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멘이 과학이라면

라멘이 과학이라면

미식 호기심에 지적 허기까지 채워 주는 한 그릇의 교양

저자 : 가와구치 도모카즈 / 역자 : 하진수
분야 : 과학/기술
출간일 : 2019-4-30
ISBN : 9788960517134
가격 : 15,000원

읽고 나면 배 속도 머릿속도 든든해진다! 라멘은 명실상부 일본의 국민 음식이다. 일본 전역에 약 5만 개의 라멘 전문점이 성행하고, 연간 생산되는 인스턴트 라멘은 약 56억 개에 달한다. 하지만 이러한 라멘의 인기는 일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 세계에서 1년 동안 소비되는 인스턴트 라멘의 수는 무려 약 977억 개다.(본문 164쪽) ‘···

책소개

미식 호기심에 지적 허기까지 채워 주는 한 그릇의 교양

읽고 나면 배 속도 머릿속도 든든해진다!

라멘은 명실상부 일본의 국민 음식이다. 일본 전역에 약 5만 개의 라멘 전문점이 성행하고, 연간 생산되는 인스턴트 라멘은 약 56억 개에 달한다. 하지만 이러한 라멘의 인기는 일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 세계에서 1년 동안 소비되는 인스턴트 라멘의 수는 무려 약 977억 개다.(본문 164쪽)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요리’를 선정하는 CNN의 설문 조사(2011년)에서 라멘은 8위에 이름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맛집과 고급 식당을 제치고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한 개의 평가를 받은 라멘 가게도 있다.

한국의 ‘라면 사랑’도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물론 한국의 라면은 주로 인스턴트 라면을 가리킨다는 차이가 있지만). 세계라면협회의 통계(2015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한 해 동안 약 75개의 라면을 먹었다. 2위가 50개의 인도네시아, 3위가 43개의 일본, 4위가 35개의 중국이었으니 압도적인 라면 소비량을 자랑하는 셈이다.

이처럼 라멘은 일본과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근사하고 인기 있는 메뉴 중 하나다. 일본의 대표적인 과학 커뮤니케이터, 가와구치 도모카즈도 라멘을 즐겨 먹는 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라멘이 이토록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니, 근본적으로 도대체 라멘은 왜 맛있는 걸까?’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재료를 많이 사용하면 할수록 국물 맛이 좋아질까? 꼬들꼬들한 면과 푹 익힌 면 중 국물과 더 어울리는 쪽은? 미지근한 라멘도 맛있을까? 술을 마시면 왜 라멘이 더 당길까? 화학조미료를 사용한 라멘은 정말 몸에 해로울까?’ 등등.

그는 이 질문의 답을 구하기 위해 유명 라멘 가게들과 라멘 박물관을 찾아가 맛을 보았고, 라멘 제조 회사와 제면·제분 회사를 방문해 직접 라멘을 만들어 보았으며, 대학 연구소와 라멘 관련 협회들에서 실험과 분석을 실시했다. 또한 수십 년 경력의 라멘 가게 사장과 영양사, 맛 칼럼니스트, 연구원, 라멘 회사 직원, 라멘 오타쿠 등 각계각층의 전문가를 인터뷰하여 생생한 목소리를 더했다. 라멘 맛의 비밀을 풀기 위해 물리학·식물학·재료 공학·분자생물학·뇌신경학·언어학·AI·빅데이터 분석 등을 활용했고, 라멘을 만드는 사람·먹는 사람·파는 사람·거부하는 사람을 이해하고자 라멘에 얽힌 역사, 경제, 사회, 문화, 심리학, 인류학 등 다양한 학문을 살펴보았다.

이처럼 《라멘이 과학이라면》은 면과 국물 속에 숨은 과학 원리와 인문 상식을 통해 라멘과 관련된 다채로운 호기심과 궁금증, 오해와 진실을 속속들이 파헤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독자들의 지적 허기를 채워 주는 흥미진진한 교양서이자 라멘 마니아를 위한 탁월한 미식 탐구서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저자 특유의 유머러스한 서술과 비전공자의 눈높이에 맞춘 설명으로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폭넓은 연령대의 독자를 아우르고 있다.

