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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1인 1아이패드" 외치던 잡스…왜 자식에겐 안 줬을까   
작성자 : 도서출판 부키 등록일 : 2019-08-13 조회수 : 28218  

"1인 1아이패드" 외치던 잡스…왜 자식에겐 안 줬을까


 



헬멧 바이저를 가리고 밤의 도로를 질주한다. 동승자 귓속말로만 미지의 전방을 상상하는 막막한 질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분`의 자살행위가 끝나면 거금과 명성이 따라온다. 죽음 앞의 두려움과 익명 앞의 수치심을 망각할 때 이루어지는 강렬한 보상이다. 접속자 수는 폭주하고 미션은 이어진다.
 
건물 구조물에 매달리기, 선로에 누워 기차가 지나길 기다리기…. 스마트폰 중독 심리를 응시한 영화 `너브(Nerve)`의 이색적인 줄거리로, 광기에 사로잡힌 우리 주변의 세계를 극화했다. 유혹과 집착의 유전자를 상기한다면 중독은 영화처럼 인류의 초상이다. 중독은 특정인에게 주어진 재앙이 아니라고 뉴욕대 교수인 책의 저자도 힘주어 말한다. 알코올, 니코틴, 섹스, 코카인, 헤로인, 대마초만 중독 대상이 아니며 일상의 시공간을 점유하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롤 플레잉 게임도 육신과 정신을 지해하는 `행위 중독`이라고 저자는 일깨운다. 자, 모바일 결핍 공포증(no mobile phobia)을 일컫는 노모포비아(nomophobia)의 세계를 들여다보자. 이 책은 충분히 논쟁적이다. 

노모포비아를 양산하는 원인은 환경과 상황 때문이다. 약물 중독에서 행위 중독으로 중독의 이해 지평을 넓히라고 저자는 프레임을 다시 짠다. 중독에 취약한 뇌란 없다. 선천적으로 중독이 쉬운 주체는 없다. 중독 대상은 그 자체로 중독적이지 않으며, 중독 대상을 체험한 인간의 학습된 심리가 중독으로 그를 안내한다. 외로움과 무료함, 고통이 `달래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성의 통제는 요원해지고 주체는 수동적이 된다. 회피 불가능한 행위 중독의 이유는 이쯤에서 여섯 가지로 쪼개진다. 

첫째, `목표 중독`이다. 목표는 결코 현재일 수 없다. 목표는 인간에게 성취를 안겨주지만 목표를 추구하는 삶을 뒤집으면 `끝없는 실패` 상태가 된다. 주체는 망각되므로 행위에 대한 집착만 남는다. 달리기 애플리케이션에 기록된 1㎞당 5분대의 하프 마라톤 목표치는 초보자에겐 닿을 듯 말 듯한 숫자이고, 체지방률 한 자릿수 진입도 웬만한 다짐으로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수치다. 목표에 진입하더라도 중독 메커니즘은 주장한다. 목표는 영원한 미래라고. 수치에 대한 강박에 인간은 다시 자신을 내쫓는다. 

둘째, `피드백 중독`이다. 페이스북의 `좋아요`와 인스타그램의 하트 문양은 21세기의 긍정 신호이자 `최초의 디지털 마약`이었다. 더 절대 제로(0) 상태가 되지 않을 화수분의 `칩`인 `좋아요`는 시대의 아편이다. 간편하고 단순하게 진심을 전하는 확실한 보상의 버튼 하나에 중독자의 심리전이 펼쳐진다. 주체는 상실된다. 아파서 응급실에 실려가고도 링거 꽂힌 팔뚝 사진을 굳이 찍어 올리며 `슬퍼요` 버튼을 구걸하는 풍경은 흔하다. 공감 숫자가 적으면 더 슬퍼지니 소외되고 소멸된다. 

셋째, `향상 중독`이다. 향상되고 있다는 느낌은 중독을 이끈다. 심심풀이로 시작했던 게임, 초반 승리에 도취돼 수백만 원을 쏟아붓다가 결국 생계비를 위협받는다. 보상과 보상 사이의 시간은 점점 길어지며 더는 불행하지 않으려 비용을 투입하기도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넷째, 이기면 칭찬하고 패하면 다독이는 `관계 중독`, 다섯째,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태에 즐거움을 느끼는 `난이도 중독`, 여섯째, 미지근한 결론 탓에 다음 에피소드를 시청하게 만드는 `미결(未結) 중독`도 마찬가지다. 

해독제는 없을까. `그냥 좋아하는 것`과 `절실히 원하는 것`의 구분부터 명확해야 하겠다. 바람직한 환경이 행위를 결정하므로 행위를 스스로 설계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진다. 페이스북의 좋아요, 공유, 댓글 숫자를 가려버리는 `페이스북 수치 제거기`나 기상 시각을 어기면 본인이 싫어하는 단체에 기부금이 자동이체되는 자명종과 같은 도구도 주체의 행위 설계 수단이다. 농담처럼 들리겠지만 은행 계좌에 무선으로 연결된 스누즈렌루즈라는 자명종은 실제로 판매 중이다. 

스티브 잡스도 자녀가 아이패드를 사용하길 원치 않았다. "누구나 아이패드를 하나씩 가져야 한다"는 잡스의 말은 사생활에선 통하지 않았다. 트위터 창립자 에반 윌리엄스도 두 아들에게 태블릿을 엄금하고 책만 수백 권을 사줬다.
 책의 저자는 말한다. "세계 최고의 테크놀로지 전문가들이 극심한 테크놀로지 공포증에 시달린 이유는 무엇인가." 영화 `너브`에서도 접속자들은 결국 광기의 플랫폼을 축출하고 차가운 이성을 되찾는다. 모두가 안다. 저항과 고독만이 `나`를 실현한다. 

[김유태 기자]


[원문 보기]
https://www.mk.co.kr/news/culture/view/2019/08/615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