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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2명중 1명은 ‘불륜형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다   
작성자 : 도서출판 부키 등록일 : 2019-08-13 조회수 : 28006  
2명중 1명은 ‘불륜형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다
 

바람난 유전자 / 나카노 노부코 지음, 이영미 옮김 / 부·키

“인간과 가까운 또 다른 영장류를 보더라도 대부분은 일부다처다. 고릴라는 일부다처고 침팬지와 보노보, 오랑우탄은 난혼이다. 특정 파트너 이외의 상대와 성행위를 하는 것은 생물계에서는 평범한 현상이다. 오히려 일부일처형이 더 보기 드문 별종이라 할 수 있다.”

일본에서 가장 대중적인 뇌과학자 중 한 명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나카노 노부코가 뇌과학과 진화심리학으로 불륜의 메커니즘을 풀어낸 책을 펴냈다. 

사람들은 불륜이 부도덕하고 위험한 행위라는 것을 잘 안다. 발각되면 가정과 사회적 신용을 잃을 수 있고 위자료 같은 금전적 손해도 막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은 위험한 사랑에 빠져드는 걸까?

저자는 ‘1장’에서부터 ‘일부일처제는 인류의 생존에 적합하지 않다’는 ‘화두’를 제공한다. 그러면서 가부장제야말로 ‘성적 자유’를 빼앗아갔다고 주장한다. 흥미로운 대목은 최신 뇌과학의 성과로 불륜의 작동방식을 파헤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프레리들쥐는 인간과 더불어 일부일처를 고수하는 대표적인 동물이다. 이들의 성적 행동은 아르기닌 바소프레신이라는 호르몬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 바소프레신은 상대에 대한 친절, 책임감을 불러일으킨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아르기닌 바소프레신 수용성이 높으면 일부일처를 추구하는 정숙 성향을 띠고, 수용성이 낮으면 다부다처를 추구하는 성향을 띠게 된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정숙형과 불륜형의 비율이 대략 반반이라는 점이다. 즉 2명 중 1명은 불륜형 유전자를 타고난 셈이다.

불륜을 저지르는 남녀야말로 우리 사회와 가정의 무임승차자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일부일처제 아래에서 사랑, 연애, 결혼, 출산 및 육아에는 많은 사회적·경제적 비용이 든다. 하지만 불륜 커플은 이런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서 연애와 섹스의 즐거움만 누린다. 이들을 향한 대중의 비난의 화살은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제재라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법 없이도 살 사람, 성실한 사람일수록 집단 따돌림 같은 사회적 제재에 적극적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행위 이면에 불륜 커플에 대한 질투와 ‘나는 정의롭다’는 자기만족이 숨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 안에 면면히 이어져 온 불륜 유전자는 앞으로도 인류를 불륜으로 치닫게 할 것이고 무임승차자를 색출하는 질투의 감정이 있는 한 비난도 계속될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220쪽, 1만4000원.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원문 보기]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062801032727097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