 

라멘이 맛있는 이유는 인간의 생존과 직결된다!

국물 맛을 결정하는 제5의 미각, 감칠맛의 비밀

일본의 라멘 마니아와 오타쿠는 주문한 라멘이 자기 앞에 놓이는 것을 두고 ‘영접’이라고 표현한다.(본문 19쪽) 자, 그럼 우리가 푸짐한 라멘 한 그릇을 ‘영접’했다고 상상해 보자. 가장 처음 무엇을 할까? 물론 뜨끈한 김에 서린 향을 맡거나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을 음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십중팔구는 국물부터 맛보지 않을까?

수많은 라멘 가게가 돼지·닭·소·양의 뼈와 고기, 멸치·꽁치·도미·오징어·게·조개·바지락 등 생선과 해산물을 팔팔 끓이고 졸이고 섞어서 저마다 독특한 국물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 심지어 일본 내에서는 국물을 내는 재료에 따라 “토리파이탄(닭고기)계, 세아부라(돼지비계)계, 니보니보(멸치)계, 후시(생선)계, 규코츠(소뼈)계 등”으로 라멘 종류를 구분하기도 한다.(본문 14쪽) 국물은 “라멘의 생명”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라멘의 맛과 특징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저자는 라멘의 국물이란 “다양한 재료를 조합해 최대한의 감칠맛을 내는 것”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본문 67쪽) 여기서 라멘 국물 맛의 뼈대가 바로 감칠맛임을 알 수 있다.

라멘의 기본 육수로는 주로 다시마나 가쓰오부시를 우린 맛국물(dashi, 다시)을 쓴다. 그런데 이 맛국물은 “감칠맛 자체”(본문 29쪽)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글루탐산, 이노신산, 아스파라긴산 등 감칠맛 성분이 풍부하다. 특히 글루탐산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일종인데 화학조미료의 주원료로 쓰일 만큼 대표적인 감칠맛 성분이다.(본문 28쪽)

 

“음식물이 입으로 들어온다는 것은 사실 위험한 일입니다. 몸에 나쁜 음식이 들어올지도 모르니까요. 단맛은 에너지원이 되므로 살아가는 데 중요합니다. 신맛은 상한 음식일지 모르고, 쓴맛은 독일지 모릅니다. 그러므로 갓난아이는 신맛이나 쓴맛을 싫어하죠. 감칠맛은 단백질이 몸 안에 들어왔다는 신호입니다. 그래서 단맛과 감칠맛을 기분 좋게 받아들이는 거죠.” (본문 45쪽)

 

이처럼 우리가 라멘 국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감칠맛을 내는 성분인 글루탐산이 우리 몸의 필수 영양소인 단백질에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감칠맛을 비롯해 좋은 맛을 선호하고 나쁜 맛을 거부하는 행위, 나아가 라멘 국물을 맛있게 즐기는 행위가 모두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무의식적 작용 때문이다.

감칠맛이 우리 몸에 미치는 효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감칠맛은 여러 재료의 맛이 잘 어우러지게 하거나 특별한 한두 가지 맛을 강조해 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너무 많은 재료의 맛이 뒤섞이면 맛의 전체 밸런스가 무너지고 우리는 맛없다고 느끼게 된다. 마치 “모든 색을 섞으면 검은색이 되는 것”(본문 119쪽)과 같은 원리다. 우리가 케이크를 맛있다고 여기는 것은 짠맛과 단맛이 두드러지기 때문인 것처럼 라멘도 짠맛과 감칠맛이 두드러져야 한다. 이때 감칠맛이 짠맛을 더 부각시켜 준다. 요리에 소금을 덜 쓰고도 충분히 짠맛을 낼 수 있는 것이다.(본문 43쪽) 그러므로 감칠맛을 적절하게 이용하면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식이 조절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후루룩거리면서 먹으면 더 맛있을까?

