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임》 선정 ‘부자로 은퇴하려면 당장 읽어야 할 책 5권’
• 《월스트리트 저널》 선정 ‘은퇴의 미래를 발명한 개척자 12인’
• 《패스트 컴퍼니》 선정 ‘비즈니스 분야 가장 창의적인 100인’
떠오르는 장수 경제, 저주에 걸린 노인 시장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에서 인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베이비붐 세대(한국의 경우 14.6퍼센트)가 본격적으로 노년에 들어서고 있다. 그에 따라 ‘장수 경제(Longevity Economy)’라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시니어 비즈니스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들은 여전히 노인 시장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 않거나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와 컨설팅업체들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기업의 31퍼센트만이 고령화에 대비해 시장 조사 및 판매 계획을 고려하고 있으며, 고령층에 초점을 맞추어 사업 전략을 세운 기업은 15퍼센트에 불과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간 여러 기업이 노인 시장의 잠재력을 보고 야심차게 뛰어들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거나 도리어 뼈아프게 실패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에는 1950년부터 이런 금언이 전해진다고 한다. “젊은이가 타는 차를 노인에게 팔 순 있어도 노인이 타는 차를 젊은이에게 팔 순 없다.” 몸이 불편한 노인을 배려한 차를 개발하고 노인을 광고 모델로 발탁한 크라이슬러(Chrysler)가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방향을 선회한 이후로 생겨난 말이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노인들이 거버(Gerber)의 이유식을 사서 먹는다는 조사 결과를 확인한 하인즈(Heinz)는 재료를 미리 으깬 노인식 제품을 10년에 걸쳐 개발해서 내놨지만 처참한 실패를 맛보았다. 이런 실패들 때문인지 여전히 많은 기획과 마케팅이 인구 비중이 줄어드는 젊은 세대에 집중되고 있다. 2010년 조사에 따르면, 광고주가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서 쓴 돈이 다른 연령 집단을 모두 합친 것의 5배나 많았다고 한다. 고령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뻔히 아는데도 노인 시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거나 그 시장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필요를 넘어 욕구를 읽어라
《노인을 위한 시장은 없다》의 저자 조지프 F. 코글린은 1995년 미 교통부 및 백악관과 협력해 준공공 교통수단의 문제를 분석하면서 노인을 위한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음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1999년 MIT와 협력해 50세 이상 인구를 위한 기술과 디자인을 연구하는 에이지랩(AgeLab)을 세웠다. 20년간 에이지랩 책임자로서 다양한 정부, 기업, 비영리 단체들과 협업을 진행하며 그가 내린 진단은 어찌 보면 간단하다. 우리가 가진 ‘노인’ 개념이 잘못되었으며 그 때문에 형편없는 상품 기획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이른바 ‘효도폰’이다. 독일의 피트에이지(Fitage)라는 회사는 2007년 노인 시장을 염두에 두고 ‘카타리나 다스 그로스(Katharina das Groβe)’라는 핸드폰을 내놓았다. 노인을 위한다는 명목 아래 기능을 단순화하고, 버튼을 크게 만들고,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도록 만든 핸드폰이었다. 그런데 카타리나 폰은 실패했고 피트에이지는 2010년 문을 닫았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실패의 원인은 어느 사용자의 후기에 잘 담겨 있다.
“카타리나 폰은 튼튼하고 버튼도 쉽게 구별할 수 있어요. 보기에도 쓰기에도 편하고요. 잘못된 점은 하나도 없어요. 다만 너무 크고 무거워요. 핸드백에도 주머니에도 들어가지 않아요. 어머니는 이 제품에 익숙해지는 데 무척 애를 먹고 있어요. 이유는 다름 아니라 ‘장애인’을 염두에 두고 이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이죠.”
우리는 ‘노인’을 생각할 때 자연스럽게 “다른 여러 사항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노인이 처한 기초 수준의 생리적 요구를 해결하겠다는 태도”를 가지기 쉽다. 즉 노인을 디자인이나 다른 요소는 따질 겨를이 없는 중환자와 동일시한다. 저자는 이런 편견에서 하루빨리 벗어나라고 주문한다. 나이가 들면 젊은 시절에 비해 신체상의 한계가 생기는 것은 분명하지만, 노인들이 오로지 그 문제만 생각하며 상품을 사용한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저는 늙고 가난하고 기술도 모르고 눈도 성하지 않아요”라는 메시지를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노인도 젊은이와 마찬가지로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고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어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특히 인터넷과 컴퓨터에 익숙하고 여유 있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를 맛본 베이비붐 세대는 더욱이나 그렇다.
오늘날 스마트폰이 효도폰을 시장에서 밀어내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마트폰은 자신의 상황에 맞추어 아이콘을 키울 수도 줄일 수도 있고 노인과 젊은 세대를 분리하지 않는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점차 어려워지는 타인과의 교우 관계도 좀 더 원활하게 해준다. 그래서 많은 노인들이 스마트폰에서 자유로움을 느낀다고 말하는 것이다. 요컨대 시니어 마케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필요’에 매몰되지 말고 노인의 관점에 서서 ‘욕구’를 읽어야 한다.
50세 이상 인구를 위한 기술과 디자인을 연구하는 MIT 에이지랩 창립자이자 책임자이며, MIT의 도시 연구 및 계획부와 슬론 경영대학원 고급 경영 과정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에이지랩에서 진행한 연구의 공로로 생산적인 고령화 사회를 위한 맥스웰 A. 폴락상 등 학계의 유수한 상을 수상했다. 또한 《월스트리트 저널》 ‘은퇴의 미래를 발명한 개척자 12인’, 《패스트 컴퍼니》 ‘비즈니스 분야 가장 창의적인 100인’에 선정되었다. 미국 노인학회 행동과학 회원, 미국은퇴자협회 이사로 활동하면서 전 세계 여러 대기업, 비영리 단체, 정부를 대상으로 자문을 하고 있다. 《노인을 위한 시장은 없다》는 그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첫 단독 저술이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했다. 사보 편집 기자로 일했으며 환경 단체에서 텃밭 교소로도 활동했다. 어린이 도서관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어린이와 청소년 책에 관심을 갖게 되어 현재 ‘어리이책 작가교실’에서 글공부를 하고 있다. ‘한겨레 어린이⸳청소년책 번역가그룹’에서 활동했으며 《경제학의 모험》 《책을 읽을 때 우리가 보는 것들》 《세상 모든 꿈을 꾸는 이들에게》 《학교여, 춤추고 슬퍼하라》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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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시장은 없다> 예스24, 매일경제 공동 선정 이달의 경제경영서 관련 김슬기 기자의 기사입니다. 고령화는 기회…베이비부머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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