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수학 교사의 수업 시간 재현!
이 책은 23년간 중학교 수학 교사로 재직하면서 수많은 학생들이 수학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이끌어 준 어느 친절한 수학 교사의 수업 시간을 그대로 옮겨 놓은 책이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친근감 넘치는 대화를 통해 수학의 원리와 기초 개념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수학과 관련된 역사적 에피소드나 실제 생활 속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생생한 사례를 함께 제시함으로써 아이들이 수학에 대해 갖고 있는 ‘재미없고 따분한 과목’이라는 거부감을 없애주는 것은 물론, 수학이 무엇을 하는 학문이고 얼마나 유용한지 바로 ‘감’이 오게끔 해 준다. 필자의 지론은 ‘아이들이 수학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것’이라는데, 수학적 원리나 개념을 시로, 그림으로, 만화로, 이야기로 표현한 아이들의 작품을 모은 ‘수학 요리 콘테스트’를 보면 그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책의 1권은 중학교 수학 교과서 과정 중 집합과 수를, 2권은 식과 함수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1/2 + 1/3 = 1/5이라고 우기던 아이, 수학 선생이 되다!
한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초등학교 때 구구단을 외우지 못해 학교에 남아야 했다. 다 외울 때까지 집에 가지 말라는 선생님의 엄한 말씀 때문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수학의 가시밭길은 좀체 끝나지 않았다. 분수셈을 배울 때는 ‘’이라고 부득부득 우기다 혼쭐이 나야 했고, 중학교에 올라가 미지수 에 대해 배울 때는 굳이 미지수 를 쓸 필요가 있느냐, 미지수를 써야 한다면 그 많은 알파벳 중에서 왜 꼭 를 써야 하는지 때문에 고민해야 했다. 하지만 그 아이는 결국 수학이라는 가시밭길을 극복해 냈다. 무수한 문제를 열심히 풀고 또 푸는 반복학습을 통해서였다. 반복학습을 통해 나름대로 수학에 자신감을 갖게 된 그 아이는 이제 암기를 강요하는 그 어떤 과목보다도 수학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대학에 들어갈 때 주저 없이 사범대 수학교육과를 선택했다.
어려서 구구단을 못 외우고, 1/2 + 1/3 = 1/5이라고 우기던 아이가 중학교 수학 교사가 된 것은 그런 과정을 통해서였다. 하지만 수학 교사가 된 아이는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을 잊어버렸다. 그가 얻은 자신감은 수학의 기초 개념을 통해 원리를 이해해서가 아니라 문제풀이의 반복을 통해 얻은 것임을 그때까지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수학 선생, 드디어 문제풀이의 덫에서 벗어나다!
결국 초보 수학 교사의 수업 시간은 끝없는 문제풀이의 반복이 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수학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좀 더 수학을 좋아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였다. 문제를 유형화해 주고, 수학 공식이 머릿속에 새겨지도록 끝없이 반복해서 알려 주고, 조금이라도 수학 성적이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면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그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수학 성적이 그다지 오르지 않는 것은 물론, 수학을 싫어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초보 수학 교사는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이들 교육 여건이 나빠서 그런 것은 아닐까, 부모들의 협조가 부족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정도였지만 나중에는 자신이 수학 교사로서 자질이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자괴감까지도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초보 수학 교사는 뜻밖의 사실을 발견했다. 아이들이 수학에 대해 너무나 무지하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수학을 잘하는 아이나 못하는 아이나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은 중학생답게 2*9=18인 것은 너무나 잘 알지만 2*9=2+2+2+2+2+2+2+2+2이라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때문에 이차방정식의 근의 공식은 알지만 의 2차 방정식의 근이 뭐냐고 물으면 ‘모른다’는 대답이 나오는 것이었다.
아이들, 수학 시간을 즐거워하기 시작하다!
초보 수학 교사는 그제야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을 기억하게 되었다. 그도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들과 마찬가지였음을, 그가 가졌던 수학에 대한 자신감이 사실은 문제풀이 능력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후 초보 수학 교사의 수업 방식은 180도 바뀌어 문제풀이보다는 수학에 대한 무지를 깨는 것에, 즉 수학적 원리나 개념을 이해시키는 데 집중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해야 추상적인 수학적 개념이나 원리를 아이들 머릿속에 ‘쏙’ 집어넣을 수 있단 말인가? 그때부터 초보 수학 교사의 고민은 새롭게 시작되었고, 그 과정에서 무수한 방법이 동원되었다. 참값과 근사값의 차이를 알려 주는 것은 쉬웠다. 문제는 아이들이 그 차이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 초보 수학 교사는 고심을 거듭하다가 근사값이 없는 세상이 어떻게 될지를 아이들과 함께 점검해 보았다. 그러자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수업 시간이 5분 31초가 남았다고 말하려는 사이에도 시간은 흘러가기 때문에 누구도 수업 시간이 얼마 남았다고 말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일단 이야기가 여기까지 진행되자 아이들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자기들 나름대로 근사값이 없으면 어떻게 될지 시나리오를 쏟아놓았다. 아이들이 비로소 수학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들, 수학을 시로, 만화로, 속담으로 표현하다!