면의 종류와 '면치기'를 통해 알아보는 풍미의 메커니즘

자, 다시 ‘영접’한 라멘으로 돌아가자. 국물을 맛보았다면 다음에 손이 가는 부분이 바로 면이다. 라멘의 면발은 밀가루와 첨가물의 종류, 가수율(밀가루 대비 수분 비율), 반죽과 숙성 정도, 제면 방식에 따라 고유의 맛, 식감, 색감, 향이 달라진다. 또한 굵은 면, 가는 면, 꼬불꼬불한 면, 곧은 면, 표면이 매끄러운 면과 거칠거칠한 면 등 만드는 방법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그리고 익힌 정도에 따라 꼬들꼬들한 면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푹 익힌 면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라멘 오타쿠들은 면에 국물을 흠뻑 적셔서 먹는 것을 ‘국물을 들어 올려’ 먹는다고 표현한다.(본문 20쪽) 그럼 ‘국물 들어 올려’ 먹기 좋은 면, 즉 국물이 잘 배는 면은 어떤 것일까? 많은 사람이 꼬불꼬불한 면에 국물이 더 잘 밸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유체 역학적으로 살펴보면 곧은 면이 꼬불거리는 면보다 국물을 더 잘 흡수한다는 견해”(본문 77쪽)도 있기 때문이다. 면이 국물을 흡수하는 정도는 면발의 꼬불거림이나 반죽 재료의 배합에 따라서 차이가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바로 면을 얼마나 익히느냐다.

가령 1분 동안 삶아야 하는 면을 30초만 삶아 덜 익히면 그 면은 국물을 깊이 빨아들인다. 대신 면에 함유되어 있던 간스이(탄산칼륨이나 탄산나트륨을 주성분으로 하는 원료로서 면의 색감, 향, 보습, 탄력을 내기 위해 반죽에 넣는다)나 보존료 같은 첨가물이 국물에 녹아 나오게 된다.(본문 101쪽) 즉 꼬들꼬들한 면은 국물이 잘 배어 맛있어질지 몰라도 국물 맛은 첨가물에 의해 변질되는 것이다. 반대로 면을 충분히 삶으면 국물 맛은 변하지 않지만 국물도 잘 배지 않는다. 이처럼 자신의 취향과 기호에 맞는 면을 고르는 것은 라멘을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첫걸음이다.

반면에 먹는 방법을 선택할 때에는 사회문화적 배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음식을 먹을 때 요란한 소리를 내는 것을 예의에 어긋난 행동, 비매너로 여긴다. 그래서 라멘을 먹을 때 한 젓가락씩 얌전히 입으로 가져가거나, 숟가락에 면을 올려서 먹거나, 젓가락이나 포크에 돌돌 말아 먹는다. 하지만 일본 사람들은 대부분 ‘면치기’를 한다. 면치기란 면을 입에 넣은 뒤 빨아들이듯 먹는 방법인데 이때 나는 소리를 일본에서는 ‘즈루즈루(ずるずる)’, 우리나라에서는 ‘후루룩’이라고 표현한다. 즉 후루룩 먹는 것이 면치기다.

일본에는 “소바 국물은 하얗게 만들어라”(본문 230쪽)라는 말이 있다. 면치기를 하면 육수가 튈 수 있기 때문에 하얗게 만들라는 의미다. 또한 일본의 한 IT 기업은 면치기를 할 때 나는 요란한 소리를 감지하면 연동된 스마트폰을 통해 음악을 재생시켜 면치기 소리를 감춰 주는 스마트 포크를 개발했다. 그 정도로 면치기는 일본의 대표적인 식문화 중 하나다.(본문 222쪽) 그런데 왜 일본 사람들은 세계인과 다르게 요란한 면치기를 하는 걸까? 그 이유는 라멘의 풍미를 더 잘 만끽하기 위해서다.

