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백수, 북한산에 빠져들다!
이 책은 불혹의 나이에 갑자기 백수가 된 저자가 어느 날 문득 북한산을 찾게 되고 그 매력에 흠뻑 빠져든 이야기이다. 우스꽝스러운 초보 산행 장면은 한 편의 콩트고, 때로 산에서 떠올리는 저자의 추억은 산길에서 만난 인생길이며, 둔한 몸으로 힘겹게 지나간 등산 코스와 산행 노하우는 친절한 산행 가이드이다. 또 책 속에서 발견한 북한산의 역사, 귀동냥으로 전해들은 비사(祕史)와 야사(野史)는 문화유적 답사기이다.
정말 말없이 나를 이해해 주는 건 너밖에 없구나!
평생 산을 오르지 않아도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고 장담하던 김 씨. 어느 날 백수가 되어 집에서 뒹굴다가 문득 산에 오를 결심을 한다.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삶의 의지를 다지기 위해서? 그런 단순한 목적도 없었다. 그는 지금까지 다른 이들의 산행에 따라가서도 계곡에서 막걸리만 마시던 생초보 등산객. 산에 대한 아무 ‘개념’이 없기에 할인 마트에서 산 싸구려 등산복에 배낭도 없이 산행에 나선다. 검은 비닐봉지에 생수 한 병, 김밥 한 줄, 오이 하나 달랑 넣고.
얼마 지나지 않아 땀범벅이 된 김 씨. 그제야 자신이 목적지도 없이 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묻는다.
“대남문까지는 얼마나 걸리나요?” “40분 정도요.”
하지만 그 길은 그에게 두 시간이 걸리고 만다. 가파른 오르막은 한 번에 열 발자국을 떼기도 힘들고 심장은 터질 것만 같다. 지나가던 등산객들은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라는 눈길로 흘끔흘끔 쳐다본다. 우여곡절 끝에 대남문에 오른 김 씨. 맑은 하늘 아래 저 멀리 보이는 서해를 본 순간, 그만 북한산과 사랑에 빠진다.
북한산의 감동을 맛본 김 씨. 이제 과감히 ‘나홀로 산행’에 나선다. 다른 이유는 없다. 아직은 도무지 동행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다. 북한산 정상 백운대에 오르는 게 두려워 한동안 주변 봉우리와 능선만 돌아다니기도 한다. ‘실력 키워서 갈게.’
비록 같이 산에 오른 친구에게 산을 못 탄다고 면박당하고 집사람에게 여전히 백수 신세라고 구박받지만 그는 책과 인터넷을 통해 북한산과 또 다른 사랑을 쌓아 간다. ‘북한산에 이렇게 많은 역사의 숨결이 살아 있을 줄이야!’ 급기야 북한산을 배경으로 베스트셀러 소설을 펴낼 생각에 행복에 젖지만 구상도 못하고 실패하고, 산행이 힘들 땐 ‘난 문화유적을 답사하고 있는 거야.’라며 핑계를 대지만 북한산 앞에서는 언제나 한없이 작아질 뿐이다.
평일 산행을 하다가 다른 이들의 주말 야유회 흔적에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며 한숨짓던 김 씨. 그렇게 한 해, 두 해, 5년 넘게 북한산에 오른 그에게 산이 준 선물은 놀랍다. 83킬로그램이던 몸무게는 65킬로그램으로 20킬로그램 가까이 줄었다. 입에 달고 살던 담배도 끊었다. 백수라는 자괴감을 벗고 일과 삶에 대한 열정도 되찾았다. 북한산 종주도 성공하면서 전문 산악인 못지않은 등반 실력도 갖추었다. 이제 산에서 누가 “어디가 길인가요?”라고 물어오면 이렇게 대답한다. “가면 길이죠.”
【 이 책을 읽으면 안 되는 분 】
★ 전문가 수준의 산악인―산에서 훨훨 날아다니는 분은 바위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 김 씨의 ‘후들후들 산행’에 아마 속이 터질 것이다.
★ 기초 체력이 좋은 분―가끔 산에 가도 정상에 쉽게 오르는 분은 ‘매주 산에 오른다’는데도 신통치 않은 김 씨의 ‘저질 체력’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것이다.
★ 탄탄대로의 회사원―회사에서 잘릴 걱정 없는 실력파 직장인은 평일은커녕 휴일에도 등산하기 어려울 테니 김 씨를 비웃기만 할 것이다.
<차례>
1 난생처음 걸은 산성계곡 길 - 느닷없이 다가온 기쁨 9
2 바윗길이 적은 곳을 찾아 북악에서 대성문으로 - 책 속에는 없는 길 23
3 성벽 따라 대남문에서 대동문으로 - 실패한 문화유산 답사 38
4 네 발로 기어오른 족두리봉 - 과거의 길에 머물러 있네 52
5 진흥왕이 비봉 정상에 오르기는 했을까? - 도전하고 싶은 마음 68
6 비봉능선 바윗길을 완주하다 - 길 위의 슬픔들 82
7 위문 아래 돌계단은 정말 힘들어 - 흰 구름 속으로 들어갈 날은 96
8 숨이 멎어도 행복한 숨은벽을 보다 - 그를 만지니 더 경이로운 풍광이 111
9 의상능선이 잘 보이는 응봉능선 - 영원히 북한산을 타는 사람 128
10 오르락내리락 쉽지 않은 의상능선 - 부처님의 은덕일 거야 145
11 산성계곡 길이 한눈에 보이는 원효봉 - 고독의 길을 계속 가련다 161
12 산성주능선 주변을 맴돌다 - 산에도 내게도 봄이 왔네 175
13 진달래능선도 타고 상장능선도 타고 - 북한산 자락에 묻힌 이들 192
14 북한산을 떠나 도봉산으로 - 쉽게 길을 내주지 않는 산 211
15 도봉산을 거닐며 알피니즘을 생각하며 - 산이 그곳에 있으니 오른다 227
16 북한산을 종주하다 - 삶도 산행도 자신감이 붙다 242
17 백운대 아래를 돌고 도는 산행 - 산이 길이고 길이 산이네 257
18 다시 나 홀로 북한산행에 나서며 - 내 안의 검은 고독, 흰 고독 274
작가 후기 290
김서정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신채호』등을 썼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바쁘게 살고 있다. 2004년부터 매주 1회 이상 북한산에 오르고 있으며, 2006년부터 ‘북한산 고객만족 모니터링단’으로 활동하는 등 북한산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1975년 제주도에서 태어났다. 2007 KIAF young artists portfolio presentation에 선정되었고, 2006년부터 여러 개인전 및 단체전에 작품을 선보였다. 지금은 경기도 이천 금호창작스튜디오에서 작품 활동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