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과 권력

달력과 권력

저자 : 이정모
분야 : 인문/교양
출간일 : 2000-12-27
ISBN : 9788985989343
가격 : 8,500원

당신이 사용하는 연도와 날짜는 과연 올바른가? 미시사(微時史)든 통사(通史)든, 정치사든 생활사든 우리는 역사를 접할 때 연도와 날짜를 중심으로 파악한다. 시대적 흐름이라는 것도 기실은 그 속에서 만들어진다. 헤겔(Hegel)의 '시대 정신'과 같은 극도로 추상화되고 고도로 관념화된 개념조차도 연도와 날짜에 기반한 역사적 사실(事實)이···

책소개


당신이 사용하는 연도와 날짜는 과연 올바른가?

미시사(微時史)든 통사(通史)든, 정치사든 생활사든 우리는 역사를 접할 때 연도와 날짜를 중심으로 파악한다. 시대적 흐름이라는 것도 기실은 그 속에서 만들어진다. 헤겔(Hegel)의 '시대 정신'과 같은 극도로 추상화되고 고도로 관념화된 개념조차도 연도와 날짜에 기반한 역사적 사실(事實)이 없었다면 그 탄생조차 의문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 연도와 날짜가 올바른 것일까? "달력과 권력"에 따르면 우리가 생활 속에서 빈번히 사용하고 또 역사적 사실의 기초 자료로 언급되는 연도와 날짜의 문제가 시대적 흐름 자체를 부정할 만큼 전후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그 전제 및 도입부에는 오류의 가능성이 높다.
 


그 단적인 예로서 제시되는 것이 연도의 문제이다. 지금이 과연 21세기의 시작이 맞느냐는 것이다. 이 질문은 대단히 설득력 있다. 현대의 우리가 다른 무엇보다 숭배해마지 않는 '과학적 분석'을 토대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상에서 사라진 '열흘'이라는 시간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그레고리우스력(曆)은 16세기에 도입되었다. 그런데 그 도입과 함께 나라마다 시차는 있지만 열흘 내외의 시간이 역사에서 사라졌다. 로마의 경우는 1582년 10월 5일 다음날은 10월 14일이 되었다. 도대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왜 일어난 것일까?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레고리우스력 이전에 사용하던 율리우스력에는 1년에 11분 42초의 오차가 발생했다. 그리고 그 오차는 계속 누적되어 16세기에 접어들면서는 달력상의 춘분과 천문학적인 춘분에 열흘이라는 엄청난 차이가 생기게 되었다.

그레고리우스력을 그레고리우스 개혁 달력이라고도 표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구의 자전을 하루, 지구의 공전을 1년으로 삼은 역법(曆法) 규정과 천문학적 관찰상의 차이를 수정한 것은 물론 이후에도 이같은 차이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까다로운 윤년 규정(4년에 하루를 추가하되, 1700년, 1800년과 같이 100년으로 나누어지는 해에는 하루를 추가하지 않고, 2000년과 같이 400으로 나누어지는 해에는 원래대로 하루를 추가한다)을 두어 우리의 역법이 제자리를 찾도록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레고리우스력의 도입과 함께 사라진 열흘에 있다. 이전의 역법과 비교해 계산해 보면 당시 달력상의 춘분과 천문학상의 춘분에는 12.69일의 차이가 있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열흘만 없애고도 달력상의 춘분과 천문학상의 춘분이 일치하게 됐다. 과연 이게 어찌 된 일일까. 물론 그와 관련된 가설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천문학적 관찰이나 수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현대의 건강한 상식에 입각해 보면 역사의 신빙성 자체에 의심의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지금은 2000년이 아닌 1593년에서 1718년 사이의 어느 해이다?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일까. 계산해 보면 답이 나온다. 그레고리우스력의 도입 때 열흘을 제한 것으로 보아 당시 생긴 날짜의 오차는 최소 9.51일에서 최대 10.49일이다. 이전의 역법과 비교해 계산한 12.69일과는 최소 2.20일에서 최대 3.18일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율리우스력의 오차는 1년에 0.00780121일이다. 따라서 대략 282년(2.20 / 0.00780121)에서 407년(3.18 / 0.00780121)의 오차가 역사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고, 그것을 현대에 적용하면 지금은 2000년이 아닌 1593년에서 1718년 사이의 어느 해일 수 있다는 답이 나온다.

만일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우리는 많은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우선 그 많은 종말론의 진위를 아직은 판가름할 때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노스트라다무스가 말한 종말의 해는 아직 최소 200년 최대 400년 정도 남은 셈이기 때문이다. 또 기독교에서 말하는 최후의 심판과 관련된 이야기도 '신앙'의 문제 내지는 설교상의 '비유'라고 도외시하기도 어렵게 된다.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일을 미리 재단하는 우(愚)를 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레고리우스의 달력 개혁은 '최후의 심판' 때문

'달력'이 이런 다소 형이상학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하는 학구적·과학적 논의의 대상인 것만은 아니다. <달력과 권력>에 따르면 때로는 적지 않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곤 하였다.