일본의 맛국물은 다른 나라의 것에 비해 매우 심플하다. 그만큼 향이 약하기 때문에 아미노산의 감칠맛을 더 강하게 느끼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공기와 냄새를 고속으로 뒤섞어 증폭시켜야 한다.(본문 229쪽) 이렇게 느껴지는 향이 바로 풍미의 정체다.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식습관의 배경에는 풍미를 강하게 만들기 위한 메커니즘이 숨어 있는 것이다.

 

음주 후에 라멘이 당기는 이유

기억에 남을 만한 ‘인생 라멘’도 과학이 만든다

새벽 2시에 먹는 야식, 아침과 점심을 굶고 먹는 첫 끼, PC방·찜질방·낚시터에서 먹는 간식, 한겨울에 3시간 동안 오들오들 떤 후에 먹는 국물, 동생이 끓인 냄비에서 뺏어 먹는 한 젓가락까지, 가장 맛있었던 ‘인생 라멘’은 셀 수 없이 많다. 그중에서도 많은 이가 술 마신 후 찾게 되는 해장 라멘을 가장 맛난 라멘으로 꼽을 것이다. 왜 우리는 술을 마시면 라멘이 더 당기는 걸까? 여기에도 우리 몸의 생리적 요구가 작용하고 있다.

우리 몸이 술(알코올)을 분해하기 시작하면 ‘NADH’란 물질이 생성된다. 이 물질은 간과 창자가 당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원료인 피루빈산을 락트산으로 바꿔 버린다. 즉 술을 마시면 우리 몸은 필요한 만큼 당을 만들지 못해 혈당치가 떨어지게 되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아이스크림 같은 단것이나 라멘의 면과 같은 탄수화물을 원하게 되는 것이다.(본문 52쪽) 게다가 알코올은 이뇨 작용을 일으켜 갈증을 느끼게 하고 혀의 감각도 둔화시킨다. 결국 우리는 더 자극적인 국물(수분)을 찾게 된다.(본문 56쪽)

해장 라멘이 더 맛있는 이유, 음주 후 라멘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라멘을 먹고 자면 과도한 칼로리 섭취 때문에 살이 찌고 다음 날 속이 더부룩하거나 얼굴과 몸이 붓는 등 악영향도 만만치 않다. 저자가 만난 영양 전문가는 음주 후 라멘이 생각난다면 스포츠 음료를 마실 것을 권한다. 500밀리리터 페트병 하나면 알코올을 분해할 때 필요한 당분과 염분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고 공복감도 가시게 된다. 게다가 스포츠 음료에는 지방이 거의 없어 살이 찔 염려도 없다는 것이다.(본문 57쪽)

음주 후만큼 라멘이 당길 때가 또 있다. 옆자리의 누군가, 혹은 ‘먹방’의 주인공이 요란하게 후루룩거리며 맛깔나게 먹는 모습을 지켜볼 때다. 이때 우리로 하여금 침을 꼴깍 삼키게 만드는 가장 결정적인 효과가 바로 ‘후루룩’이라는 면치기 소리다. 일본에서는 라멘을 먹을 때 나는 소리를 ‘즈루즈루’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즈루즈루’와 ‘후루룩’ 중 어떤 표현이 더 맛있게 들릴까?

 

단어의 소리인 언어음에는 각각의 인상이 있다.

“우리의 뇌는 단어의 소리와 사물의 특징이나 인상을 잇는 방식으로 다양한 표현의 의미를 추정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AI로 똑같은 의미를 찾아내는 것도 가능한 것입니다.” (본문 215쪽)

 

저자는 일본전기통신대학교의 사카모토 교수가 AI를 활용해 개발한 ‘맛 표현 언어 평가 시스템’으로 ‘즈루즈루’와 ‘후루룩’이 주는 인상을 분석했다. 그 결과 ‘즈루즈루’는 약간 어둡고 차가우며 불안하고 불쾌한 인상과 식감, 목 넘김이 좋은 인상을 동시에 주었다. 맛을 표현하는 흉내말로서 최악은 아니었던 셈이다. 반면에 ‘후루룩’은 상대적으로 밝고 따뜻하고 부드러우며 매끈한 인상을 주었다. 즉 ‘즈루즈루’보다 더 맛있는 표현에 가까웠다.

