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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현대의학 잘 따르면 무병장수?… 과연 그럴까   
작성자 : 도서출판 부키 등록일 : 2019-08-13 조회수 : 28696  
현대의학 잘 따르면 무병장수?… 과연 그럴까
 

▲  ‘건강의 배신’은 체계적인 예방·관리·치료가 더 젊고 건강한 삶을 보장한다는 현대 의학의 주장이 통계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며 강박적인 건강 추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Pixabay 제공
 
 

- 건강의 배신 /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조영 옮김 / 부키

‘관리가 건강보장’ 의학계 주장
실제사례 바탕 조목조목 비판

조영검사로 유방암 감소 없고
골다공증은 질병 아닌 노화
갑상샘암 수술도 90% 불필요
명상의 효과 과학적 입증 안돼
수명연장 대가는 질병·장애뿐

삶은 살아있는 세상 소통기회
노화 근심보다는 지금 즐겨라


유사 이래 인류의 가장 강력한 욕망은 무병장수다. 불로초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사람을 보냈던 진시황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다. 당장 홈쇼핑 채널만 돌려봐도 매진 임박을 알리는 유기농 식재료와 건강보조식품이 수두룩한 세상이니 말이다.

현대 의학의 발전은 무병장수를 향한 인류의 욕망을 급속도로 키웠다. 현대 의학은 체계적인 예방·관리·치료가 더 젊고 건강한 삶을 보장한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현대 의학의 주장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은 거의 없다. 현대 의학의 권위는 과학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대 의학은 정말 과학적일까. 세포면역학 박사인 저자는 20세기 후반 들어 대두한 증거 기반 의학을 바탕으로 의료계의 주장이 통계로 뒷받침되고 있는지 살핀다.

결과는 충격적이다.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골다공증은 병이 아니라 35세 이상 여성이 대부분 겪는 일반적인 노화 현상이다. 또한, 유방 조영 검사 덕분에 유방암 발병률이 현저히 감소했다는 증거는 없으며 전립선암 검진에서도 사망률 감소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특히 저자는 갑상샘암은 과잉 진단이 가장 심각한 질환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통계를 분석해 21세기 초 미국·프랑스·이탈리아 여성들이 받은 갑상샘암 수술 중 70∼80%, 한국에선 90%가 불필요했다고 밝힌다. 전립선암 관련 치료를 받은 66세 이상 남자 중 절반 이상은 발병 전까지 생존하지 못했음도 드러난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의학은 노화를 생명 주기의 정상 단계가 아닌 질병의 일종으로 여기기 시작했지만, 노화에는 아무런 치료법이 없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인간이 말년에 겪는 질병과 장애는 수명 연장에 따른 대가라는 것이다.

저자는 병원 등 의료계 현장을 넘어 웰니스(웰빙·행복·건강의 합성어) 산업 전반으로 검증을 확장한다. 웰니스 산업은 설탕, 탄수화물, 지방의 과다 섭취가 건강에 좋지 않다고 경계하는 태도를 보인다. 저자는 다양한 반대 사례를 든다. 여성 전용 헬스클럽 소유주였던 루실 로버츠는 평생 담배를 피우지 않았지만 59세에 폐암으로 사망했다. “100세까지 살기로 결심했다”고 주장했던 유기농 식재료 지지자 제롬 로데일은 TV 프로그램을 녹화하다가 72세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익히지 않은 채식을 했지만, 췌장암을 피하지 못하고 56세로 죽었다. 

저자는 전문가의 조언은 제각각인데다 대개 혼란스럽고 모호하며, 지금까지 유행한 어떤 피트니스와 다이어트도 노화를 되돌리지는 못했다고 강조한다. 또한, 저자는 실리콘밸리 엘리트가 추구하는 명상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명상이 근육 이완, 약물 치료 또는 정신 요법보다 스트레스에 효과적이란 과학적 증거가 없다는 게 이유다. 

현대 의학과 웰니스 산업이 우리를 구할 수 없다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저자는 우리가 복잡한 세계의 일부이고 자연스럽게 생성되고 소멸하는 존재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몸과 마음을 통제해 무병장수를 이룰 수 있다는 현대 의학의 생각엔, 우리가 몸과 마음이 서로 일치단결해 협력하는 ‘조화로운 기계’란 전제가 깔려 있다. 저자는 우리가 과연 그런 존재인지 의문을 표한다. 저자는 상처 부위에 침입하는 미생물이나 죽은 세포를 삼키는 데 일상적인 역할을 하는 대식세포가 종종 암세포의 확산을 돕기도 한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면역체계가 전적으로 인간에게 도움을 준다는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삶은 영원한 비존재 상태의 일시적 중단이며, 우리를 둘러싼 경이롭고 살아 있는 세상과 상호 작용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한다. 

저자는 마지막 부분에서 시선을 지구 바깥으로 확장해 우주 또한 영원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를 보여주며, 영원하지 않은 세상에서 영원을 추구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저자는 이런 관점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강박적인 건강 추구에서 벗어나 삶과 죽음에 대한 경이로움과 경외심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가만히 앉아 건강한 노화에 관한 책을 읽는 것보다 살아서 즐길 수 있는 시절을 즐기라고 말이다. 세상은 영원하지 않으니 말이다. 292쪽, 1만6000원.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


[원문 보기]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07190103272132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