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게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 이겠지만

죽는 게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 이겠지만

통계와 역사에 문학과 과학이 버무려진 생의 마지막 풍경

저자 : 하이더 와라이치 / 역자 : 홍지수
분야 : 인문/교양
출간일 : 2018-11-27
ISBN : 9788960516687
가격 : 18,000원

“생이 끝날 때까지 잘 사는 법”은 무엇일까   삶의 막바지에 다다라서야 환자들은 ‘설마 내가, 설마 지금’이라는 생각밖에 떠올리지 못한다. 환자의 가족들은 사랑하는 이가 중환자실에 입원해 온갖 장치를 몸에 연결하고서야 비로소 죽음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많은 사람들이 현대 의술의 도움을 받아 약...

책소개

통계와 역사에 문학과 과학이 버무려진 생의 마지막 풍경

“생이 끝날 때까지 잘 사는 법”은 무엇일까

 

삶의 막바지에 다다라서야 환자들은 ‘설마 내가, 설마 지금’이라는 생각밖에 떠올리지 못한다. 환자의 가족들은 사랑하는 이가 중환자실에 입원해 온갖 장치를 몸에 연결하고서야 비로소 죽음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많은 사람들이 현대 의술의 도움을 받아 약이나 새로운 장비로 무장한 채 죽음에 맞서지만 이는 단지 죽음을 지연시키고 죽는 과정을 연장시킬 뿐이다. 죽음이 싸워 이겨야 할 적이라면 우리는 그 적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 나누고 더 잘 알아야 한다. 하지만 “환자의 가족은 삶에 대해 나보다 훨씬 아는 게 많았지만 죽음에 대해서는 너무나 아는 게 없었다.” 이것이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이자, 우리 모두와 나누고자 하는 메시지다.

이를 위해 저자는 다년간의 연구와 현장 경험, 환자 및 가족, 의사, 간호사, 학자와 나눈 인터뷰, 풍성한 참고 자료와 사례를 바탕 삼아 의학, 과학, 역사, 종교, 법, 정책과 제도, 통계, 문학 등 방대한 분야를 넘나들며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대한 대화로 우리를 이끈다. 염색체 DNA와 세포에서부터 중환자실, 법정, 의료 현장, 언론, 대중, 인터넷, 세속의 관습과 신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오가는 이 여정 속에서 우리는 오늘날 죽음과 죽어감의 새로운 풍경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장수와 노화, 집이 아닌 병원과 요양원에서의 죽음, 심폐소생술과 뇌전도가 바꿔놓은 죽음의 정의, 의사와 환자의 권한, 살 권리와 죽을 권리, 신앙과 연명치료, 간호인과 의료대리인, 생전 유서와 안락사, 죽음 긍정 운동과 임종 인터넷 생중계가 때로는 가슴을 흔드는 이야기로, 때로는 냉철한 비판의 목소리로 펼쳐진다.

임종을 눈앞에 둔 환자를 보며 저자는 수없이 묻는다. “무엇이 그를 죽음에 이르게 했을까? 병원에 입원하기 전에 그의 삶은 어땠을까? 그의 죽음을 막을 방법이 있었을까? 그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달리 취할 만한 조치가 있었을까?” 그리고 이 모두는 저자가 계속 되묻는 한 가지, “한 생명이 겪는 가장 큰 상실이 어떻게 하면 바람직한 것이 될 수 있을까?”로 수렴된다. “생이 끝날 때까지 잘 사는 법”은 무엇일까? 이 책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깊은 성찰로 우리를 안내한다.

 

죽음보다 더 끔찍한 연명과 ‘죽을 권리’

 

1800년 무렵 인류의 평균연령은 겨우 20대 후반이었다. 그러던 것이 19세기 중반부터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해 150년 만에 80세로 증가했다. 마취의학, 항생제, 진통제, 예방접종, 외과 수술, 인공호흡, 심폐소생술, 장기이식 등 현대 의학의 눈부신 발전 덕분이었다. 이처럼 수명 연장에서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지만 그 대가 또한 명백하다. 심장질환, 당뇨, 알츠하이머병 등 만성질환을 앓으면서 무기력하게 목숨을 이어가야 하는 햇수가 갈수록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만성질환이 증가하면서 인간의 죽음은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겪게 되었다. 대부분의 죽음은 이제 더 이상 갑자기 닥치는 재앙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질질 끌면서 서서히 소진해가는 과정이 되었다. 한 논문의 저자들은 심지어 이렇게까지 말했다. “다윈 이후의 시대에는 새로운 생물학적 현상이 생겨났다. 바로 ‘적자생존’이 아니라 ‘가장 부적격한 자의 생존’이다.”

