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요

살아요

단 하루도 쉽지 않았지만

저자 : 케리 이건 / 역자 : 이나경
분야 : 문학/예술/에세이
출간일 : 2017-06-02
ISBN : 9788960515970
가격 : 13,800원

수술 중 투여받은 진통제의 후유증으로 얻은 정신병으로 인해 깊은 우울감과 상실감에 빠져 있던 저자가 호스피스에서 일하게 된다. 그녀는 호스피스에서 죽음을 앞둔 사람들과 함께하며 이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듣는다. 온몸에 암이 퍼진 할머니, 대학 입학식 다음날 총기 사고로 반신불수가 된 청년, 뇌졸중으로 몸의 절반이 마비가 된 남자, 전쟁에 나간 동안 다른 남자···

책소개

단 하루도 쉽지 않았지만

수술 중 투여받은 진통제의 후유증으로 얻은 정신병으로 인해 깊은 우울감과 상실감에 빠져 있던 저자가 호스피스에서 일하게 된다. 그녀는 호스피스에서 죽음을 앞둔 사람들과 함께하며 이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듣는다. 온몸에 암이 퍼진 할머니, 대학 입학식 다음날 총기 사고로 반신불수가 된 청년, 뇌졸중으로 몸의 절반이 마비가 된 남자, 전쟁에 나간 동안 다른 남자에게 아내를 빼앗긴 과거를 잊지 못하는 할아버지……. 이들은 삶의 끝에서 각자의 후회와 아쉬움, 깨달음, 그리고 놀랍게도 삶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한다.

저자 케리 이건은 이들과 함께 지낸 시간 동안 놀랍도록 치유받은 자신을 발견하고, 그들과 함께 한 시간을 열세 개의 이야기로 엮어 독자들과 함께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죽음 앞에서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어떠한 위인이 전하는 명언보다 강력한 인생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다.

<차례>

삶의 끝에서 글로리아가 말했다 9

가족   “가족은 모든 것의 시작이에요. 그들을 미워했어도 마찬가지죠.” _39

비밀  “내가 최고로 잘한 일인데, 남들이 손가락질할까 봐 평생 입을 다물고 살았어요.” _49

 “다시 젊어진다면요? 당연히 춤을 더 많이 춰야죠.” _79

희망  “가장 좋은 건 마지막 순간에 오기도 해요.” _89

회색 지대  “세상에 흑과 백만 있는 것 같아요?” _107

상실  “아기가 떠나도 나는 영원히 엄마일 거예요. 내가 받은 선물이죠.” _129

변화  “늘 기도해요.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꿀 용기,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겸허함, 그리고 그 둘을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달라고.” _163

믿음  “진짜냐고요?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하죠.” _187

사랑  “아무도 다 큰 어른에게 사랑을 쏟지 않아요. 근데 알아요? 나이가 들수록 사랑은 더 많이 필요하답니다.” _215

고통  “모두가 좋은 것만 변한다고 생각하죠. 그게 문제예요. 슬픔도, 고통도 모두 변해요.” _241

죽음  “죽음? 특별할 거 없어요. 인생에서 하는 일 중 하나일 뿐이지. 섹스처럼” _257

  “아름다운 삶이었고, 그다음에는 떠나는 거예요.” _273

감사의 글 _287

 

<내용: 본문 맛보기>

백혈병으로 죽어가는 40대 여성 환자가 있었다. 그녀는 얼마나 오랫동안 열심히 기도했는지 내게 말했다. 병을 이겨 내고 다시 아이들에게 엄마 노릇을 하고 싶어 했다. 그녀는 아이들이 엄마의 고통을 보며 자라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기도하고 또 기도했지만 병은 더 심해졌고, 모르핀을 아무리 써도 고통은 더 커졌다. 이제 몇 주 후면 죽음을 맞게 될 상태였다. 아무리 기도해도 그것을 바꿀 수는 없었다. 그녀는 낙담했다. 하지만 내가 방문한 어느 날, 그녀는 평온한 표정으로 신이 자신의 기도를 들어주리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다 끝났어요.”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죽는 것이 응답이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어요.”

나는 보통 환자들에게 차분한 태도로 일관하지만, 그 순간에는 얼굴에 놀란 표정이 떠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웃었다. “모르겠어요? 죽으면 고통이 사라질 거예요. 그리고 아이들은 내가 힘들어하는 것을 더 이상 보지 않겠죠. 고통을 끝내는 방법은 죽는 것뿐이에요. 그리고 아이들에게 두려움 없이 죽는 법을 가르치는 거죠. 아이들이 그걸 내게서 배울 거고, 난 그렇게 엄마 노릇을 할 거예요.” 그녀가 말을 멈췄다. 내 대답을 기다리는 모양이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항상 방법이 있어요. 이제는 알 수 있어요.” 그녀가 말했다.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어요. 내가 원한 방향도 아니었고. 하지만 언제나 방법은 있어요. 그저 내가 생각했던 방법이 아닐 뿐이에요.” 그녀는 아이들에게 잘 죽는 법을 가르칠 생각이었다. 그것이 자신의 병과 죽음에서 찾은 의미와 목적이었다.