그레고리우스력의 도입 과정이 그렇다. 그레고리우스력은 도입 이후 가톨릭 국가들에 보급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개신교 국가들에서는 엄청난 저항에 부딪쳤다. 개신교도들을 중심으로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의 주도로 도입된 새 달력을 비난하는 온갖 종류의 문건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에는 가난한 농부의 인생에서 열흘을 훔쳐간 데 대한 분노는 물론 언제 다시 길을 떠나야 할지 몰라 혼란에 빠진 떠돌이 일꾼들의 한탄과 "교황은 최후 심판의 날이 곧 올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달력을 고쳤다. 그는 새로운 달력으로 그리스도를 헷갈리게 하고 있다. 이제 그리스도는 언제 최후의 심판을 해야 할지 모르게 되었으며, 이로써 교황은 간악한 행위를 계속 할 수 있게 되었다"(<교황의 새로운 달력에 대한 두 마이센 농부의 짧은 대담> 1584년 독일)는 다소 '시사적인' 해석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가 담겨 있었다.


200년에 걸친 달력을 둘러싼 갈등과 혼선

사회적으로도 혼선이 거듭됐다. 지역별로 두 개의 달력이 동시에 사용되면서 일상 생활은 물론 국제 무역에서 혼란이 일어났다. 서로 날짜가 달랐기 때문이다. 가톨릭교도와 개신교도가 섞여서 사는 지역에서는 '희한한' 일도 종종 벌어졌다. 가톨릭 가정에서는 수난절(受難節)이 시작되었는데 개신교도들은 사육제(謝肉祭)를 즐기고 있는가 하면, 개신교도들은 부활절을 앞두고 금식을 하고 있는데, 가톨릭 교도들은 성당에서 기쁜 마음으로 부활절 예배를 드리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현상은 근 200년에 걸쳐 계속됐다. 그 동안 '달력에 관한 한' 사회적 관습과 이데올로기의 힘 앞에서 과학적 합리성은 논외나 다름없었다. 그것은 프랑스 혁명 달력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왕의 즉위에 따라 연호를 붙이는 방식과 같이 그리스도의 탄생에 따라 햇수를 세는 것 역시 이성적이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 아닌가? 모든 도량형을 10진법을 기초로 통일하였는데 시간에는 도입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왜 우리의 축제가 200년 전 교황 그레고리우스가 내린 칙령에 따라서 정해져야 하는가? 새로운 시민 권력은 완전히 새롭고 현대적인 그리고 과학적 현상과 걸맞은 달력을 만들어야 한다"며 10진법에 입각한 새 달력을 만들어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7일에 하루씩 놀던 것이 10일에 한 번으로 준 데 대한 민중들의 반발에서 대외 교역상의 애로 등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한 때문이었다.

그러니 보다 불순한 동기에서 출발한 파쇼 달력(이탈리아 무솔로니가 개인적 위업을 과시하기 위해 제정), 소비에트 달력(스탈린이 경제적 목적에서 제정)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사라진 것 정도는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소박한 집필 동기의 거창한 결과

이처럼 <달력과 권력>은 '달력'을 소재로 한 과학사이자 '달력과 권력' 사이의 갈등과 봉합 과정을 그린 사회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초 저자의 집필 동기는 단순했다.

서문에 적혀 있듯 어느 날 잡지 퀴즈를 풀다 시작된 이 집필 작업은 "도대체 우리는 왜 달력이 필요한가? 그것도 매년 새것으로. 우리 스케줄이 해마다 일정하면, 달력은 하나면 되지 않을까? 아니면 구구단을 외듯 쉽게 머리에 담을 수 있도록 달력을 단순하게 만들면 보다 편리하지 않을까? 왜 새해는 꼭 1월 1일에 시작될까?"와 같은 소박한 의문에서 시작됐다. 날짜나 요일을 확인하기 위해 힐끗 보면 그만인 달력의 '근거'를 묻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근거를 찾아내고 답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독자의 호기심을 돋구는 달력과 관계된 무수한 '이벤트'가 전개된다. 예수 탄생을 기준으로 기원(紀元)이 갈리는데 천문학적으로 보나 역사학적으로 보나 예수는 서기(AD) 1년이 아닌 기원전(BC) 7년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일반의 상식을 뒤엎는 식으로.


'달력의 역사'이자 '역사 속의 달력'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달력의 역사' 전반 속에서 조망된다. 선사 시대 인류가 1년을 어떤 방법으로 파악할 수 있었는지를 비롯해 고대의 이집트·수메르·바빌로니아·그리스·유대·마야·아즈텍 달력, 회교 달력, 프랑스 혁명달력, 이탈리아 파쇼 달력, 소비에트(구 소련) 달력은 물론 달력 하나면 영원히 사용 가능한 세계 달력(World Calendar), 영구 달력(Perpetual Calendar)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달력이란 달력은 모두 그림 및 표와 함께 제시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현대 달력은 서양, 그것도 기독교 문화권에서 만들어진 역사적 산물인데, 바로 그 달력이 왜 생길 수밖에 없었는지, 그 원리는 무엇이고, 다른 달력에 비해 어떤 장점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이 달력이 어떻게 전세계에 퍼질 수 있었는지를.

