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너랑은 항상 이런 식이지?”
연인, 배우자, 엄마·아빠, 직장 동료, 사춘기 자녀…
유독 나를 힘들게 하는 ‘너’와의 매일 똑같은 싸움, 멈출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의 고마운 ‘큰언니’ , 크리스텔 프티콜랭이 전하는 ‘심리 게임’ 탈출 처방
연인, 배우자, 직장 동료, 사춘기 자녀 등 특정 인물과 싸울 때 우리는 종종 깨닫곤 한다. 내가 왜 이 말을 또 하고 있지? 왜 이 사람과 말하기 시작하면 항상 이런 식으로 끝나지? 이러려고 한 게 아닌데, 항상 답 없이 불쾌하게 끝나 버리는 다툼. 벗어날 수 없는 쳇바퀴에, 마치 어떤 게임 안에 저 사람과 내가 갇힌 기분이다.
이 뻔하고 진 빠지는 관계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로 수많은 독자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었던 크리스텔 프티콜랭이 답답한 ‘심리 게임’을 풀어낼 명쾌한 처방을 들고 돌아왔다. 그녀는 이 책에서 우리가 왜 정해진 사람과 정해진 싸움을 반복하는지, 게임을 주도하는 세 가지 유형은 어떤 특징을 지니는지, 나와 상대방은 각각 어떤 유형을 선호하는지, 소모적이고 상처만 남기는 이 게임에서 어떻게 탈출할 수 있는지 깨닫게 해 준다.
출판사 서평
“왜 너랑은 항상 이런 식이지?”
연인, 배우자, 엄마·아빠, 직장 동료, 사춘기 자녀…
유독 나를 힘들게 하는 ‘너’와의 매일 똑같은 싸움, 멈출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오빠, 지금 대체 몇 시야?”
현관문으로 들어서는 남편을 향해 아내가 매섭게 소리친다. 남편은 아내가 기다린 것에 대해 내심 미안하면서도 세게 나간다.
“1시 조금 넘었는데 뭘 그래? 일하고 회식하면 그럴 수도 있지.”
“그 회사에는 오빠밖에 없어? 뭐 대단한 일 한다고 맨날 이렇게 늦어, 월급도 쥐꼬리만큼 주면서….”
“누구는 좋아서 늦는 줄 알아? 나도 피곤해, 그리고 누가 기다리라고 했어? 먼저 자라고 했잖아!”
“지금 그게 이 시간까지 기다린 사람에게 할 소리야? 하루 종일 일하고, 퇴근해서 애 데려오고, 집안일 하고….”
“또 그 소리야? 그러니까 자라고 했잖아, 먼저 자라고!”
원망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아내가 쏘아본다.
“오빠는 나한테 아무 관심도 없지? 이 집은 나만 지키고 있는 거지?”
울먹이는 듯한 아내의 목소리에 남편은 갑자기 말문이 막힌다. 안방 문을 쾅 닫고 들어가는 아내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다가, 조용히 구두를 벗고 방문을 연다.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누구에게나 유독 ‘힘든’ 사람이 있다. 다른 사람에겐 한없이 너그럽고 친절한 아가씨인데, 남자친구만 만나면 답답하고 속 터진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경우가 있다. 성격 좋고 사회생활 잘하기로 유명한 엄마인데, ‘중2병’에 걸린 아들만 보면 잡아먹지 못해 안달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의 그 사람과 싸울 때, 우리는 자주 느낀다. 왜 내가 이 말을 또 하고 있지? 왜 이 사람과 언쟁하기 시작하면 항상 이런 식으로 끝나지? 이러려고 시작한 대화가 아닌데, 항상 답 없이 불쾌하게 끝나 버리는 싸움. 벗어날 수 없는 쳇바퀴에, 마치 어떤 게임 안에 저 사람과 내가 갇힌 기분이다.