이렇게 시작된 아이들의 수업 참여는 갈수록 수준이 높아졌다. 여집합을 ‘왕따’와 연결지어 해석하는가 하면 절대값을 음수를 위한 ‘119 구조대’로 비유하고, 2의 거듭제곱의 위력을 밀가루를 반죽해 14번을 꼬아 접으면 16,384가닥이 된다는 수타면을 뽑아내는 과정을 통해 설명하는가 하면, 유리수와 무리수가 포함된 실수를 다양한 형태의 옷을 고를 수 있는 의상실에 빗대어 그림으로 표현하는 식이었다.
심지어 어떤 아이는 우리 속담을 수학 용어로 바꾸기까지 했다. 조삼모사는 ‘아침에 3, 저녁에 ’로, 가재는 게편은 ‘정수는 유리수편’으로,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는 ‘수직선 채웠는데 무리수 없으랴’로, 티끌 모아 태산은 ‘실수 모아 수직선’으로, 낫 놓고 ㄱ자도 모른다는 ‘ 놓고 제곱근도 모른다’로, 하늘의 별 따기는 ‘유리수에서 무리수 찾기’로, 머슴살이 삼 년에 주인 성도 모른다는 ‘수학 공부 삼 년에 도 모른다’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뿐인가. 수학적 개념으로 시를 지은 아이도 있었다. ‘난 이럴 때 올림이 좋아요 / 나의 작은 키를 잴 때 / 내 성적을 공개할 때 / 용돈을 받을 때 / 수학 평가 점수를 받을 때 // 난 이럴 때 버림이 좋아요 / 원주율 를 숫자로 나타낼 때 / 선생님께 걸려서 매 맞을 때 / 내 허리둘레를 말할 때 / 친구에게 빌린 돈을 갚을 때’라는 「올릴 때와 버릴 때」라는 작품이 그것이다.
드디어 『수학 신문』에 ‘수학 요리’까지 등장하다!
아이들은 일단 수학의 원리와 기초 개념을 파악하자 거기에 기발한 상상력을 더하기 시작했다. 가령 초코파이 속에는 초코가 얼마나 들어 있는지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하는 식이었다. 초코/초코파이 = 1/파이니까 1/3.14로 생각할 수 있고 대략 32%라는 것이다. 기발하지 않은가? 분수셈의 원리와 원주율 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음을 이 이상 어떻게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아이들이 수학적 개념을 실생활에 적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이제 선생님이 불공정하다고 느끼면 ‘샘, 분배법칙을 지키세요!’ 하고 항의한다. 또 꽃병을 누가 깼느냐는 선생님의 난처한 질문에는 조심스럽게 답한다. ‘미지수입니다’라고.
이제 초보 교사의 딱지를 뗀 왕년의 수학 열등생은 아이들의 이런 기막힌 작품을 보면서 감탄을 하다가 ‘수학 요리’라는 멋진 이름을 붙여 주었다. 그리고 혼자만 보기 아까워 아이들과 함께 『수학 신문』을 만들기 시작했다. ‘수학 요정! 수업 시간에 놓쳤어요’나 ‘엄마와 함께하는 수학’ ‘호주머니를 불리는 수학’ 등의 타이틀 아래 수업 시간에 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도 해 주고, 동시에 ‘수학 요리 콘테스트’라는 이름 아래 아이들의 수학과 관련된 멋진 시나 만화, 그림, 글을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즐거운 수학 수업 시간이 책으로 태어나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학 신문』을 어느 수학과 교수가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교수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수학이 시로, 만화로, 그림으로, 이야기로 표현되는 것만 해도 놀라운데, 그것이 아이들 작품이라니! 그 수학과 교수는 자신의 책에 이 이야기를 한 대목 집어넣었다. 당사자인 수학 교사가 자신의 이름을 넣는 것은 완강하게 거부해 그냥 『수학 신문』이라는 게 있다는 것, 거기에는 이런 기발한 것도 있더라며 아이들의 작품 중 하나를 소개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그것을 어느 출판사에서 보았다. 그리고는 궁금해 했다. 도대체 수학을 가지고 시로, 만화로, 그림으로 표현하는 게 가능할까? 수소문을 해서 당사자를 만나 보았더니 말이 됐다. 아니, 말이 되는 정도가 아니라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아이들은 수학이 싫은 게 아니었다. 무작정 외우고 따분하게 문제만 풀어야 하는 게 싫었던 것뿐이었다. 아이들에게 수학적 사고방식이 없는 게 아니었다. 단지 원리와 기초 개념을 몰라서 무서워했을 뿐이다.