아울러 질문하게 된다. '역사 속의 달력'은 과연 무엇인지. 아마도 그 대답은 독자 개개인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하지만 책 서두에 실린 경구 '모든 존재의 기본 형태는 공간과 시간이다. 그리고 시간 밖의 존재라는 것은 공간 밖의 존재만큼이나 매우 불합리한 것이다'는 엥겔스의 말처럼 시간이란 형태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근본적인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차례>

1. 1582년 10월 로마에서는?
     로빈슨 크루소 - 인생은 시간 속에

2. 달력의 구성요소
   2-1 달력의 최소단위 - 하루   2-2 인위적인 단위 - 일주일/쉬는 날은 언제?
   2-3 달의 모양을 따라서 - 한달   2-4 태양을 한 바퀴 돌면 - 한해
   2-5 1년의 길이는 어떻게 잴까?
      노몬/스톤헨지·오벨리스크/피라미드

3. 현대 달력의 기원
   3-1 고대 이집트 달력
      나일강의 범람과 3계절/오시리스와 이시스/오락가락 하는 한 해/시리우스와 큰개자리
      프톨레마이오스의 달력 개혁
   3-2 고대 로마 달력
      일년 열달 304일과 일년 열두달 378일/윤달은 2월 중순에/달 이름은 어디서/미로찾기 - 로마인의 날짜 세기
   3-3 율리우스 달력
      BC 46년 - 자그마치 445일/1년은 365.25일/366번째 날은 어디에?/큰 달과 작은 달/
      아우구스투스의 달력 개혁/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4. 그레고리우스 달력
   4-1 기원(紀元)의 기원(起源)
      예수는 언제 태어났는가?/0년은 어디에?/한 해의 시작은 언제?
   4-2 그레고리우스 개혁의 출발점 - 부활절
      부활절과 함께 떠도는 교회축일/변두리 교회의 부활절
   4-3 교황 그레고리우스와 달력 개혁
      그레고리우스 이전의 개혁 시도/그레고리우스의 달력 개혁
   4-4 그레고리우스 달력의 보급
      독일 개신교도의 저항/모든 길은 다시 로마로/2월 30일/역사상 가장 짧은 달
      10월혁명 기념식은 11월에/가장 정교한 달력
   4-5 정확히 365,237일
   4-6 그레고리우스 개혁의 미스테리
      틀린 계산-옳은 결과

5. 혁명과 달력
   5-1 프랑스 혁명달력
      자연과 역사의 일치/상퀼로티드/혁명 달력의 폐지
   5-2 이탈리아 파쇼 달력
   5-3 소비에트의 달력 개혁
      경제를 위한 달력 개혁

6. 고대 문화권의 달력들
   6-1수메르 달력  
   6-2 바빌로니아 달력  
   6-3 그리스 달력
      8년 주기 윤년 시스템/메톤 주기 - 19년/하피시 주기 - 304년
   6-4 유대 달력
      출애굽 - 유대 달력의 시작점/포로 이후 - 태음태양력/천지창조 - BC 3761년
   6-5 모슬렘 달력
      순수한 태음력/윤월 없는 태음력
   6-6 마야와 아즈텍 달력
      종교달력 트촐킨/농사달력 하압/긴 세월 세기/아즈텍의 태양석

7. 우리나라 달력
   7-1 세종대왕과 칠정산
      왕권을 확립하라/최고 기예들을 투입하여 만든 칠정/칠정산 - 24기와 72후/확립된 왕권과 쇠퇴하는 과학
   7-2 태음태양력
      절기는 태양력/음력의 윤달은 어떻게 생기는가?/60갑자 - 햇수와 날짜 세기/단기(檀紀)
   7-3 우리나라 전통명절
      설/대보름/한식/삼짇날/초파일/단오/유두절/삼복/칠석/백중/추석/중구·중양/상달/동지/납일

8. 현대 달력의 허점들
      요일이 변한다/달의 길이가 다르다/주와 달이 맞아떨어지지 않는다/결국 부활절이 문제인가?/아직도 하루가 남아

9. 또 새로운 달력이 필요한가?
   9-1 국제 고정 달력 연맹
   9-2 세계 달력
        존 레논과 올리비아/세계 달력 협회
   9-3 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도 많다

※ 그림 차례
※ 표 차례
※ 달력의 역사 연표
※ 그레고리우스 달력으로 2000년은
※ 참고문헌
※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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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역자소개

저자 : 이정모

연세대학교 생화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독일 본 대학 화학과 박사 과정에서 '곤충과 식물의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했다. 안양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과학사'와 과학기술과 문명 등을 강의했으며, 과학 관련 책 저술을 활발히 했다. 현재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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