베스트셀러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로 한국의 수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았던 크리스텔 프티콜랭이 이번엔 반복되는 부정적 관계에 대한 해법을 들고 찾아왔다. 핵심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희한하게도 정해진 사람과 정해진 패턴대로 똑같은 싸움을 반복한다. 이것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심리 게임’이고, 게임을 주도하는 사람은 피해자, 박해자, 구원자― 이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당신을 유독 힘들게 하는 그 사람도 아마 이 유형 중 하나일 것이다. 어쩌면 당신 역시 이 역할 중 하나를 선택하여 지리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을 통해 그 사람과 당신의 패턴을 깨닫고 나면, 당신은 아마도 스스로 그곳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 그래요, 걔랑은 늘 똑같은 말로 싸워요”
-패턴이 되어 버린 너와 나의 다툼
이 뻔하고 진 빠지는 싸움들은 분명 ‘게임’이다. 포문을 여는 계기, 쟁취해야 할 목표, 패턴화된 규칙이 있다는 점에서 게임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앞의 예로 돌아가 보자. 아내는 회식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에게 “지금 몇 시야?”라는 진부한 대사를 날린다(포문을 여는 계기). 몇 시인지도, 남편이 어디서 오는지도 알면서 던지는 말이다. 남편은 예상대로 반응한다. 자기도 피곤하고 힘들다며, 분명 먼저 자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항변한다(패턴화된 규칙). 그러나 결국 이 게임의 승자는 아내다. 아내가 자신과 가정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게 아니냐며 죄의식을 자극하자, 남편은 말문이 막혀 사과한다. 새벽 1시에 귀가했다는 이유로 남편을 ‘무책임한 가장’으로 만들어 버린 아내는 홀로 가정을 지키는 ‘헌신적인 배우자’가 되었다(쟁취해야 할 목표).
‘심리 게임’이라는 용어는 1963년, 미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교류분석의 창시자인 에릭 번(Eric Berne)에 의해 사용되기 시작했다. 에릭 번은 사람들이 다투는 방식이 일정한 순서를 따라 반복되고 예상 가능한 패턴을 보이다가 마침내 고통스러운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자신이 발견한 패턴에 일상적인 용어를 붙여 심리 게임 목록을 만들었다. ‘너만 없었으면’ 게임, ‘너 이번에 딱 걸렸어’ 게임, ‘정말 너무하죠!’ 게임 등 이름만 들어도 상황을 연상할 수 있도록 갈등 유형을 정리했다.
또한 그는 심리 게임의 ‘미묘함’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우리가 되풀이하는 싸움들이 겉보기엔 그럴싸하지만 진정한 동기는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지금이 대체 몇 시냐’는 물음은 결코 남편의 귀가 시간을 당기는 데에만 목적이 있는 게 아니다. ‘당신은 그렇지 않지만 나는 당신과 가정에 항상 헌신하고 있다’고 어필하고 싶은 아내가 던진 게임의 ‘떡밥’이었다.
“답답해요, 마치 싸우려고 만나는 것 같아요”
-일부러 싸우는 것만 같은 우리 안에 감춰진 심리
“자기야, 나 못생겼지?”
연애 좀 해 본 남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여자친구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이 공포스러운 대사를 들어 봤을 것이다. 못생기지 않았다고, 너는 너무 예쁘다고 해 봤자 ‘거짓말쟁이’가 될 것이고, 그렇다고 “네가 뛰어나게 예쁜 편은 아니잖아?”라고 진실(?)을 말했다간 두고두고 욕먹을 게 뻔하다.
“무슨 소리야, 네가 얼마나 예쁜데.”
“아냐. 나 못생긴 거 다 알아.”
“아니라니까. 왜 자꾸 그런 소리를 해?”
“정말이야?”
“응! 예뻐. 예쁘다니까~”
(잠시 침묵)
“……그런데… 사실은 나 못생겼지?”
“……그래! 너 못생겼어. 엄청 못생겼다! 됐냐?”
“거 봐! 나 못생긴 거 맞네. 못생긴 나랑 왜 만나? 왜 만나냐고!”(본문 119~120쪽)
‘나를 뻥 차 주세요!’라는 이름의 이 게임은 전형적인 피해자 게임의 예로, 상대를 도발해서 상대가 화가 난 나머지 박해자로 돌변하게 만들고 자신은 피해자가 되도록 몰고 가는 경우에 해당된다. 얼마나 전형적인지 개그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이기까지 한 이 게임은, 과연 심리 게임이 무엇인지 잘 보여 준다.