그 사실을 확인한 출판사는 책을 내자고 조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지 2년째 되는 해에 책이 나오게 되었다. 흡사 선생님께 따로 배우듯 친절하게 수학의 기초 원리와 개념을 잡아주는 『(수학을 잘하고 싶어하는 중딩들을 위한) 친절한 수학 교과서』가 바로 그것이다.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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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0 수학, 누구나 잘할 수 있다! 17
1 수학,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다! 19
2 수학, 저절로 잘할 리가 없다! 26
PART 1 집합 33
1 수학사 3대 사건 중 하나인 집합 속으로! 35
2 원소와 집합 사이의 관계는? 45
3 현대의 수학은 집합에서 시작한다! 59
4 현대 수학, 드디어 무한으로 나아가다! 67
수학 요리 콘테스트 75
이 정도 문제쯤이야! 79
PART 2 자연수 81
1 소인수분해가 이렇게 쓸모 있을 줄이야! 83
2 수야, 너 참 대단하구나! 101
3 아니, 이럴 수도 있었단 말이야? 113
4 숫자에도 성질이 있다니 ... 123
수학 요리 콘테스트 132
이 정도 문제쯤이야! 134
PART 3 정수와 유리수 137
1 정수와 유리수는 어디에 쓰는 걸까? 139
2 3대 계산 법칙을 아니? 149
3 0.9999...와 1이 같다고?
수학 요리 콘테스트 169
이 정도 문제쯤이야! 172
PART 4 십진법과 이진법 175
1 심진법과 이진법은 뭐가 다를까? 177
2 이진법이 세상을 흔들고 있대요! 185
수학 요리 콘테스트 195
이 정도 문제쯤이야! 200
PART 5 제곱근과 실수 201
1 제곱근이 필요한 이유는? 203
2 무리수는 필요 없는 거 아니야? 217
수학 요리 콘테스트 232
이 정도 문제쯤이야! 241
PART 6 근사값 243
1 근사값을 쓰는 이유는? 245
2 근사값 없는 세상에서는 ... 259
수학 요리 콘테스트 263
이 정도 문제쯤이야! 266
아름다운 수학 여행을 마치며 270
'이 정도 문제 쯤이야!' 풀이와 정답 271
찾아보기 275
꼼지샘 나숙자는 전남대학교 사범대 수학교육과를 나와 26년 동안 노화중, 성전중, 구로중, 구일중, 백석중, 성재중, 강신중 등에서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쳤다. 꼼지샘의 평소 지론이 ‘수학은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인데, 이는 아마도 초등학교 시절 ‘1/2+1/3=1/5’이라고 부득부득 우기는가 하면, 구구단을 외우지 못해 학교에 남아 있어야 했던 아픈 기억 때문일 것이다.
꼼지샘은 학생들이 수학과 친근해지도록 수학 시 짓기, 수학 만화 그리기, 수학 일기 쓰기, 수학 신문 만들기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였으며, 방과 후 학교에 ‘학부모 수학 교실’을 운영하여 학부모들이 직접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꼼지샘에게 배운 학생들 가운데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유난히 많은 것도 모두 이런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꼼지샘은 수학 교육의 새로운 시도를 위해 이화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에 진학해 수학 교육 전공으로 석사를 받았으며, 퇴직 후에도 가르쳤던 학생 및 학부모들과 ‘http://comzi.x-y.net’을 통해 만나고 있다.
신상희는 예술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제 스물두 살의 대학생. 두 눈이 있고 오른손이 있어 그림이나 글로 자신 안의 무언가를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가장 큰 축복으로 생각할 정도로 그림 그리기와 글쓰기를 좋아하는데다, 저자 나숙자 선생의 막내딸이라는 특수 관계까지 겹쳐 이 책의 그림 작업을 도맡아 하게 되었다. 완벽주의자적 본성을 못 버려 이 책의 그림을 그리느라 여름방학을 일에 파묻혀 지낸 비운의 주인공.
[문화일보] 아빠 눈으로 고른 책 : 친절한 수학 교과서
[한국일보] 중학교 교사가 쓴 ‘수학을…’ 개념 꼼꼼히 설명 : 친절한 수학 교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