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편지

기사의 편지

인생을 홀로 헤쳐 가야 할 이들에게 건네는 스무 가지 전언

저자 : 에단 호크 / 그린이 : 라이언 호크 / 역자 : 전미영
분야 : 자기계발/재테크
출간일 : 2017-04-07
ISBN : 9788960515901
가격 : 12,000원

미국의 영화배우이자 감독이며 작가로서 무게감 있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에단 호크가 세상의 모든 부모와 자녀에게 들려주는 가슴 따뜻한 우화. 1483년 겨울, 영국 콘월 지방의 기사 토머스 레뮤얼 호크 경은 험난한 전투를 앞두고 있다. 자신이 살아 돌아오지 못할 것을 염려한 그는 출전하기 전날 밤, 사랑하는 네 자녀에게 자기가 익혀 온 삶의 교훈을 담은 편지를···

책소개

인생을 홀로 헤쳐 가야 할 이들에게 건네는 스무 가지 전언

미국의 영화배우이자 감독이며 작가로서 무게감 있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에단 호크가 세상의 모든 부모와 자녀에게 들려주는 가슴 따뜻한 우화. 1483년 겨울, 영국 콘월 지방의 기사 토머스 레뮤얼 호크 경은 험난한 전투를 앞두고 있다. 자신이 살아 돌아오지 못할 것을 염려한 그는 출전하기 전날 밤, 사랑하는 네 자녀에게 자기가 익혀 온 삶의 교훈을 담은 편지를 쓴다. 토머스는 천방지축 소년이었던 자기가 덕망 높은 기사인 외할아버지의 종자로 들어가 기사로 성장하며 겪은 사건과 일화를 풀어내면서, 겸손, 협력, 사랑, 믿음, 우정, 용기 등 할아버지에게서 배운 20가지 ‘기사의 규칙’을 이야기한다. 에단 호크는 개인적 체험뿐만 아니라 아메리카 원주민 우화며 중국 고사, 불교 설화 같은 옛이야기를 재구성한 에피소드들을 솜씨 있게 엮으며 중세의 기사도를 재해석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다른 사람들 및 세상 만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이 지녀야 할 가치들을 다시금 일깨운다.

<차례>

서문

1483년 콘월 ― 사랑하는 내 아이들, 메리로즈, 레뮤얼, 스베닐드, 아이다메이에게

I. 고독 ― 고요한 침묵 속에서 우리는 내면의 영원을 감지할 수 있다.

II. 겸손 ― 네가 기사라는 걸 절대 밝히지 마라. 그저 기사답게 행동해라.

III. 감사 ― 삶이 주는 선물에 대한 현명한 반응은 오직 감사뿐이다.

IV. 자부심 ― 최상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야말로 최상의 존경을 표하는 길이다.

V. 협력 ― 형제로서 협력하든지 바보들이 되어 공멸하든지 둘 중 하나다.

VI. 우정 ― 네 삶의 질은 네가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선택한 이들에 의해 결정된다.

VII. 용서 ― 다른 사람들에게서, 그리고 너 자신에게서 가장 좋은 면을 보아라.

VIII. 정직 ― 우리를 자라게 만드는 물, 빛 그리고 흙이 진실이다.

IX. 용기 ― 빛을 내려면 불에 타는 것을 견뎌야 한다.

X. 품위 ― 품위는 변화를 수용하는 능력이다.

XI. 인내 ― 기사는 시간을 우군으로 만든다.

XII. 정의 ― 진정한 기사는 항상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싸운다.

XIII. 넉넉함 ― 검약하라. 그러면 넉넉해질 수 있다.

XIV. 수행 ― 탁월함은 세부 사항에 주의를 기울이는 데서 나온다.

XV. 전념 ― 운은 설계에서 비롯된다. 한결같음을 유지해라.

XVI. 말 ― 기사는 확신하지 않는 소식을 퍼뜨리지 않는다.

XVII. 믿음 ―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덜 알 필요도 있다.

XVIII. 평등 ― 기사는 남에게 상처를 입히는 행동이나 말을 멈추게 만든다.

XIX. 사랑 ― 넘치는 사랑이 움직일 수 없는 장애물은 없다.

XX. 죽음 ― 기사는 삶이 자신에게 준 것에 감사한다.

마흔네 갈래 뿔 붉은 사슴의 발라드

 