우리 인간에게는 물, 음식, 잠에 대한 기본 욕구 못지않게, 절박하지만 노골적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또 다른 욕구가 있다. 바로 자기 존재를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다. 인간은 자극을 박탈당하면 미쳐 버리고 적극적으로든 소극적으로든 자살을 기도한다. 익히 잘 알려져 있는 고문 방식만 봐도 그렇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밤이나 낮이나 전등 하나만 켜져 있는 독방에 가두어 놓는 것만으로도 한 사람이 망가지기에 충분하다. 즉 인간은 주기적으로 자신이 존재한다는 증거들을 입수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본문 22쪽).
아이들조차 있는 듯 없는 듯 무시당하는 것보다 차라리 혼나는 편을 선호한다고 한다. 어디 아이들뿐이랴. 어른들도 무시당하기보다는 차라리 싸움을 일으키고 대차게 고함지르는 쪽을 택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자꾸 상대를 건드리며 부정적인 자극이라도 끌어내려 애쓴다. 타인의 관심을 억지로 나에게 끌어오는 것이다(본문 23쪽). 심리 게임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이제 막 직장에서 돌아왔다. 남편은 컴퓨터로 뭘 들여다보는지 사람이 왔는데도 고개를 드는 둥 마는 둥이다.
“당신은 오늘 별일 없었어? 저녁으로 뭘 먹을까?”
남편이 “응, 아무거나 먹지.” 혹은 “나도 몰라.”라고 건성으로 대꾸한다. 나는 이 무관심이 슬슬 언짢아지기 시작한다. 그럼, 게임의 판을 벌이자. 어려운 일도 아니다, 남편의 약점은 모두 내 손바닥 안에 있으니까!
“여보, 내가 한 마디 해야겠어. 이번 주말에는 제발 차고 좀 치워 줘. 얼마나 난장판인지 자전거도 못 꺼낼 지경이라고.”
내가 제대로 허를 찔렀다면 남편은 즉각 반응할 것이다.
“뭐? 주중에도 힘들게 일하는데 그따위 잡일로 주말까지 날려야 해? 요즘 계속 눈 오는 거 안 보여? 이런 날씨에 자전거 끌 일이 뭐가 있다고 난리야! 당신은 꼭 급하지도 않은 일로 사람을 달달 볶아야 속이 시원해?”
자, 나는 드디어 남편의 관심을 끌었다. 이 관심을 잡아 놓으려면 세게 받아쳐야 한다.
“그럼 난? 나는 뭐 노는 사람인가? 내가 얼마나 고생하면서 일하는데!”(본문 25쪽)
이 싸움의 주인공들은 지금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애쓰는 게 아니다. 사실 자전거 따위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진짜 메시지를 감춘 채 한 판 게임을 벌이고 있다. 왜? 상대의 관심을 붙들어 두고, 살아 있다는 존재감을 느끼기 위해서다. 못난 자아의 허기 때문에 상대를 건드리고 거나하게 한 판 싸우는 것이 ‘내가 없다’는 느낌보다 더 강렬하고 생생하다. 엉망진창으로 어질러진 차고가 사실은 축복이다. 그 차고를 핑계로 두 사람은 얼마나 그악스럽게 싸울 수 있었던가!
앞에서 언급한 연인 간의 ‘나를 뻥 차주세요!’ 게임도 마찬가지다. 개그 프로그램에서 말하는 이 게임의 정답은 무조건 남자친구가 “너를 사랑해.”라고 말하는 것이다. 자신이 미인인지 아닌지는 여자친구도 다 안다.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녀가 이 게임을 시작한 이유는 연인에게서 ‘사랑한다’는 인정 자극을 받고 싶어서다. 당신을 힘들게 하는 그 사람도 마찬가지다.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든, 살얼음판 걷듯 침묵으로 일관하든, 그가 원하는 것은 당신의 관심이다. 다만 그가 어떤 유형이냐에 따라 행동 방식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넌 꼭 얘기를 그런 식으로 몰고 가더라”
-말싸움에서 우리가 선택하는 역할들, 피해자·박해자·구원자
심리 게임을 주도하는 사람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자긴 아무 잘못이 없다며 징징거리는 피해자형, 넌 늘 왜 그 모양이냐며 훈수 두는 박해자형, 굳이 도와주겠다고 폭 넓은 오지랖을 자랑하는 구원자형.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 사람’이 어떤 유형인지 파악하라. 각자가 택하는 역할은 상황과 상대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주로 선호하는 역할이 있기 마련이다. 그 사람이 즐겨 택하는 역할에 따라 나의 역할까지 결정된다.