(···) 죽어가는 사람들이 얻은 삶의 통찰을 전해 듣는 특권을 지닌 사람으로서, 나는 그들의 이야기가 때때로 굉장히 자유롭고 엄청나게 창의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환자들은 내 상상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그 의미는 늘 내가 상상한 어떤 것보다 훨씬 더 경탄스럽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직접 의미를 찾도록 해야 한다. 그들이 나보다 훨씬 더 잘 해내니까.

-본문 250쪽

톰은 면담 때 채플런이 꼭 와 주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지만, 소용이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엘런의 장기 기억력은 좋았지만 단기 기억력은 전혀 없어서 5분전에 나눈 대화도 기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집사람이 당신을 만나면 무슨 소용이 있을지 솔직히 모르겠어요.” 톰이 말했다.

“집사람은 당신이 떠나는 순간 잊어버릴 겁니다.”

그래도 엘런은 손님이 오니 기쁜 것 같았다. 나는 어떻게 지내는지 물었다.

“여기 종일 누워서 뭘 하는지 아세요?” 엘런이 말했다. “내 안에 사랑을 가득 채우려고 노력해요.”

그게 무슨 뜻인지 물었다.

“아기랑 어린애들에게는 사랑을 듬뿍 쏟잖아요.” 엘런이 말했다.

“하지만 다 자라면 사랑을 주지 않아요. 어른에게는 아무도 사랑을 쏟지 않아요.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사랑이 덜 필요한 게 아니라 더 필요한 것 같아요. 나이가 들수록 더 살기 어려워지고 힘들어서 사랑이 가장 많이 필요한데, 사랑을 받지 못하게 되어 버리는 거죠. 난……” 엘런의 목소리가 끊어졌다. 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이어 말했다. “난 이렇게 늙으니 사랑이 더 필요하더라구. 사랑이 필요해요.”

엘런은 숨이 찬 듯 베개를 베고 눕더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엘런은 크게 한숨을 쉬더니 눈꺼풀을 떨었다. 그리고 곧 잠들었다.

나는 잠시 가만히 앉아서 생각에 잠겼다. 내가 일어나자 엘런이 다시 눈을 떴다.

“어머, 안녕하세요.” 엘런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죄송해요, 엘런.” 내가 말했다. “저 때문에 깨셨죠.”

“괜찮아요. 누구세요? 간호사인가요? 필요한 게 있나요?”

“아뇨, 전, 전……” 엘런이 우리가 만난 일도, 나에 대해서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는 데 잠시 시간이 걸렸다.

“기운이 없네요.” 엘런이 미안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채플런으로 일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 겪었지만, 그때만큼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아뇨,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나는 몸을 숙이고 엘런의 두 뺨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당신을 많이 사랑한다는 말을 하러 왔어요. 그리고 신도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요. 주위에 사랑이 가득해요.” 나는 허리를 숙이고 엘런의 이마에 입 맞춘 뒤 정수리에 뺨을 대었다. 내 아이들에게 수없이 그렇게 했듯이.

“사랑해요.”

엘런이 내 손목을 꼭 잡았다. “오! 그 말이 꼭 필요했어요. 어떻게 알았어요? 누가 보냈죠? 어떻게 내가 그 말을 듣고 싶어 한 것을 알죠? 어떻게……” 엘런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그리고 눈을 감더니 다시 잠들었다. (···) 그동안 내가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한결같이 진짜라고 말한 유일한 메시지는 바로 이것이다. 사랑으로 충만하도록 노력하라. 변화를 만드는 메시지는 그것뿐이다. 그 메시지가 어디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본문 235쪽

<출판사 리뷰>

“다시 젊어진다면요? 당연히 춤을 더 많이 춰야죠!”

사람이 죽기 직전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뭘까? 호스피스에 누워 있는 환자들은 몸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라고 말한다. 이들은 몸에 관한 가장 좋은 기억을 이야기한다. 하굣길에 과수원에서 몰래 따 먹은 사과의 맛과 달아날 때 가슴과 다리에 느끼던 터질 듯한 감각, 스키니 디핑을 처음 했을 때 맨몸에 닿은 물의 느낌, 아기 머리에서 맡은 냄새, 야외에서 사랑을 나눴을 때 맨살을 스치던 바람의 느낌. 특히 그중엔 몸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즐거운 경험 중 하나, 즉 춤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도 많았다.