기사들에게 바치는 감사의 말

그림 목록

 

<내용: 본문 맛보기>

아이다, 1월 15일 오늘 너는 겨우 네 살이다. 내가 두려워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너는 아버지에 관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게 되겠지. 그것이 가장 가슴 아프다. 네 오빠와 언니들 역시 저를 꾸짖거나 격려하는 키 큰 사람으로만, 잠결에 들은, 네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는 목소리로만 나를 기억하겠지. 근래 십 년 정도를 나는 너무 일에만 몰두했고, 너무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너희의 어린 시절을 고스란히 놓친 것 같아 마음이 몹시 아프다. 너희가 성장하면, 시간을 두고, 더 의미 있는 방식으로 너희와 내가 서로를 알아 가기 바랐건만.

오늘 밤 나는 중요한 이야기와 사건, 그리고 내 삶의 중요한 순간들을 들려주려 한다. 그 가르침이 너희 마음 깊숙한 곳 어딘가에 뿌리를 내리고, 내 경험이 너희에게 거름이 될 수 있도록.

_ 「1483년 콘월―사랑하는 내 아이들, 메리로즈, 레뮤얼, 스베닐드, 아이다메이에게」 중에서, 15~16쪽

수련 첫해 가을에 나는 지독한 치통을 앓았다. 그 와중에 오후 내내 들판에서 땀을 흘리며 할아버지와 함께 말 울타리를 만들었다. 나는 이가 쿡쿡 쑤시는 걸 참으며 구덩이를 파기가 너무 힘들다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커다란 망치를 휘두를 때마다, 딱딱한 땅에 말뚝을 박을 때마다, 입이 터져 버릴 것처럼 아프다고 짜증을 냈다. “이가 이렇게 지끈거리지만 않는다면 모든 게 완벽할 텐데 말이에요. 즐겁게 일할 수도 있고요.”

몇 달이 지났다. 겨울에 할아버지와 나는 다시 목공 일을 했다. 뒤뜰 헛간에서 낡은 마구간을 손보았다. 나는 아침 내내 강추위를 저주하면서 손가락이 얼어 아예 느낌이 없다고 불평했다. 그러자 할아버지가 물었다. “이가 아픈 건 어떠냐?”

“이야 괜찮죠.”

할아버지가 씩 웃었다. “그렇다면 오늘은 분명 완벽한 날이 아니냐!”

_ 3장 「감사」 중에서, 41~42쪽

 

잊지 마라, 친구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 주려 할 필요는 없다. 친구는 네가 너 자신에게 충실하기 때문에 너를 좋아하는 것이지, 자기에게 동의해 주기 때문에 좋아하는 게 아니다. 과장된 몸짓을 삼가라. 우정의 정수는 일상적인 활동 속에서 벼려진다. 항상 차분함을 유지하는 기사와 숙녀는 혼란스러운 시기에 믿을 만한 동행이 된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기쁜 일이 생겼을 때 달려가 그 소식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좋은 친구다.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친구가 상처받거나 슬픔에 잠겼을 때 힘을 주는 건 오히려 쉬울 수 있다. 큰 행운이 네가 아니라 친구에게 갔을 때 진심으로 친구를 지지하기가 훨씬 힘들다는 것을 언젠가 너희도 알게 될 것이다.

워릭 백작이 패배하고 물러난 뒤에 나는 국왕 훈장을 받았다. 그때 가장 먼저 달려와 나를 번쩍 안아 올린 사람이 리처드 경이었다. 큰 소리로 웃는 그의 붉은 얼굴은 진정한 기쁨으로 빛났다.

_ 6장 「우정」 중에서, 61~62쪽

나이를 먹으면서 노화를 두려워하지 마라. 활짝 핀 장미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은 두 번 다시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미 봉오리도, 가을의 짙은 장미 꽃잎도 역시 아름답다. 시간은 흘러가기 때문에 귀중한 것이다. 아름다움에만 집착하는 젊은이는 내면의 진지한 탐색을 추구하는 길에서 벗어나기 쉽다.