▶ “아무것도 몰라요~” -동정심을 자극하는 피해자형
피해자는 순진무구해서 아무것도 모르며, 아무 힘도 못 쓰는 사람이다. 애처롭게 보이고 우는소리를 많이 하고 수동적이다. 착하고 선의가 넘치지만 야무지지 못하고 왠지 답답하다. “몰랐어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그는 이런 방식으로 동정심과 연민을 불러 모은다. 따라서 상당한 관심을 독점할 수 있다. 당신의 따스한 조언과 ‘구조’를 기대하며, 현재 자신의 고통과 미래의 잠재적 행복까지 책임져 주기를 바란다. 최종 목표는 상대의 동정심을 자극해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도통 자기 책임이라곤 없다. “네 아빠랑 결혼만 안 했어도….”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그는 은근히 당신의 죄의식을 자극한다. “난 이렇게 아픈데 너는 어떻게 그리 잘 지내?” 또는 수줍은 얼굴로 조심스레 당신의 소맷자락을 잡으며 이런 말을 읊조릴지도 모르겠다. “네가 없으면 난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
▶ “넌 도대체 왜 그 모양이냐?” -비난하고 겁주는 박해자형
박해자는 당신에게 무정하게 대하고 경우에 따라 언어적·신체적 폭력도 서슴지 않는다. 권위적이고 서슬 퍼렇고 꼬장꼬장하고 사람을 멸시한다. “너는 정신상태가 글러먹었어.” “그 나이 되도록 할 줄 아는 게 뭐야? 쓸모없는 놈….”
그는 이렇게 자기 분노를 분출함으로써 욕구 불만을 해소한다. 상사에게 깨지고 집에 와서 아내에게 큰소리치는 남편은 전형적인 박해자형이다. 남편 때문에 화가 난 아내는 아이를 쥐 잡듯 잡거나 공연히 반려견에게 소리를 지른다. 모두가 이런 식으로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공격하면서 자기 권능을 확인하려 든다.
그는 아마 자신의 유년기를 박탈당하다시피 했을 공산이 크다. 어린 동생들을 돌봐야 했다거나 항상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도록 강요받았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불안도가 높은 완벽주의자로 길러져, 실수나 미숙함을 인정하지 못한다. “생각 좀 하고 살아. 뇌는 장식품이 아니야.”
▶ “널 위해서야, 나만 믿어” -의존적 관계를 조장하는 구원자형
구원자는 겉보기에 너그럽고 이타적이고 균형 잡힌 인물처럼 보인다. 언제나 먼저 나서서 당신을 돕고 감싼다. “가만 있어 봐, 엄마가 다 알아서 해 줄게.”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다 알아, 나만 믿어.”
하지만 그는 보호자 입장을 취하면서 당신을 어린애 취급하고 의존적인 관계를 초래한다. 당신을 과소평가하고 자기가 곧 문제의 해결책인 양한다. 그리고는 자기가 이렇게 대단히 헌신했으니, 당신이 자신에게 큰 빚을 진 셈이라고 필요할 때마다 상기시킨다. “내가 널 위해 어떻게 했는데….”
그들은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상정하고 거기에서 만족감을 느낀다. 근사한 자기 이미지를 만들고 에고를 살찌우기 위해 자신의 선의를 받아들이라고 강요한다. 구원자의 이러한 행동 뒤에는 자기가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은밀한 두려움이 숨겨져 있다. 그는 당신에게 끊임없이 ‘나 없이는 결코 잘해 나갈 수 없을’ 거라고 다정하게 속삭인다.
“이젠 대화도 피할 만큼 지쳤어요, 달라질 수 있을까요?”
-조용하고 의연하게, 관계의 덫에서 벗어나는 법
당신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숙한 사람이라면 이미 ‘나는 어떤 역할을 선택하는 사람일까?’라고 생각해 보고 있을 것이다. 딱 떨어지지 않더라도 부분적으로 자기 모습을 발견하게 하는 역할이 있을 터. 그렇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사실 당신도 이 게임이 벌어지는 데 일조하고 있다.
