Dentellière」의 원작 소설 문학이 씨줄로, 철학과 사회학 그리고 심리학이 날줄로 얽혀 있는 프랑스 소설의 진수 공쿠르 수상작이자 이자벨 위페르 주연의 영화 「레이스 짜는 여인」의 원작 소설 가벼운 소설에 지친 이들에게 사유의 맛깔스러움과 청량감을 안겨 줄, 아우라 넘···

책소개


클로드 고레타 감독 이자벨 위페르 주연의 영화
「La Dentellière」의 원작 소설



문학이 씨줄로, 철학과 사회학 그리고 심리학이 날줄로 얽혀 있는 프랑스 소설의 진수
공쿠르 수상작이자 이자벨 위페르 주연의 영화 「레이스 짜는 여인」의 원작 소설
가벼운 소설에 지친 이들에게 사유의 맛깔스러움과 청량감을 안겨 줄, 아우라 넘치는 텍스트

『레이스 뜨는 여자』는 프랑스 현대 문학의 걸작으로 꼽힌다. 얀 베르메르의 그림에서 제목을 따온 이 소설은 나오자마자 평단과 독자들의 갈채를 받으며 1975년 공쿠르 상을 거머쥔다. 지금까지 프랑스에서만 150만 부가 넘게 나갔는데, 2000년대에 들어서도 2만 부 안팎씩 꾸준히 팔리고 있다. 세계 주요 언어로 두루 번역된 이 소설은 특히 러시아에서 60만 부가 넘게 팔릴 만큼 인기를 끈다.

『레이스 뜨는 여자』는 연애 소설인가 하면 아주 섬세한 철학 소설이자 사회 소설이고 심리 소설이다. 아울러 이 텍스트는 소통 부재 또는 선택과 배제에 관한 잔혹하고도 아름다운 보고서로 읽히기도 한다. 한 여자와 남자의 만남과 헤어짐이라는 흔해 빠진 이야기로 가면 뒤에 숨겨진 현실 세계의 맨 얼굴을 이토록 생생히 보여 주는 소설은 달리 찾기 어렵다.



이 독특한 소설은 영화로도 성공을 거둔다. 1976년 원작자 파스칼 레네의 시나리오와 클로드 고레타 감독, 이자벨 위페르 주연으로 영화가 만들어지는데, 이 또한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이듬해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다. 이름이 거의 알려진 바 없던 이자벨 위페르는 「레이스 짜는 여인」의 주연을 맡으면서 이윽고 프랑스 대표 배우로 올라선다.

누보로망의 어떤 부분을 나누어 가진 이 소설은 서술 기법이나 형식 측면에서도 그 새로움이 여전히 돋보인다. 68혁명의 소용돌이를 건너온 작가 파스칼 레네의 날카로우면서도 폭넓은 현실 인식과 문제의식이 문학, 나아가 예술 작품으로 맺혔다고 해도 좋을 소설이 바로 이것이다. 가벼운 소설에 지친 사람들에게 권한다.


걸작의 탄생

『레이스 뜨는 여자』는 1974년 프랑스 현대 문학의 산실인 갈리마르에서 첫선을 보인다. 이 소설은 문학이 씨줄로, 철학과 사회학 그리고 심리학이 날줄로 얽힌 독특하고 작품성 높은 텍스트로 처음부터 평단의 눈길을 끈다. 휴가철 바닷가에서 만난 여자와 남자, 서로 끌린 두 사람의 동거, 짧은 밀월, 출신 배경과 성격이 다른 데에서 오는 소통의 어려움, 침묵, 가로놓인 벽, 막막함, 헤어짐, 허허벌판에 홀로 남겨진 여자, 슬픔 그리고 수치심, 그 여자의 거식증과 정신병원 행. 이렇게 스케치하고 나면 어디서 들어 본 듯한 연애 소설의 스토리 라인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고 디테일을 살펴보면 생각이 바뀐다. 이 텍스트에 담긴 인간과 사회에 대한 작가의 통찰과 밀도 높은 문장, 실험성 짙은 내러티브 구조, 그리고 낯선 서술 기법은 이른바 누보로망이 이룬 성과를 이어받는 한편 새롭게 뛰어넘는 것이기도 하다. 『레이스 뜨는 여자』는 현대 문학의 걸작이자 어느덧 고전 반열에 오른 소설이다.


