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라면 마니아들이 많은 데는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된다. 국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감칠맛을 내는 성분인 글루탐산이 우리 몸의 필수 영양소인 단백질에 많이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라면 가게가 돼지·소·양 뼈와 고기, 멸치·꽁치·도미·오징어·게·조개·바지락 등을 팔팔 끓이고 섞어서 저마다 독특한 국물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 일본은 국물을 내는 재료에 따라 라면 종류를 구분하기도 한다. 도리파이탄(닭고기), 세이부라(돼지비계), 니보니보(멸치), 후시(생선), 규코쓰(소뼈)계 등이 있다. 기본 육수로는 주로 다시마나 가쓰오부시(가다랭이 살을 저며 김에 찌고 건조시켜 곰팡이가 피게 한 가공식품)를 우린 맛국물을 쓴다. 이 국물은 글루탐산, 이노신산, 아스파라긴산 등 감칠맛 성분이 풍부하다.
저자는 술을 마시면 왜 해장 라면을 찾게 되는지 이유도 알려준다. 우리 몸이 알코올을 분해하기 시작하면 NADH란 물질이 생성된다. 이는 간과 창자가 당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원료인 피루빈산을 락트산으로 바꿔버린다. 즉 술을 마시면 우리 몸은 필요한 만큼 당을 만들지 못해 혈당치가 떨어진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 아이스크림 같은 단것이나 라면과 같은 탄수화물을 원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알코올은 이뇨 작용을 일으켜 갈증을 느끼게 하고 혀의 감각도 둔화시킨다. 결국 우리는 더 자극적인 라면 국물을 찾게 된다.
한국 사람들은 주로 얼큰하고 뻘건 라면 국물을 찾는다. 하지만 일본 라면 국물은 대부분 하얗다. 면을 입에 넣은 뒤 빨아들여 먹는 `면치기` 습관으로 육수가 옷에 튈 수 있어서다. 요란한 면치기로 라면의 풍미도 더 잘 만끽할 수 있다고 한다. 아미노산의 감칠맛을 더 강하게 느끼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공기와 냄새를 고속으로 뒤섞어 증폭시켜야 한다고.
그렇다면 면발은 어느 정도가 좋을까. 1분 동안 삶아야 하는 면을 30초만 덜 익히면 국물을 깊이 빨아들인다고 한다. 대신 면에 함유돼 있던 간스이(탄산칼륨이나 탄산나트륨이 주성분으로 면의 색감, 향, 보습, 탄력을 내기 위해 반죽에 넣는 첨가물)나 보존료 등이 국물에 녹아 나오게 된다. 꼬들꼬들한 면은 국물이 잘 배어 맛있어질지 몰라도 국물맛은 첨가물 때문에 변질된다. 라면을 과학적이고 냉정하게 분석했는데도 이 책을 읽고 나면 라면을 `영접`하러 가고 싶어진다.
매일경제_ 전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