나에게 상담을 받으러 왔던 젊은 여성 이야기를 해 볼까. 그녀의 남자친구는 이 여자 저 여자 흔들고 다니는 ‘바람둥이’ 역할에 충실했다. 하루는 그 청년이 진부하기 짝이 없는 대사를 날렸다.
“집착하지 마, 자기야. 자기만 괴로워질 거야.”
하지만 그녀는 깔깔대고 웃으며 대꾸했다.
“잘난 척하기는, 내가 너 때문에 괴로워할 것 같니? 착각도 유분수지!”(본문 65쪽)
맞다. 넘어와 주는 피해자가 없으면 박해자도 없다. 우리가 게임을 그만두면, 모든 심리 게임은 그 자리에서 산산조각난다.
물론 자기가 하는 심리 게임을 파악하고 해체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자기 자신과 충분히 거리를 두고 스스로에게 정직해져야만 가능한 일이다. 또 게임에서 빠져나오려면 강렬한 부정적 자극보다 긍정적이고 친밀한 대화를 우선시해야 하는데, 오랜 세월 심리 게임에 빠져 살아 온 사람들은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더라도 그 관계가 재미없고 밋밋하다고 느낀다(본문 144쪽).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본인의 현명한 자각과 결연한 의지가 필요하다.
한편 저자는 어떻게 하면 유형별로 각자의 역할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10장), ‘옛 게임 동무’와 결별하고 진행 중인 게임을 어떤 방식으로 해체할 수 있는지(9장, 12장) 실질적인 팁을 전하고 있다. 상대가 던지는 ‘떡밥’을 피하는 법(본문 179쪽), 당신의 약점을 건드릴 때 자동적으로 나오는 반응을 다스리는 법(본문 183쪽), 무차별적으로 날아오는 치명적인 한마디에 대처하는 방법(본문 189쪽) 등 7가지 대처법을 통해 반복되는 싸움들을 줄여 가라고 조언한다.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는 없다. 그러나 열 번의 싸움 중 한 번을, 그러다가 다섯 번 중 한 번을, 그 후 세 번 중 한 번을 줄이게 된다면 어느덧 당신은 ‘그 사람’이 힘들지 않게 될 것이다. 그렇게 소중한 사람과의 미칠 것 같은 심리 게임에서 탈출하고 나면, 당신도, 당신의 그 사람도 한 단계 성숙한 ‘어른’에 가까워질 것이다.
차례
한국어판 서문 · 4
들어가는 글 | 왜 너와는 항상 이런 식일까 · 13
1부 우리는 왜 똑같은 걸로 싸울까
1 왜 날 인정해 주지 않아? · 21
내가 존재한다는 증거들 · 22
일부러 싸우는 사람들 · 24
나도 별로고, 너도 별로야 · 28
애매하고 교묘한 심리 게임 · 30
2 인정받고 싶은 세 사람 · 34
피해자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 36
박해자 -넌 왜 그 모양이야? · 38
구원자 -나만 믿어, 널 위해서야 · 40
3 ‘그 사람’은 왜 그럴까? · 44
도처에 깔린 삼각구도 · 44
관계는 ‘의자 뺏기’와 같다 · 46
미숙함, 어린 시절의 경험들 · 48
이들이 부모라면 · 50
-어린애 같은 부모 | 혼내고 화내는 부모 | 달래주고 보호하는 부모
너 때문에 내가 말라 죽고 말 거야 · 56
숨겨진 의도들 · 60
-책임 회피 | 욕구 불만 분출 | 자기 권능의 확인
4 지금 이게 내 탓이란 말이야? · 69
죄의식 조장의 메커니즘 · 70
다들 순진해서 저러나? · 74
중간에서 부채질하는 재미 · 80
책임 벗어던지기 · 81
5 나를 건드리는 그 한 마디 · 84
전체화 · 85
-과장하기 | 빈말로 때우기 | 밑도 끝도 없이 갖다 붙이기
폄하 · 87
-남들과 비교해서 깎아내리기 | 딱지 붙이기 | 부정 | 조롱 | 심문조의 이유 추궁 | 불변의 진리로 밀어붙이기 | 위협
지레짐작 · 91
책임 전이 · 93
6 어디 한 번 해 보자는 거야? · 94
1단계 떡밥 던지기 · 95
2단계 약점 찌르기 · 97
3단계 자동 반응 · 98
4단계 역할 분배 · 99
5단계 덫이 설치된 교류 · 100
6단계 극적 반전 · 102
7단계 혼란과 부정적 효과 · 103
전형적 사례: 학교 숙제 · 106
7 우리는 늘 같은 말로 싸운다 · 110
피해자 게임 · 110