사과와 거식증

여기, 섬세함과 육중함의 통일성 속에 그 나름으로 조화를 이루며 살던 한 여자 아이가 있다. 겉과 속이 둥글고 반들반들한, 그래서 ‘사과’ 곧 ‘뽐므’로 불린 아이. 뒷날, 열여덟 나이 때 순수함과 침묵 속에서 사랑이 삶을 삼켜 버린 여자. 그 사랑 앞에 정신을 놓아 버린 여자. 어찌할 바 없는 해석의 폭력 앞에서 평온함과 감수성, 아름다움이 지워지며 비참한 자아로 떨어진 그 여자 뽐므. 초라한 운명을 타고난, 보잘것없는 집안에서 나고 자란 그 여자 뽐므는 저한테 너무 조금밖에 주지 않는 이 세상에 마침내 아무것도 더 바라지 않기로 마음먹는다. 금 간 벽이나 돌 틈에서 저에게 잘 맞는 흙을 찾아내는 작은 떨기나무와도 같던 그 여자가 문득 삶에서 고개를 돌려 버리는 것이다. 신경성 식욕 부진 곧 거식증은 그 단절 의지가, 이해할 길 없는 세상과 저를 따로 떼어 놓으려는 의지가 몸의 증상으로 나타난 결과다. 『레이스 뜨는 여자』는 아무 잘못 없이 버림받고 마는 한 여자가 걸어온 삶의 길을 통해 성과 출신 배경 그리고 계급의 차이에서 싹트는 현실 사회의 모순과 비극을 되돌아보게 하는 소설이다. 세계의 비참!


사람과 사람 사이

다른 사람에게 자아를 바치려는 ‘흔해 빠진 여자’는 잠자기 전에 불 끄는 것을 잊는 남자의 수만큼이나 드물다. 흔한 것은 그 여자를 ‘흔해 빠진 여자’라고 여기는 해석의 오류다. 우연히 만난 처녀를 남자가 ‘흔해 빠진 여자’로 묶을 때 그 여자는 끝내 남자의 이방, 바깥에 머물 수밖에 없을 터. 이런 상황을 불러오는 것 가운데 하나가 소통 부재 또는 불가다. 때로는 침묵이 소통을 가로막기도 한다. 더 심각한 것은 일방성이다. 고문서학교 학생인 에므리는 미용실 보조인 뽐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남자는 줄곧 제 관념과 추상의 그물을 덧씌워 여자를 바라본다. 여자는 일과 사물의 세계에 속해 있건만, 남자는 거듭 그 여자를 거기서 데리고 나오려 한다. 에므리와 이 세상의 일방성은 심지어 뽐므를 식민화하려는 양상마저 띤다. 소통이란 쌍방향을 전제로 하는 법이거늘…. 이런 해석의 오류와 일방성은 어느덧 폭력을 거느리게 되고, 가냘프기 짝이 없는 존재 뽐므는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른 채 깊은 상처, 치명상을 입는 것이다.


혁명은 흘러가고

파스칼 레네는 프랑스 68혁명의 소용돌이를 건너온 작가다. 그의 현실 인식은 이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 “금지를 금지하라!”고 외치던 1968년 5월의 변혁 운동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68혁명을 하나의 이념과 기획으로 묶기는 어려울 터. 정치 측면에서는 실패 판정을 받기 일쑤이되, 성 자유와 마약 그리고 페미니즘의 확산은 그 운동의 커다란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레네가 눈여겨본 지점 가운데 하나가 사회 속 여성의 위상인 것은 이런 맥락에서 파악될 법하다. 작가일 뿐 아니라 교육자이자 사회학자로서 그가 주목한 또 한 가지는 소통의 문제다. 그의 초기 소설 주제는 이 두 가지가 빚어내는 자장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주제가 하나로 어우러진 소설 텍스트가 바로 그의 대표작인 『레이스 뜨는 여자』다. 작가 레네가 관념의 고치에서 나와 현실 사회에 눈길을 돌린 68혁명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보여 주는 문제의식은 어떤 내용과 형식으로든 기성 질서와 지배 체제를 비판하는 출발점이자 베이스캠프가 되는 셈이다.


영화 「레이스 짜는 여인」

『레이스 뜨는 여자』를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는 우리나라 공중파에서 두 번에 걸쳐 방송된 바 있다. 2007년에 하이퍼텍 나다에서 시네 프랑스 기획으로 ‘이자벨 위페르 특별전’이 열리는데, 이때 스크린에 걸린 10편 가운데 가장 차분하면서도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이 이 영화다. 「레이스 짜는 여인」은 원작 소설만큼이나 대사가 드물고 음악도 거의 쓰지 않는다. 스타일이 간결하고 온갖 요소가 절제되어 있다. 조용하다. 관객의 감정을 이끌어 내려는 무리한 시도가 끼어들 틈이 없다. 영화의 주제는 인물들의 사소한 행동과 몇 마디 말, 스쳐 지나가는 에피소드에 틈틈이 묻어나다가 마지막 시퀀스에 이르러 모아진다. 이 영화는 레이스 뜨던 여자가 고개를 돌려 카메라 정면, 관객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끝난다. 아무것도 안 보는 것도 같고, 모든 걸 다 보는 것도 같은 그 눈길. “조용하고 느린 영화다. 마지막 장면, 레이스 뜨는 여자의 그 텅 빈 눈길을 잊을 수 없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어느 블로거가 올린 영화평 대목이다. ‘레이스 뜨는 여자’는 소설이든 영화든 보고 나면 그 아픔 또는 슬픔의 여운이 아주 오래간다.