오늘날 달라진 죽음의 풍경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측면은 죽는 장소다. 이제 죽음을 앞둔 사람들 대부분이 자기 집에서 내몰리면서 이웃과 지역공동체로부터 유배당한다. 사람들은 노쇠하면 병원 진찰 일정과 입원이 점점 일상을 지배하면서 더욱더 독립성을 잃고 속박당한다. 압도적 다수의 사람들이 집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쪽을 선호하지만, 병간호에 점점 손이 많이 가면 환자들은 마음을 고쳐먹는다. 그리하여 이제 죽음은 가장 무기력한 상태에 처한 채 병원, 요양원, 호스피스 시설 같은 바깥 사회와 격리된 곳에서 맞는 사건이 되어 버렸다.

현대 의학은 인간이 생존할 능력을 강화해주는 동시에 세상을 떠날 권리를 침해하기 시작했다. 과학기술 덕분에 복잡한 전문지식을 갖춘 의사들은 매우 오만해졌고, 의료계에는 권위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인 정서가 판을 쳤다. 1975년 이런 부당한 관행을 전면적으로 변화시킨 ‘캐런 앤 퀸런 사건’이 일어났다. 스물한 살의 여성 캐런은 호흡이 멈춰 병원으로 실려 갔다. 몇 달 만에 그녀는 뼈만 남은 앙상한 몸으로 의식 불명 상태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병실에 누워 있었다. 그녀의 부모는 딸의 호흡기를 그만 떼달라고 요청했지만 의사들이 거부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하급심 고등법원은 의사들 손을 들어주었다. 퀸런 부부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 대법원은 다른 문제에서는 하급심과 의견이 같았다. 그러나 ‘환자의 권리’ 문제에서만은 달랐다. 대법원은 아버지의 후견인 지위와 환자의 사생활권을 인정하고 만장일치로 연명치료를 중단하라고 판결 내렸다. 캐런은 인공호흡기를 떼어낸 후 10년이나 더 살다가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 사건은 오늘날 ‘죽을 권리’라고 알려진 사회운동의 시발점이 되었으며, 환자가 공식적으로 주치의와 의논하고 ‘소생술 거부’ 지시를 직접 내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현재 ‘기적의 기술’로 여겨지는 심폐소생술을 원하는 환자가 점점 줄고 있다. 받아도 소용없을까 봐서가 아니라 어설프게 효과를 발휘할까 봐 두려워서다. 심폐소생술을 받는 환자는 뇌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한 환자는 저자에게 이렇게 털어놓았다.

“선생님, 내 심장이 멈추면 그냥 보내주세요. 죽음보다 더 끔찍한 상태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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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역자소개

저자 : 하이더 와라이치

의사, 작가, 임상 연구자. 2009년 파키스탄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2010년 미국으로 가 하버드의학대학원 강사와 같은 대학교 부속 베스 이스라엘 디커니스 병원에서 내과 레지던트로 근무했다. 현재 듀크대학병원에서 심장학 전임의로 일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가디언》 《애틀랜틱》 《LA타임스》 《보스턴글로브》 등에 보건 정책에서부터 의사와 환자 간 일상 상호 작용에 이르기까지 의료 전반에 관한 칼럼을 활발히 기고하고 있다. CNN, PBS, FOX, BBC Radio, NPR 등 방송에도 출연했으며 임상 연구자로서 《뉴잉글랜드의학저널》 《미국의사협회저널》 《랜싯》 등 의학 학술지에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해왔다.

역자 : 홍지수

연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KBS에서 뉴스 앵커로 일하면서 한국외국어대 통번역 대학원을 졸업했다. 졸업 후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국제학 대학원과 하버드 대학교 케네디 행정대학원에서 각각 국제무역과 환경정책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정부의 정보통신부 차장, 리 인터내셔널 무역투자연구원 이사로 일했다. 2008년부터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월든/시민불복종》《고령화 시대의 경제학》《자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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