청춘의 피상적 아름다움을 내주고 더 중요한 것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우리의 삶은 영적 세계를 위한 준비 과정이다. 얼굴의 주름은 허영심의 껍질에 간 금이다. 영혼의 비상을 위해 우리의 허영심은 가루가 되어야 한다.

_ 10장 「품위」 중에서, 90~91쪽

리처드 경과 나는 기근이 든 스코틀랜드 북부에 파견된 적이 있었다. 가뭄, 전쟁, 질병으로 집을 잃은 난민 수백 명이 선교사들이 만든 캠프에 살고 있었다. 거기서 나는 전에는 몰랐던 빈곤의 실체와 대면했다. 그들이 사는 곳은 불결하기 짝이 없었으며 죽음의 냄새가 진동했다. 진흙, 오물, 해충, 그리고 절망이 우물들과 마른 강바닥에 켜켜이 쌓인 듯했고, 가장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말을 타고 지나치는데 굶주린 아이가 우리를 올려다보았다. 리처드 경은 알렉산드라가 만들어 준 달콤한 빵을 아이에게 건넸다. 우리의 예상과 달리 아이는 허겁지겁 먹어 치우지 않았다. 빵을 조심스레 들고 두 동생에게 달려가 세 조각으로 나누었다. 그처럼 심오하고 단순한 넉넉함을 나는 본 적이 없다. 그 굶주린 어린 소년에게 나는 동정이 아니라 감동을 느꼈다. 내 인성이 그 소년처럼 시험대에 오른 적은 없었으나 혹시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도 그처럼 고결하게 행동하기를 바랐다.

_ 13장 「넉넉함」 중에서, 108~109쪽

너의 검은 날카롭게 갈려 있고, 균형이 잡혀 있고,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아야 한다. 너의 발은 안장의 등자에 부드럽게 미끄러져 들어가야 한다. 맨 먼저 도착하고 맨 마지막에 떠나라. 훈련, 체계, 명령 속에서 너는 오히려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이런 종류의 자유 속에서는 무슨 일이든 가능하다. 그렇지 않다면 말에 안장을 얹는 데만 하루 종일 걸릴 것이다.

_ 14장 「수행」 중에서, 115쪽

기사는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자기 마음과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가짜 애정을 조심해라. 그런 것은 결코 필요하지 않다. 남들을 기쁘게 해 주려 하지 말고 진실함으로 최대의 존경을 표해라. ‘사랑’은 말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행동이다.

사랑을 욕망이나 집착과 혼동하는 흔한 실수를 저지르지 마라. 열정이 과도하면 의심해라. 지나친 열정은 사랑을 일종의 병으로 만든다. 와인도 과음하면 몸에 나쁘다. 사랑한다는 것은 애정을 기울이는 대상에게 행복을 주는 것이다. 사랑은 책임감 있고 안전하다. 사랑 속에는 보살핌이 있다.

_ 19장 「사랑」 중에서, 155~156쪽

<출판사 리뷰>

에단 호크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들려주는 가슴 따뜻한 우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1989)에서 키팅 선생(로빈 윌리엄스 분)의 파격적이고 열린 교육을 통해 눈을 떠 나가는 풋풋한 고등학생 토드를 연기하며 우리에게 이름을 알린 에단 호크.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에도 몇 차례 오른 바 있는 실력파 배우로서 30여 년간 활약을 펼쳐 온 그의 또 다른 직업은 작가이다. 어린 시절부터 작가가 되기를 꿈꾸어 왔던 호크는 자신이 주연을 맡았던 <비포 선라이즈> 3부작 중에서 <비포 선셋>(2004)과 <비포 미드나잇>(2013)의 시나리오 집필에도 참여하여 아카데미 각색상 수상자 후보로 두 차례 물망에 올랐다.