<추천사 >

슬퍼하지 말아요, 뽐므
레이스를 떠 본 사람은 안다. 실끼리 서로 몸을 나누어, 마침내 그 실보다 더 섬세한 무늬가 되는 것을. 삶은 때로 환희와 격정으로 빛날지언정, 통째로 보면 슬픔이기 일쑤다. 무늬 저편에 있는 소망, 순수, 아직 세상에 아무것도 바라지 않던 때의 무구함……. 그 모든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여기, 사과처럼 둥글고 매끈한 뽐므. 그 여자는 이해되지 않는 세상의 벌판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다시 책의 첫 장을 펼쳐 글과 글 사이를 더듬는다. 그러면서 속삭인다. 슬퍼하지 말아요, 뽐므. 당신은 아무 잘못이 없어요……. 그런데 무슨 일인가. 그 여자에게 하려던 말이 뜻밖에 나 자신에게 돌아와서 다시 가슴이 먹먹해지니.
김인숙 _ 소설가


가벼운 소설에 지친 이들에게 권한다
이 드물게 섬세한 연애 소설이자 사회 소설이며 철학 소설인 『레이스 뜨는 여자』는 선택과 배제의 오류에 대한 관찰을 보여 준다. 더 또렷하게 말하면, 선택과 배제에 대한 심리적 고찰과 철학적 탐색을 소설 텍스트에 담고 있다. 작가는 정교하게 짠 레이스처럼 속이 비치는 세공품 그 자체인 한 여자가 가난이나 천직 때문이 아니라 어떻게 해석의 폭력으로 말미암아 비참한 자아로 떨어지는지, 해석의 폭력이 어떻게 한 여자의 현전이 감춘 감수성, 아름다움, 평온함 따위를 지워 버리는지 묘사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가벼운 소설에 지친 독자들에게 사유의 맛깔스러움과 청량감을 안겨 줄, 아우라 넘치는 소설이다.
장석주 _ 시인, 문학평론가


잊지 못할 영화의 라스트 신처럼 여운이 오래간다
소설이든 영화든, 어떤 하나의 이미지가 가슴에 남아 실재와 거듭 소통하는 작품이 있다. 내게는 『레이스 뜨는 여자』가 그렇다. 성과 신분과 부의 차이에서 싹트는 현실 세계의 폭력성을 이 소설은 다시 돌아보게 한다. 그 앞에서 젊은 날의 사랑은 얼마나 연약한 것이던가. 뽐므……. 순수와 침묵 속에 놓인 채, 사랑이 삶을 삼켜 버린 여자. 그 사랑 앞에 정신을 놓아 버린 여자. 고레타 감독 영화의 잊지 못할 라스트 신과 마찬가지로 원작 소설의 여운 또한 아주 오래간다. 때와 곳을 넘어서 우리가 맞닥뜨리곤 하는 모순을, 아픔을, 비극을 처연하고도 아름답게 그려 낸 수작이다.
김문영 _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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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역자소개

저자 : 파스칼 레네

Pascal Lainé
1942년 프랑스 아네에서 태어나 생 클루의 고등사범학교에서 철학 공부를 하고 지방에 있는 한 이공계 고등학교의 교사가 된다. 거기서 그는 68혁명의 기운을 전하며 학생들이 저희를 잘 인식하고 표현할 수 있게 하는 교육을 실천하지만, 관료들의 몰이해에 부딪쳐 좌절한다. 그 뒤 루이 르 그랑 고등학교를 거쳐 파리8대학교에서 사회학을 가르친다. 그는 작가일 뿐 아니라 교육자이자 사회학자이고 철학자이기도 하다.

초기 소설로 『바라바로서의 B.』와 『반혁명』이 있으며, 대표작이자 1975년 공쿠르 수상작인 『레이스 뜨는 여자』는 그의 세 번째 소설이다. 이 밖의 주요 소설 작품으로 『절대의 잔 또는 정조의 우연』(1984) 『길 잃은 여인들』(1994) 『거리의 꽃』(1996) 『에펠탑의 미스터리』(2005)가 있다. 『여성과 그 이미지』는 『레이스 뜨는 여자』와 거의 같은 시기에 나온 그의 사회학 연구서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과 생동감 넘치는 언어 실험적인 서술 기법을 특징으로 하는 그의 소설은 오늘의 문학계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역자 : 이재형

한국외대와 그 대학원에서 불어를 전공하고 상명대, 강원대, 한국외대 강사를 지냈다. 현재 지중해 연안 몽펠리에에 머물면서 불어 전문 번역가이자 출판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어린 나그네』, 『눈 이야기』, 『세월의 거품』, 『간디와 마틴 루터 킹에게서 배우는 비폭력』, 『카사노바의 스페인 기행』, 『프로이트』, 『세 의사』, 『황새』, 『신성한 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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