이들은 눈을 감고 2차 대전 중 위문 공연에서 췄던 춤, 해변 별장에서 추던 춤, 가로변 술집과 클럽과 헛간 등 몸과 음악이 있는 어떤 장소에서든 춤을 추며 보낸 멋진 밤에 대해 수백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만약 지금 아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난 무조건 춤을 더 많이 췄을 거야.” -본문 85쪽

몸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는 곧 몸을 잃게 된다는 현실에 직면할 때까지 잘 알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몸이 뚱뚱하거나, 눈이 작거나, 코가 비뚤어졌거나, 다리가 짧다고 불평한다. 가끔은 성적으로 매력 있는 몸을 지닌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여성들도 있다. 하지만 죽음 직전에 이르러서는 본질적인 것을 깨닫게 된다. 생김새가 어떠하든, 자신을 담고 세상을 살게 해 준 몸 자체가 소중하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자신의 몸으로 세상을 다시는 경험하지 못하게 될 때가 가까워져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을 못내 아쉬워한다. 하지만 케리가 만난 환자 신시아는 삶의 진실을 다른 사람보다 조금 일찍 깨달은 듯하다.   

 

“그거 알아요, 케리?” 신시아는 가운의 소맷자락으로 눈을 문지르며 말했다. “내가 비록 뚱뚱하고 암에 걸린 지 20년이나 되었지만, 그리고 머리카락이 나 있었던 때는 기억도 안 나지만, 그래도 내 몸이 싫지 않아. 사람들이 하는 말은 틀렸어. 사람들은 항상 틀리니까. 내가 죽을 거라는 걸 예전부터 체감하고 있었기 때문에 몸의 소중함을 좀 더 일찍 깨달은 것 같아. 그래서 내가 지금 이 모양이어도 행복한 거야. ” -본문 87쪽

“아기가 떠나도 나는 영원히 엄마일 거예요. 내가 받은 선물이죠.”

살면서 한 번도 상실을 겪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정말로 중요한 건 인생에서 어떤 걸 잃었느냐가 아니라 이에 직면했을 때의 자세다. 한 여인이 있다. 엄마가 되고 싶었지만, 계속되는 유산으로 아이를 낳는 것에 실패했다. 마침내 쌍둥이를 출산했지만 얼마 안 되어 두 아이 모두 죽게 된다. 나이는 마흔 셋, 이제 더 이상의 임신은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에 절망하지 않는다. 아기를 키울 수는 없지만 엄마가 되었다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고 말하며.

중환자실로 들어가자 아기는 따뜻한 담요에 싸여 있었다. 의사가 아기를 엄마에게 안겨 주었다. 엄마는 코와 입에 튜브를 끼지 않고, 머리에 정맥 주삿바늘을 꽂지 않은 딸의 얼굴을 처음으로 보았다. 그녀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울지도, 의사에게 뭘 묻지도 않았다. 그녀는 품에 안은 작은 아기에게 “고마워”라고 말했다. “네 엄마가 되게 해 줘서 고마워.” (···)  “늘 엄마가 되고 싶었어요.” 그녀가 불쑥 말했다. “쌍둥이가 태어났을 때 드디어 엄마가 되었죠.” “네.” 내가 말했다. “애들이 떠나도 나는 여전히 엄마예요.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항상 엄마일 거예요. 아가들이 제게 선물을 줬어요.” -본문 158쪽

삶에서 겪는 상실은 사람을 어떤 식으로든 변하게 한다. 그렇지만 인생에서 무언가를 가졌었다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아이를 잃었다고 해서 엄마가 되었었고 영원히 엄마로 남는다는 사실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삶에 소중한 사람이 있었지만 이제는 영영 볼 수 없게 되었다고 해도, 그 사람이 인생의 한 시점에 있었고 함께 행복했다는 사실이 변하는 건 아니다. 나름의 전성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보잘것없는 존재가 되었더라도, 슬퍼하기보다 자기 인생에 그런 시기가 있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살아도 된다. 그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인생이 되는 것이므로.

“모두가 좋은 것만 변한다고 생각하죠.

그게 문제예요. 슬픔도, 고통도 모두 변해요.”

어느 날 갑자기, 삶이 전복될 정도로 큰 불행이 찾아오기도 한다. 젊은 나이에 사고로 전신마비가 되거나, 사랑하는 연인을 잃거나, 자신의 실수로 자식이 죽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앨버트는 몇 십 년 전에 네 살의 나이로 죽은 아들을 아직도 잊지 못해, 아이 이야기를 할 때마다 매번 눈물짓는다. 