배우 활동을 잠시 멈추고 뉴욕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기도 한 호크가 1996년에 발표한 첫 번째 소설 『이토록 뜨거운 순간(The Hottest State)』은 자전적인 내용을 담은 작품으로, 『뉴욕 타임스』는 “젊은 날의 혼란을 잘 표현한 수작”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두 번째 소설 『웬즈데이(Ash Wednesday)』(2002) 또한 “통렬하게 가슴을 저미면서 단숨에 읽게 만드는 작품”(『가디언』)이라는 호평을 받으면서, 호크는 재능 넘치는 작가로서 입지를 굳혀 왔다.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작가 에단 호크의 세 번째 책 『기사의 편지』는 아내와의 대화에서 비롯되었다. 2015년 9월 『뉴요커』지와의 인터뷰에서 호크는 10여 년 전 어느 날,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규칙을 주제로 아내와 나눈 이야기를 통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밝혔다. 이를테면 저녁 8시 잠자리에 들기 같은 지극히 평범한 것에서 시작해 온갖 지침이 거론되었고, 그러다가 자신이 정말 옳다고 생각하는 삶의 덕목은 무엇인가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한편 기사도에 늘 흥미를 느껴 왔던 호크는 마침내 자신의 상상의 조상인 어느 중세 기사를 주인공으로 한 우화집 『기사의 편지』를 구상하기에 이르렀다. 자녀들 앞에서 이런 윤리를 직접 입으로 꺼내면 자칫 따분한 설교처럼 들릴 수 있기 때문에, 삶의 지혜를 아이들에게 전하려면 흥미로운 이야기를 짓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기사의 편지』에서 에단 호크는 기사의 피나는 수련과 치열한 전투, 시끌벅적한 결혼식 피로연, 동료와의 진한 우정 등에 얽힌 일화 속에서 우리 인생에 꼭 필요한 가르침을 이끌어 내는 데에 탁월한 솜씨를 보여 준다. 그는 자신의 개인적 체험뿐만 아니라 아메리카 원주민 우화며 중국 고사, 불교 설화 같은 옛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재구성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중세의 기사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열일곱 살 철부지 소년이 기사로 성장하며 깨닫는 삶의 진리

 

1483년 겨울, 영국 콘월 지방의 기사 토머스 레뮤얼 호크 경은 코더 영주와의 험난한 전투를 앞두고 있다. 자신이 살아 돌아오지 못할 것을 염려한 그는 출전하기 전날 밤, 사랑하는 네 자녀에게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부닥치게 될 혼란과 위기를 헤쳐 가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자기가 지금껏 익혀 온 삶의 교훈을 담은 편지를 쓴다.

토머스는 10대 소년 시절 또래들과 몰려다니며 음주와 싸움을 일삼는 천방지축 말썽꾼이었다. 그러는 중에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삶의 위기를 알리는 목소리가 점점 커져 간다. 마침내 극심한 혼란에 빠져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된 소년은 현명한 기사로 이름난 외할아버지를 찾아가 가르침을 청하고 기사가 되기 위한 수련을 시작하게 된다. 할아버지를 따라다니며 검술을 닦고 전투를 치르면서 겪는 크고 작은 사건을 통해 서서히 토머스는 기사로 성장해 간다.

토머스 레뮤얼 호크 경의 편지는 겸손, 협력, 사랑, 믿음, 우정, 용기 등 모두 20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7장 ‘용서’는 다음과 같은 경구로 시작된다.

쉽게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친구가 많지 않다. 다른 사람들에게서, 그리고 너 자신에게서 가장 좋은 면을 보아라.

그러고 나서 자기와 아내가 길에서 어느 어린 귀족을 마주쳤던 일화를 들려준다. 그 귀족의 무례한 언동을 잊지 못해 계속 언짢은 말을 내뱉는 토머스에게 아내가 마침내 일침을 가한다. “나는 그 아이를 몇 시간 전에 내려놓고 왔는데 당신은 여전히 안고 있군요.”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또 다른 배움의 과정이다

이렇듯 토머스는 편지 속에서 자신이 저지른 실수라든가 한때 품었던 그릇된 마음을 아이들에게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런가 하면 요크 여공작을 향한 짝사랑에서 비롯된 쓰라린 상처를 극복하고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던 과정을 차분한 어조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토머스는 이제 성숙한 기사이지만, 그럼에도 두려움 같은 나약한 면을 아직 떨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애써 숨기지 않는다. 그는 실패를 통해 성장한다는 것의 의미를 잘 알고 있으며, 편지를 쓰면서 가르침을 전하는 순간에도 자기가 새로운 가치를 깨닫고 배워 간다는 것에 감사를 느낀다.

