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음주 후에 왜 라면이 더 당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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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20 11:08
 

[따끈따끈 새책] ‘라멘이 과학이라면’…미식 호기심에 지적 허기까지 채워주는 한 그릇의 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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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생산되는 인스턴트 라멘(라면)은 약 56억 개고 전 세계에서 1년간 소비되는 수는 약 977억 개다.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은 한 해 동안 약 75개 라면을 먹어 2위 인도네시아(50개)를 단숨에 제치고 최대 소비량을 자랑한다.
 
맛있어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어서 같은 여러 이유들로 접하는 라멘은 소비량만큼 궁금증도 적지 않다. 도대체 라면은 왜 맛있을까부터 화학조미료를 이용한 라멘은 몸에 해로울까 등 과학적 접근을 통한 해결의 실마리를 얻고 싶은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저자는 일본의 유명 라멘 가게들과 박물관, 제조회사를 찾아다니며 비법과 현상을 들여다봤고 맛의 비밀을 풀기 위해 물리학, 식물학, 재료공학, 뇌신경학 등 과학을 이용했다.

라면 국물 맛을 결정하는 건 제5의 미각인 감칠맛이다. 저자는 “라멘의 국물은 다양한 재료를 조합해 최대한의 감칠맛을 내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신맛과 쓴맛을 몸에서 쉽게 받아내지 못하는 대신, 단맛과 감칠맛을 기분 좋게 받아들이는 것은 단백질이 우리 몸에 수용된다는 신호다.

특히 감칠맛을 내는 성분인 글루탐산은 우리 몸의 필수영양소인 단백질에 많이 함유돼 있다. 감칠맛을 비롯해 좋은 맛을 선호하고 나쁜 맛을 거부하는 행위는 우리 생존과 직결된 무의식적 작용인 셈이다. 

적절한 감칠맛으로 좋은 국물을 만들었다면 국물과 최적의 조합을 이룰 면은 어떻게 익혀야 할까. 가령 1분 동안 삶아야 할 면을 30초로 덜 익히면 그 면은 국물을 깊이 빨아들인다. 대신 면에 함유된 간스이(탄산나트륨 등을 주성분으로 하는 원료)나 보존료 같은 첨가물이 나온다.

꼬들꼬들 면은 국물 맛이 잘 배어 맛있을지 몰라도 첨가물에 의해 맛은 변질하기 쉽다. 면을 충분히 삶으면 국물 맛은 변하지 않지만 국물도 잘 배지 않는다. 결론은 취향과 기호에 따라 선택.

수많은 인생 라멘 중 가장 맛난 것으로 꼽는 경우가 술 마신 후 찾는 라멘이다. 왜 술을 마시면 라멘이 더 당기는 걸까. 

우리 몸은 알코올을 분해하는 순간, NADH라는 물질이 생성된다. 이는 간과 창자가 당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원료인 피루빈산을 락트산으로 바꾼다. 술을 마시면 우리 몸은 필요한 만큼 당을 만들지 못해 아이스크림 같은 단것이나 라멘 등 탄수화물을 원한다. 게다가 술의 이뇨작용으로 갈증도 유발한다. 

음주 후 라멘의 유혹이 커지는 이유다. 혹시 악영향을 고려해 라면을 대체할 음식을 찾는다면 당분과 염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스포츠음료를 마시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라멘이 화학조미료 덩어리라는 사실 때문에 쳐다보지도 않는 이들도 있다. 결론적으로 이 조미료는 안전하다. 하지만 이 조미료로 저렴하면서 맛있는 라멘을 만들 수는 있어도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받을 가능성은 적다. 라멘을 먹을 때 채소나 견과류를 곁들여 칼슘, 마그네슘, 비타민 등을 보충하는 정성이 필요하다. 

저자는 일본인과 한국인의 '면치기'(면을 입에 넣은 뒤 빨아들이듯 먹는 방법)를 통해 내는 소리에서 문화적 특성도 파악했다. 

일본전기통신대 사카모투 교수가 개발한 인공지능의 ‘맛 표현 언어 평가 시스템’에 따르면 일본인이 내는 ‘즈루즈루’는 약간 어둡고 차가우며 불안하지만 목 넘김이 좋은 인상을 주는 반면, 한국인의 ‘후루룩’은 밝고 따뜻한 느낌을 줘 더 맛있는 표현에 가까웠다.

저자는 “라멘 한 그릇을 먹는 과정은 모르핀이나 헤로인이 우리 뇌에 작용하는 과정과 유사해 일종의 마약 같은 느낌을 준다”며 “한 그릇을 비운 소소한 즐거움에서 소중한 행복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_ 김고금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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