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의 본질을 규명한 최초의 이론서
바둑이란 무엇인가? "신(神)이 인간(人間)에게 내려준 최상(最上)의 게임"이라는 바둑은 수천 년 동안 어떻게 발전해 왔으며, 그 발전 과정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가. 바둑에서 시도되는 각종 수법은 이론화가 가능한 것인가. 좋은 수란 어떤 수인가. 두터움이나 세력, 실리, "최초의 일감(一感)" 등 주관적인 감각에 의존하는 수들은 객관적인 언어로 어떻게 설명되고 이해될 수 있는가. 바둑의 규칙에는 어떠한 난점이 존재하는가. 덤 5집반은 공정한가. 그리고 정치 같은 인간의 구체적인 활동과 바둑과는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 수천 년의 발전 과정을 거쳐오며 성립된 현대 바둑은 이와 같은 물음들에 대해 무엇이라고 답할 수 있는가.
한국기원 프로 기사이자 소장 정치학자로서 바둑과 학문을 겸비한 필자가 이 책에서 제기하고 규명하는 논제(論題)들이다. 수천 년 동안 세 차례의 패러다임 변천을 겪으면서 성립된 현대 바둑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수준에 이르고 있다. 변천의 결과가 실전에서 널리 실험되고 있고 또한 일류 기사들에 의해 다양한 수법이 개발되고 있기에, 현대 바둑은 나날이 확대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에 비하여, 바둑에 대한 이해는 피상적이고 단편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필자는 그 까닭이 바둑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이해하는 데 필요한 언어가 그리 발달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 책은 필자가 사상 최초로 바둑의 설명과 이해에 필요한 과학적 언어, 그럼으로써 바둑과 관련하여 존재하는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해 체계적으로 논할 수 있는 객관적 언어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이다. 이를 위해 필자는 현대의 사회과학적 논리를 토대로, 역사학·정치학·경제학·통계학·문학 등 학문 전반에 걸친 해박한 지식과 고금의 방대한 자료를 종횡으로 구사하여, 지난 2000년 동안에 걸친 바둑의 발전 양상을 통시적으로 고찰하고, 현대 바둑이 도달해 있는 수준과 의미를 공시적으로 분석한다.
바둑의 패러다임과 이론
"바둑 실력을 올리려면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좋은가?" 이 일상적인 질문에 대해 필자는 단호하게 "공부하라!"고 답한다. 바둑책을 찾아서 읽는 수밖에는 없다. 머리가 좋고 나쁨과는 별 상관없이 열심히 공부할수록 바둑 실력이 는다. 다른 방법은 없다. 왜냐하면 바둑이란 상식과는 달리 생각하면서 수를 찾는 게임이 아니라 "아는 만큼 수가 보이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볼 수 있다는 관념. 필자는 현대 과학에서 "패러다임(paradigm)"이란 말로 정의하는 이와 같은 관념을 실마리로 바둑의 역사, 수천 년 동안 인간이 선상(盤上) 위에 전개해온 사고의 흐름을 추적한다. 그리고 세 차례에 걸쳐 혁명적인 사고 방식의 변화가 있었음을 밝혀낸다.
새로운 사유의 지평
바둑과 관련하여 흔하게 나오는 질문들이 있다. 덤은 왜 5집반인가, 바둑에 기풍과 전략은 존재하는가, 한국 바둑이 왜 센가, 시간을 많이 주면 좀더 잘 둘 수 있는가, 어떤 사람이 바둑을 잘 둘 수 있는가, 진정한 명인은 누구인가, 바둑과 인생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와 같은 폭넓은 물음에서 불계로 완승하려면 白을 잡는 게 좋을까 黑이 좋을까, 한 수 물림을 인정하면 어떻게 될까, 천원(天元)에 착수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같은 세부적인 의문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상식이나 짐작에 의거한 답변이 없지 않다.
그러나 실은 이와 같은 물음은 바둑의 본질에 깊이 관련되어 있는 문제이며, 따라서 상식을 가지고는 결코 제대로 답할 수 없다. 이 책에서는 이와 같은 근본 문제들을 논리적, 실증적 검증을 토대로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그를 통해 어떠한 답변이 가능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문용직은 한국기원 전문기사 五段이자 정치학 박사로 ‘세계 유일의 박사 프로기사’이다.
1959년 경북 김천 출생으로, 충암고와 서강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1983년 전문기사에 입단하였다. 이후 1988년 제3기 프로 신왕전에서 우승, 제5기 박카스배에서 준우승하는 한편, 학문에도 정진하여 1994년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희대, 서강대, 서울대, 이화여대, 충남대 등에서 한국정치론, 정당론, 정치통계학 등을 강의하였으며, 현재 「국민일보」와 「스포츠 투데이」 지에 바둑 칼럼과 관전기를 집필하고 있고, 인터넷 바둑 사이트 사이버오로에서 ‘나의 반상일기’와 ‘오로산책’을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 바둑에 대해 학문적 접근을 시도한 최초의 저작 『바둑의 발견』(부키, 1998) 외에 『수담과 무언』(2002), 『수법의 발견』(전10권, 2005)이 있고, “국회의원 선거에서의 현직 국회의원 효과” 등 10여 편의 정치학 논문을 발표하였다.
[주간한국] 바둑의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