일찍이 토머스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던 외할아버지 또한 마찬가지다. “할아버지는 볼일을 보러 말을 타고 가는 도중에 내게 이야기하는 걸 즐겼다. 어찌 보면 나를 가르치면서 동시에 자신을 가르치는 듯했다.” 지혜와 덕이 충만하던 할아버지 역시 죽는 순간까지도 아직 완성되지 못한 존재였다.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것을 두려워한 할아버지가 밤새 거친 바다를 바라보다 만물을 변함없이 품어 주는 우주의 섭리를 깨닫는 과정은 죽음이 곧 삶의 완성임을 우리에게 역설한다. 이어 토머스가 네 아이들이 모래사장에서 천진난만하게 뛰놀던 장면을 회상하는 가운데, 죽음과 삶이 이어지는 생명의 순환 속에서 싹트는 또 다른 희망을 보여 주며 편지는 마무리된다.

진정한 기사는 전사라기보다 조화와 균형을 추구하는 인간

토머스가 이 편지 속에서 열거하는 20가지 덕목들을 관통하는 또 다른 가치는 ‘조화와 균형’이다. 할아버지와 자기가 적어 둔 규칙들이 마치 고정된 진리인 양 따르지 말고, 모든 일에는 반대되는 측면이 존재하니 두 가지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잡으라는 말이다. 10장 ‘품위’의 첫머리에서 그는 품위란 바로 변화를 수용하는 능력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마음을 열고 유연해질 것을 아이들에게 권한다.

 

습관, 틀에 박힌 행동, 그리고 지나친 일관성은 우리의 정신을 마비시키고 잠에 취한 듯 살게 만든다. 그대로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든 것은 지나가고, 모든 것은 변화한다. 하지만 너무 많이 움직이지는 마라. 사과나무는 너무 자주 옮겨 심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항상 성을 새로 짓는 기사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이는 일견 모순된 충고로 보일지 모른다. 변화의 필연성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한결같음을 유지하라는 것이므로. 하지만 상반되는 듯 보이는 두 가지 진실을, 한 손에 하나씩 들고 두 가지 모두 편안하게 지녀야 할 때도 있다. 자연은 상반된 것들로 균형을 창조한다. 우리에게는 태양과 비, 빙하와 사막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내면의 토대를 깊고 튼튼하게 다지는 한편 변화의 필연성을 수용해야 한다.

토머스는 이런 조화로운 태도를 체화한 인물로 자신의 절친한 벗 리처드 휴스 경을 꼽는다. 6장 ‘우정’에서 그는 리처드의 품성을 이렇게 소개한다. “리처드 경은 엘리트의 지위를 누리면서 동시에 땅의 소금 역할을 했다.”

만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이 지녀야 할 가치

그와 동시에 토머스는 진정한 우정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면서 친구를 위해서라도 내면을 더욱 갈고닦으라고 충고한다.

친구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 주려 할 필요는 없다. 친구는 네가 너 자신에게 충실하기 때문에 너를 좋아하는 것이지, 자기에게 동의해 주기 때문에 좋아하는 게 아니다. 과장된 몸짓을 삼가라. 우정의 정수는 일상적인 활동 속에서 벼려진다. 항상 차분함을 유지하는 기사와 숙녀는 혼란스러운 시기에 믿을 만한 동행이 된다.

이렇게 다져진 우정과 사랑은 한편으로 불굴의 ‘용기’(9장)를 쏟아 내는 원천이 되기도 한다. 마을을 약탈하려는 도적단에 대비해 남쪽 전초 기지를 지키던 토머스와 리처드는 마침내 습격을 받고 한동안 단둘이서 침략자들을 저지하게 된다. 도적들이 몰고 온 사나운 개 떼에게 물어뜯기면서도 흐트러짐 없이 불화살을 쏘아 봉수대에 불을 붙이고 지원군을 부르는 데 성공한 리처드에게 토머스는 그 비결이 무엇이었는지 묻는다.

