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브런치

클래식 브런치

원전을 곁들인 맛있는 인문학

저자 : 정시몬
분야 : 인문/교양
출간일 : 2019-02-26
ISBN : 9788960516984
가격 : 18,000원

클래식 음악은 맛깔 나는 브런치다! 클래식 음악을 듣는 데 대단한 사전 준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교향곡과 협주곡의 정의는 무엇인지, 현악 사중주의 악기 구성이 어떤 것인지를 자세히 알지 못하더라도 바흐나 모차르트의 음악에 매혹되는 일은 인간으로서의 즉자적인 반응에 가깝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클래식 감상이란 별다른 내적 성찰이나 정서의 함양 없이···

책소개

원전을 곁들인 맛있는 인문학

클래식 음악은 맛깔 나는 브런치다!

클래식 음악을 듣는 데 대단한 사전 준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교향곡과 협주곡의 정의는 무엇인지, 현악 사중주의 악기 구성이 어떤 것인지를 자세히 알지 못하더라도 바흐나 모차르트의 음악에 매혹되는 일은 인간으로서의 즉자적인 반응에 가깝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클래식 감상이란 별다른 내적 성찰이나 정서의 함양 없이 바쁘게 흘러가기 쉬운 우리의 일상 속에 여유와 격조를 제공할 수 있는 맛깔 나는 브런치같은 것이다. 그럼에도 보통 사람들은 정반대로 클래식 음악을 무거운 디너(dinner)’처럼 생각한다. 주요 이론과 음악 사조를 다 알고 있어야 비로소 맛볼 수 있는 정찬처럼 여긴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더욱 클래식 음악에서 멀어진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의 음표들 사이에는 바로 그 음악을 만든 작곡가들의 삶과 고뇌, 분투의 기억 역시 깃들어 있다. 저자는 그들이, 자기가 원하는 바를 얻어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음악의 장인’(바흐), 탁월한 기업가 정신을 보여 준 벤처 음악가’(헨델), 널리 알려진 괴팍한 이미지와 달리 놀라울 만큼 정상적인 인격의 소유자’(모차르트), 삶의 소소한 재미를 즐기고 탐닉할 줄 알았던 반전남’(베토벤)이라고 말한다.

그의 삶이 극적이고 영웅적이다 보니 우리는 베토벤 역시 한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종종 잊곤 한다. 베토벤의 일생이 오직 운명과의 대결로만 점철된 것은 아니다. 그 또한 삶의 소소한 재미를 즐기고 탐닉할 줄 알았다. () 그가 언제나 듣는 이를 압도하는 힘 있는 곡만을 쓴 것은 아니었다. 음악에서도 베토벤의 반전은 있었다. 만약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이 베토벤의 음악에 지레 겁을 먹는 사람이라면, 여기서 권하는 부드럽고 따뜻하고 서정적인 베토벤의 작품을 시작으로 베토벤 입문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본문 219~220)

위대한 클래식 작곡가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는 일은, 그들이 한 음표 한 음표씩 심혈을 기울여 이룩해 낸 걸작들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정보와 단서를 발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우선 음악의 에 집중하라

이 책에서 다루는 클래식 음악, 즉 고전 음악이란 대략 17세기부터 약 300년간에 걸쳐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작곡가들이 창조한 음악을 가리킨다. 음악 사조로 보면 바로크 시대(비발디, 바흐, 헨델)를 시작으로 고전주의(모차르트, 하이든, 베토벤), 낭만주의(슈베르트, 멘델스존, 쇼팽, 요한 슈트라우스, 브람스, 파가니니, 리스트, 베를리오즈, 베르디, 바그너 등), 전환기의 클래식(차이콥스키, 라흐마니노프, 스트라빈스키, 번스타인 등)으로 이어진다. 사실 300년은 넓게 잡은 것이고, 가장 폭발적으로 클래식 음악의 걸작들이 쏟아져 나온 시기는 1700년부터 1900년 사이의 200년이라고 볼 수 있다. 클래식 음악은 인류 역사에서 이 두 세기 동안 있었던 특정한 문화 현상이다.

저자는 이 시대를 살아간 위대한 작곡가들의 음악을 한 명의 감상자로서 살펴본다. 음악을 전공하지도 이 분야의 널리 알려진 전문가이지도 않은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것도 오랜 시간 클래식 음악을 즐긴 감상자로서 가진 자격덕분이다. 저자는 클래식 음악은 아무나 감상할 수 없는 어려운 음악이라는 선입견을 안타까워하며 어찌 보면 아주 당연하고 간단한 해결책을 제안한다. 그저 마음이 끌리는 음악을 편한 자세로 감상해보라는 것이다. 후대 평론가 혹은 음악 애호가들의 해설이나 감상을 일단 뒤로하고 한 곡 한 곡 듣다 보면 어느새 마음에 와 닿는, 나아가 생활의 격랑 속에서 한 발 벗어나 잠시 숨을 고를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귀띔한다.