-‘어쩔 수 없었어요’ | ‘너만 없었으면’ | ‘정말 너무하죠!’ | ‘나를 뻥 차 주세요!’ | ‘할 일이 너무 많아’
박해자 게임 · 123
-‘맞아, 그런데…’ | ‘당신들끼리 싸워 보세요’ | ‘너 이번에 딱 걸렸어!’ | ‘당신이 해 줄 수 있잖아?’ | ‘흠집 찾기’ | ‘막장 드라마’
구원자 게임 · 131
-‘너를 위해 한 일인데’ | ‘단지 돕고 싶었을 뿐이야’ | ‘난 항상 네 편일거야’ | ‘우린 모두 한 배를 탔어’
2부 ‘그 사람’과의 신경전 끝내기
8 혹시 내가 문제는 아닐까? · 139
사소하게 시작해서 목숨 걸고 싸운다 · 140
무대에서 내려오기 · 143
유쾌한 가학 · 147
보복을 조심하라 · 148
9 습관적 다툼을 끝내는 심리 처방 · 150
오해는 하나씩 푼다 · 150
갈등이 불거졌을 때는 6시간 후 행동에 나선다 · 151
당사자와 직접 말하라 · 152
사실에만 입각하라 · 153
적당한 선과 예의를 지켜라 · 154
나를 보살피고 나의 욕구에 귀를 기울이자 · 155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될 것 · 155
10 어떻게 역할에서 벗어날 것인가? · 157
만약에 내가 · 157
-피해자라면 | 박해자라면 | 구원자라면
만약에 상대가 · 160
-피해자라면 | 박해자라면 | 구원자라면
11 도와주고도 욕먹는 당신이라면 · 169
정확히 원하는 게 뭐죠? · 170
도움에는 늘 마감기한이 있어야 한다 · 171
정당한 보상이 필요하다 · 172
도움은 절반만 · 173
자, 이제 물고기를 잡아 보라고! · 174
12 난 이제 네가 힘들지 않아 · 178
떡밥을 피하라 · 179
자기 약점을 보호하라 · 182
자동 반응 프로그램을 제거하라 · 183
어떤 역할을 떠맡지 마라 · 186
덫을 제거하라 · 187
-빤한 전개를 말로 표현해 보라 | 다른 버전을 제시하라 | 쟁점들을 명명하라 | 무의식의 수준까지 거슬러 올라가라
극적 반전에 맞서서 · 189
돌이켜 보고 학습하라 · 191
나오는 글 | 아, 미안, 다시 말해 볼게! · 194
참고문헌 · 199
신경언어학, 에릭슨 최면요법, 교류분석 등을 공부하고 심리치료사, 자기계발 강사,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인간관계에 특히 관심을 갖고 15년 이상 모든 종류의 인간관계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조종을 다루어왔으며 실제적이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저서들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지은 책으로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Je pense trop』 『교육을 위한 이해와 소통』 『승리의 시나리오를 써라』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우라』 『굿바이 심리 조종자』 등이 있으며, 최근 『심리 조종자의 아이들』을 출간하기도 했다.
프랑스 국영방송 및 지역 방송에 출연하고 여러 매체에 칼럼을 쓰는 등 활발한 활동을 통해 독자와 청중 들을 만나고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불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랭스 대학교에서 공부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유혹의 심리학』, 『나르시시즘의 심리학』, 『욕망의 심리학』, 『비합리성의 심리학』, 『안고 갈 사람, 버리고 갈 사람』, 『굿바이 심리 조종자』,『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등 다수의 심리학책을 번역했고, 『아프리카 술집, 외상은 어림없지』, 『설국열차』 등의 소설을 우리말로 옮겼다.
2016년 10월 7일 한국경제 고재연 기자의 <천재와 괴짜들의 일본 과학사> 서평 기사 노벨상 22명 일본 과학, 그 뒤엔 '욱일기 그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