 

화학조미료는 라멘의 친구인가, 적인가

인스턴트 라멘과 건강의 상관관계, 그 최대 난제를 풀다

누구나 한 번쯤 맛있게 라멘을 먹다가 이런 걱정이 엄습한 적이 있을 것이다. ‘라멘에 든 화학조미료 때문에 내 건강이 나빠지는 게 아닐까?’ 실제로 이러한 이유로 라멘이라면 쳐다보지도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화학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무화학조미료 라멘 가게가 유행하기도 했다. 사실 라멘과 화학조미료의 유해성은 사람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화제가 되어 온 난제이지만 요즘처럼 건강에 대한 관심과 염려가 높아진 때에는 더욱 신경이 쓰인다. 과연 화학조미료를 사용한 라멘은 정말 우리 몸에 해로운 걸까?

결론적으로 각국의 식품 첨가물 안전 기준을 따르는 화학조미료는 안전하다.(본문 130쪽) 그러므로 이 화학조미료를 사용한 라멘도 우리 몸에 해롭지 않다. 하지만 저자는 화학조미료가 우리 몸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해서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화학조미료를 사용하면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라멘을 만들 수 있지만 대신 그 라멘에는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분이 부족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라멘의 과도한 염분과 높은 칼로리는 화학조미료보다 더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그렇다면 라멘의 이러한 약점을 어떻게 보완하면 좋을까? 저자는 영양 전문가와 인스턴트 라멘 제조 회사 직원의 솔루션을 소개한다. 즉 감칠맛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라멘의 염도를 낮추고, 라멘을 먹을 때 채소나 견과류를 곁들여 칼슘, 마그네슘, 식이 섬유, 비타민 등을 보충하라는 것이다.(본문 139쪽) 또한 고명을 추가하지 않거나 국물을 남기는 등 필요 이상의 칼로리 섭취를 피하라고 조언한다.

화학조미료의 사용 여부는 소비자의 건강과 먹거리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중요한 화두지만 저자는 조금만 시야를 넓혀 가게 주인이나 제조 회사의 고충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맛좋은 라멘을 만드는 기술과 노하우를 가진 요리사는 한정되어 있고 다른 직원이 이것을 습득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또한 소비자에게 적절한 가격으로 라멘을 판매하려면 원가를 절감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를 두고 저자는 “좋은 라멘을 기대한 나머지 가게 주인에게 필요 이상의 부담을 주는 것은 황금 달걀을 낳는 닭을 죽이는 것과 같다”(본문 137쪽)고 비유한다.

그럼 화학조미료를 사용함에 있어서 판매자와 소비자가 모두 만족할 만한 방법은 무얼까? 저자는 “식재료를 듬뿍 사용해서 맛있는 국물을 낸 뒤에 마지막으로 화학조미료를 조금만 더해 맛을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게 사용하는 방법”(본문 135쪽)이라고 말한다. 더불어 과학적인 관점에서 화학조미료의 위험성은 없지만 안전과 안심은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보다 ‘슬기로운 라멘 생활’을 즐기기 위해서는 소비자 스스로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함을 역설하는 것이다.

 

 

맛있는 라멘이 지닌 중독성의 비밀

우리는 라멘이 선사하는 행복과 추억에 매료된다

 

‘라멘지로’는 일본을 대표하는 라멘 가게 중 하나다. 채소와 고기와 돼지비계를 라멘 그릇에 산처럼 쌓아서 내놓는다. 맛 또한 기가 막혀서 ‘지로리안’이라 불리는 열광적인 팬들과, 라멘지로를 3번 방문하면 그때부터 ‘중독’된다는 말이 생겼을 정도다.(본문 235쪽) 영국 《가디언》지는 ‘반드시 먹어 봐야 할 세계 50대 음식’ 중 하나로 라멘지로의 라멘을 꼽기도 했다.

