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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술 마시면 왜 라면이 생각날까   
작성자 : 도서출판 부키 등록일 : 2019-05-20 조회수 : 27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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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술 마시면 왜 라면이 생각날까

    라멘이 과학이라면 / 가와구치 도모카즈 지음 / 하진수 옮김 / 부키 펴냄 /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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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라면을 먹으러 도쿄에 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만큼 중독성이 강하다. 일본 대표 라면 가게 `라멘지로` 앞에서 서너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한다. 그만큼 보람이 있다.
     
    채소와 고기, 돼지비계를 라면 그릇에 산처럼 쌓아서 내놓는다. 푸짐한 고명과 감칠맛 나는 국물, 쫄깃한 면발에 반할 수밖에 없다. `마약 라면`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를 끄는 비결은 뭘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뇌에서 베타 엔도르핀이 분비돼 신경전달물질인 오피오이드가 작용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 과학정보 사이트 `사이언스뉴스` 편집장인 가와구치 도모카즈는 "단순히 뇌의 작용 때문만은 아니다"고 주장한다. 먹는 사람에게 기쁨을 주고 싶은 라면 장인의 바람이 그릇에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배 속까지 따뜻해지는 편안함, 한 그릇을 비우고 나서 숨을 내뱉을 때의 만족감, 사람들과 함께 나란히 앉아서 먹는 즐거움 등 소소하지만 소중한 행복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물론 라면 마니아들이 많은 데는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된다. 국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감칠맛을 내는 성분인 글루탐산이 우리 몸의 필수 영양소인 단백질에 많이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라면 가게가 돼지·소·양 뼈와 고기, 멸치·꽁치·도미·오징어·게·조개·바지락 등을 팔팔 끓이고 섞어서 저마다 독특한 국물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 일본은 국물을 내는 재료에 따라 라면 종류를 구분하기도 한다. 도리파이탄(닭고기), 세이부라(돼지비계), 니보니보(멸치), 후시(생선), 규코쓰(소뼈)계 등이 있다. 기본 육수로는 주로 다시마나 가쓰오부시(가다랭이 살을 저며 김에 찌고 건조시켜 곰팡이가 피게 한 가공식품)를 우린 맛국물을 쓴다. 이 국물은 글루탐산, 이노신산, 아스파라긴산 등 감칠맛 성분이 풍부하다. 

    저자는 술을 마시면 왜 해장 라면을 찾게 되는지 이유도 알려준다. 우리 몸이 알코올을 분해하기 시작하면 NADH란 물질이 생성된다. 이는 간과 창자가 당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원료인 피루빈산을 락트산으로 바꿔버린다. 즉 술을 마시면 우리 몸은 필요한 만큼 당을 만들지 못해 혈당치가 떨어진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 아이스크림 같은 단것이나 라면과 같은 탄수화물을 원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알코올은 이뇨 작용을 일으켜 갈증을 느끼게 하고 혀의 감각도 둔화시킨다. 결국 우리는 더 자극적인 라면 국물을 찾게 된다. 

    한국 사람들은 주로 얼큰하고 뻘건 라면 국물을 찾는다. 하지만 일본 라면 국물은 대부분 하얗다. 면을 입에 넣은 뒤 빨아들여 먹는 `면치기` 습관으로 육수가 옷에 튈 수 있어서다. 요란한 면치기로 라면의 풍미도 더 잘 만끽할 수 있다고 한다. 아미노산의 감칠맛을 더 강하게 느끼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공기와 냄새를 고속으로 뒤섞어 증폭시켜야 한다고. 

    그렇다면 면발은 어느 정도가 좋을까. 1분 동안 삶아야 하는 면을 30초만 덜 익히면 국물을 깊이 빨아들인다고 한다. 대신 면에 함유돼 있던 간스이(탄산칼륨이나 탄산나트륨이 주성분으로 면의 색감, 향, 보습, 탄력을 내기 위해 반죽에 넣는 첨가물)나 보존료 등이 국물에 녹아 나오게 된다. 꼬들꼬들한 면은 국물이 잘 배어 맛있어질지 몰라도 국물맛은 첨가물 때문에 변질된다. 라면을 과학적이고 냉정하게 분석했는데도 이 책을 읽고 나면 라면을 `영접`하러 가고 싶어진다. 



    매일경제_ 전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