“사실은 말이야, 토머스… 자네를 위해 그렇게 한 거야. 내가 불을 붙이지 못하면… 자네는 죽은 목숨이었어. 나는… 나는 자네를 좋아해!”

훗날 그는 심한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비결을 이전에 배웠다고 내게 말했다. “너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서 하라”는 것이었다.

“자네 조부는 우리에게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라고 항상 말씀하시지. 하지만 나는 두려움을 느낄 때면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를 생각한다네.”

토머스가 편지를 통해 어린 자녀들에게 전하는 삶의 규칙은 바로 외할아버지가 가르쳐 준 것인 동시에 자신이 직접 세상과 부딪치며 깨달은 지혜다. 20가지 ‘기사의 규칙’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면서 토머스는 다른 사람들, 나아가 세상 만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서 인간이 지녀야 할 불멸의 가치들을 다시금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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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역자소개

저자 : 에단 호크

미국의 배우이자 감독, 소설가, 시나리오 작가. 1970년 텍사스 주 오스틴에서 태어났다. 학창 시절에는 연기 수업을 받는 한편 작가를 꿈꾸던 문학 소년이기도 했다. 카네기멜런대학교에 입학해 연기를 공부하던 그는 1989년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풋풋한 미소년 토드로 등장하며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그 후 <트레이닝 데이>(2001)와 <보이후드>(2014)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두 번 오르는 등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여 왔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 선라이즈> 3부작의 주인공으로 활약했으며, 그중 <비포 선셋>(2004)과 <비포 미드나잇>(2013)의 시나리오 집필에 참여하여 두 차례 모두 아카데미 각색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면서 작가로도 두각을 드러냈다. 배우 활동을 잠시 멈추고 뉴욕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기도 한 호크는 소설 『이토록 뜨거운 순간』(1996)과 『웬즈데이』(2002)를 발표하여 평단의 호평을 얻었다. 첫 번째 소설을 영화화한 <이토록 뜨거운 순간>에서는 직접 메가폰을 잡는 동시에 주인공의 아버지로 출연하기도 했다.  세 번째 책 『기사의 편지』에서 에단 호크는 자신의 개인적 체험뿐만 아니라 아메리카 원주민 우화며 중국 고사, 불교 설화 같은 옛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재구성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중세의 기사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주인공 토머스 레뮤얼 호크 경과 똑같이 네 자녀를 둔 에단 호크의 사랑이 진하게 묻어 나오는 이 작품의 일러스트는 아내 라이언 호크가 그렸다.  

그린이 : 라이언 호크

역자 : 전미영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정치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헤럴드경제』 등에서 기자 생활을 했으며, 푸르메재단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전문번역가로 좋은 책을 찾고 번역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초등학생이 꼭 알아야 할 경제 이야기』를 썼고 『다크 플랜』 『사랑받지 못한 어글리』 『오일카드』 『자기신뢰』 『부모가 알아야 할 장애 자녀 평생 설계』 『숏버스』 』『조금 달라도 괜찮아』『긍정의 배신』』『오! 당신들의 나라』『희망의 배신』『무언의 속삭임』등 다수의 책을 번역했다.

미디어속 부키 책

[연합뉴스] [신간] 모리스 마테를링크 선집·기사의 편지

2017년 4월 13일 연합뉴스 김계연기자의 <기사의 편지> 서평기사  [신간] 모리스 마테를링크 선집·기사의 편지

[매일경제] `작가` 이선 호크가 말하는 20가지 덕목

2017년 4월 13일 매일경제 김시균기자의 <기사의 편지> 서평기사 `작가` 이선 호크가 말하는 20가지 덕목

[노컷뉴스] 에단 호크 우화, `기사의 편지

2017년 4월 16일  노컷뉴스 김영태 기자의 <기사의 편지> 서평기사 에단 호크 우화, '기사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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