어떤 라멘들은 단순히 맛있는 정도를 넘어 마약과도 같은 중독성을 자랑한다. 이 라멘 한 그릇을 맛보기 위해 사람들은 서너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무엇이 사람들을 라멘에 열광하게 만들까?

인간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뇌에서 베타 엔도르핀(beta endorphin)이 분비되어, 신경 전달 물질인 오피오이드(opioid)에 작용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이 과정은 모르핀이나 헤로인이 우리 뇌에 작용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즉 저자의 과감한 결론처럼 “좋은 맛은 일종의 마약”인 셈이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가 라멘에 매료되는 이유가 단순한 뇌의 작용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라멘을 ‘영접’하는 이유는 “유명 맛집의 한 그릇이든 마트에서 파는 인스턴트 라멘 한 봉지든 먹는 사람에게 기쁨을 주고 싶은, 라멘 만드는 사람의 바람”이 그릇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배 속까지 따뜻해지는 편안함, 한 그릇을 비우고 나서 후! 숨을 내뱉을 때의 만족감, 사람들과 함께 나란히 앉아서 먹는 즐거움 등 소소하지만 소중한 행복”을 선사하기 때문이다.(본문 6쪽)

‘도대체 라멘은 왜 맛있을까’라는 호기심에서 출발한 이 책은 맛의 비밀을 넘어 ‘라멘의 중독성’까지 파고든다. 그리고 그 여정은 라멘의 중독성이 참신하거나 농후한 맛에 있는 것이 아니라 라멘이 선사하는 추억과 행복에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그런 의미에서 《라멘이 과학이라면》은 배 속과 머릿속뿐만 아니라 마음속도 든든하게 만들어 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추천사

• 일본의 국민 음식, 라멘. 하지만 한국인의 라면 사랑도 만만치 않다. 매년 75개나 먹으면서 소비량 세계 1위를 자랑한다. 도대체 라멘은 왜 맛있을까? 일본의 대표적인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물리학, 화학, 생물학의 관점에서 라멘의 비밀을 풀어 준다. 이 책을 읽으면 당신도 이제 라멘 박사다. _이정모(서울시립과학관 관장, 《저도 과학이 어렵습니다만》 저자)

 

• 글루탐산과 이노신산과 글루텐과 간스이가 만나 빚어낸 맛의 화학, 감칠맛을 원하는 인간의 생물학적 원리, 이들이 한 그릇의 라멘 안에서 맛깔나게 어우러졌다. 이 책은 라멘을 소재로 한 탁월한 과학 교과서이자 성공한 ‘덕후’의 좋은 예다. _이은희(과학 커뮤니케이터,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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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역자소개

저자 : 가와구치 도모카즈

출판사 편집자로 근무하다가 1999년부터 본격적으로 집필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과학 정보 사이트 ‘사이언스뉴스’의 편집장을 맡고 있으며 ‘과학 실험 주점’이라는 이름의 바(BAR)도 운영하는 등 과학 분야에서 독특하지만 흥미진진하고 다채로운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지은 책으로 《위험한 과학 실험》 《비타민C가 인류를 구한다》 《정말 대단해! 일본 과학 기술 도감》 《무엇이든 미래 도감》 등이 있다.

역자 : 하진수

서울여자대학교에서 문예창작과 언론영상학을 복수 전공했다. 졸업 후 편집과 기획 일을 하다가 번역의 매력에 빠져 바른번역 일본어 출판번역 과정을 수료한 뒤 일본도서 기획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교육은 세뇌다》 《나는 심플하게 살기로 했다》 《논어로 망한 조직 한비자로 살린다》 《경쟁의 법칙》 《회사에서 잘나가는 중간의 기술》 《세계 최고의 인재는 어떻게 읽을까》 《화내지 않고 내 아들 키우기》 등이 있다.

미디어속 부키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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