내가 종종 듣는 샌프란시스코 FM 라디오 클래식 음악 채널의 한 프로그램은 ‘The Island of Sanity’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우리말로 하면 온전한 정신의 섬이라고 할까? 다시 말해 클래식 음악은 정신없는, 혹은 정신 나간 듯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휴식처, 안식처라는 메시지다. 물론 음악 몇 곡 듣는다고 당면한 고민이나 문제가 저절로 해결될 리는 없지만, 분명 클래식 음악 감상은 우리에게 아름다움, 균형, 섬세함, 정교함 등에 대한 감각과 인식을 일깨워 혼란과 혼동의 현실 너머에 있는 가치와 이상, 그리고 그 가능성을 감지하고 명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갈수록 사는 게 쉽지 않은 세상이지만, 그럴수록 생활의 격랑 속에서 한 발 벗어나 잠시 숨을 고를 기회를 가지는 것도 중요할 듯하다. (본문 5~6)

 

클래식은 과거가 아닌 현재진행형이다

클래식 음악의 시작을 알리는 바로크 음악은 낡고 오래된, 그래서 특별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만이 듣는 음악이 아니다. 바로크의 힘은 여전하며 오늘날에도 음악가들에게 영감과 아이디어를 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20세기 중반 남미 음악가 빌라 로보스가 쓴 <브라질풍의 바흐>, 영국 작곡가 벤저민 브리튼이 헨리 퍼셀의 주제를 가져다 확장시킨 <젊은이들을 위한 관현악 입문> 등은 이미 그 자체로 클래식이 된 지 오래다. 바로크 음악이 얼마나 멋질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최근 사례로는 영국 가수 데이비드 보위가 등장하는 루이뷔통 광고를 들 수 있다. 이 광고의 하이라이트는 보위가 하프시코드를 연주하며 바로크풍이 물씬 풍기는 <아이드 래더 비 하이I’d Rather Be High>를 부르는 장면이다. 이렇듯 바로크 음악은 역사책이나 박물관에 모셔 두기에는, 또 전문 음악가들과 소수의 마니아들만 즐기도록 두기에는 아까운 예술이다. (109)

바로크 음악의 뒤를 이은 고전주의 음악도 마찬가지로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밀착되어 있다. 저자는 단 하루 동안 모차르트의 음악을 네 번이나 접한 적이 있다고 말한다. 공연을 보러 간 것도, 음반을 틀었던 것도 아니며, 그저 집에서 몇 시간 TV를 켜놓고 있었을 뿐인데 영화와 연속극, 광고 등에서 모차르트의 음악이 계속 흘러나왔다는 것이다. 온종일 TV를 보고 있었더라면 더 많은 모차르트의 음악을 접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612, 유니버설 뮤직 그룹은 모차르트 서거 225주년을 기념해 그해 10월 말에 내놓은 500달러 상당에 CD 200개 묶음의 세트가 불과 2개월 만에 6,250세트, 개수로는 장장 120만 장 이상이 팔렸다고 발표했다. 모차르트 사후 2세기가 넘어서도 그의 음악이 여전히 보편적인 힘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임에 틀림없다. (115~116)

놀랍게도 비발디가 타계한 뒤 서구 문명은 2세기 가까이 그의 음악을 거의, 아니 전혀 알지 못했다. 생전에 이미 퇴물 취급을 받기 시작하던 비발디의 음악은 그의 죽음과 동시에 베네치아 대중의 기억에서 빠르게 사라졌고, 비발디는 그런 바이올리니스트도 있었다는데…라며 유럽의 몇몇 음악가와 평론가가 지나가다 언급하는 정도를 제외하면 사실상 잊힌 인물이었다. 심지어 오늘날 바로크 음악의 ABC처럼 되어 있는 <사계><화성의 영감>조차도 20세기 초까지 거의 연주된 적이 없었다. 평론가들이 흔히 비발디 르네상스라고 부르는 현상은 20세기 중엽인 1950년대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본문 31~32)

비발디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클래식 음악은 고정된 과거가 아니라 현재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음악이며 따라서 당대를 살아가는 감상자들의 반응과 정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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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역자소개

저자 : 정시몬

딱히 장르를 가리지 않고 새로운 책을 기획, 집필하거나 좋은 책을 소개하고 번역하는 것을 좋아한다. 저서로는 인문학 브런치 시리즈인 『세계사 브런치』, 『철학 브런치』 외에 변호사 친구와 함께 써 호평을 받은 법률 교양서 시리즈 『미국을 발칵 뒤집은 판결 31』, 『세계를 발칵 뒤집은 판결 31』 등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책만 읽다가 결국 음치나 박치보다 더 대책 없는 간서치(看書癡)가 되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나이가 좀 들어서도 늘 어디 한적한 곳에서 책이나 실컷 읽고 글도 쓰고 음악도 들으며 유유자적 사는 것이 꿈이었다. 하지만 비정한 현실은 희망 사항과는 달리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 미국에서 학업을 마친 뒤에는 팔자에도 없던 공인 회계사(Certified Public Accountant) 및 공인 법회계사(Certified Fraud Examiner) 자격을 취득하여 기업 회계 감사, 경영 진단, 지식 재산 관리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했다. 하기야 회계장부도 영어로는 ‘books’라고 쓰니까 좋아하던 책(books)과의 인연은 어쨌거나 계속 이어진 셈이랄까. 그러던 어느 해 한국에 출장을 나왔다가 우연히 지인을 통해 출판사를 소개받아 진짜 ‘북스’ 몇 권을 출간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쓰고 싶은 책은 많은데 요즘 여유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고민이다. Southern Illinois University Carbondale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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