 

“그 애는 칠면조 발을 무지하게 좋아했어요. 참, 그걸 갖고 놀면서 그렇게 재미있어했지. 걔가 칠면조 흉내를 내면 우리 모두 웃었어요. 그걸로 날 긁는 시늉을 했지만 진짜 긁히는 건 자기였지!”

앨버트는 양손을 얼굴 앞으로 들고, 손가락을 반쯤 구부려 아들이 가지고 놀던 칠면조 발처럼 보이게 했다. “우리가 상황을 파악했을 때는 이미 열이 너무 높아서 병원에서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이게 다 우리가 칠면조를 가지고 놀게 했기 때문이죠.” (…) 앨버트는 아들이 칠면조 발로 자기 몸을 긁어서 병에 걸렸다고 믿었고, 간호사와 의사가 그것 때문이 아니라고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았다. 앨버트는 자책했다. 모든 게 자기 탓이라 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어요? 어떻게……” 이야기는 항상 그렇게 끝이 났다.

 

사람들은 살면서 자신에게 닥친 불행과 고통에 대해 나름의 의미를 찾아내곤 한다. 그러나 가끔 이 세상에는 의미를 찾아낼 시도조차 할 수 없는 거대한 불행이 있다. 가끔은 영원히 허공을 긁어 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칠면조 발이 있기도 하다. 이 경우 사람들은 이에 대해 같은 이야기를 끊임없이 반복하며 평생 고통이 끝나지 않을 거라 절망한다. 그렇지만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고통도 결국 언젠가는 변하게 된다. 삶의 모든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사람은 고통 자체가 아니라 자신을 변화시키고, 삶을 살아내게 된다.

“삶은 아름답고 진저리나는 것이죠. 원래 그런 거예요”

저자 케리 이건 또한 살면서 감당하기 힘든 일을 겪었다. 하버드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자신에게 꼭 맞는 커리어를 갖고, 20대 중반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함께 걸었던 남자 친구와 결혼해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그녀는 첫 아이를 출산하면서 인생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경험했다. 출산 시 투여받은 진통제의 부작용으로 환각과 망상, 정신분열, 자살충동 등의 정신질환을 겪게 된 것이다. 3개월 만에 체중이 30킬로그램이 늘었고, 발이 경련을 일으켜 제대로 걷지 못했으며, 아기는 무릎 위에서 방긋 웃고 있지만 그녀는 아기가 죽었다고 생각하며 깊이 슬퍼했다. 정신과 치료를 받고 증세가 몇 년에 걸쳐 차차 나아졌지만, 그 후 오랜 시간 수치심과 트라우마, 상실감에 빠져 있었다.

그러던 그녀를 치유해 준 것은 다름 아닌 죽음을 앞둔 호스피스 환자들이었다. 그녀는 이들이 삶의 끝에서 담담히 풀어놓는 각자의 후회와 깨달음,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삶의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이에 깃든 놀라운 치유의 힘을 직접 경험한다.

 

어떤 사람이 죽기 직전에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로 현명해지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영혼이 치유된다는 것만은 잘 안다. 실제로 내가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이 겪었던 것처럼, 내게도 어떤 일이 있었다. 호스피스에서 일하기 전까지는 지금 내 삶을 규정하게 된 이 일을 수치스럽게 여겼다. 나는 망가지고 절망했다. 내 가장 본질적인 부분이 파괴되었으므로 다시는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으며,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호스피스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까지만 해도, 사람은 모두가, 말 그대로 모두가 상처받고 애처로운 존재임을 알지 못했다. -본문 14쪽

 

밖에서 봤을 때 이들은 모두 죽음을 앞둔 환자일 뿐이다. 점점 쇠약해지는 몸을 가누지 못해 침대에 누워서 죽을 날만 기다리는. 그러나 이들은 할 말이 많다. 자신이 인생에서 겪은 저마다의 사연과 이에서 얻은 삶의 진실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어 그야말로 ‘죽을 지경’이다.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면, 이들이 인생의 끝에 이르는 동안 겪은 사건과 이에서 얻은 깨달음, 그리고 무엇보다 평범한 삶에 대한 비범한 통찰이 깃들어 있다. 이들이 전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에게 선물과도 같다.

오늘을 풍성하게 살도록 하는 힘

《살아요》는 회고록인 동시에 목격담이다. 불행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던 저자가 삶을 돌아보는 노인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들으며 스스로 답을 찾아 나아가는 여정이다. 이 책은 죽음이라는 주제를 이용해 독자의 눈물샘을 쉽게 자극하거나 절절한 신파로 빠지지 않고, 담담히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보통 사람들이 전하는 저마다의 잔잔한 삶의 이야기에는 그 어떤 위인이 전하는 명언보다 깊은 울림이 있다.

하루하루 산다는 것 자체가 축복인 동시에 고통인 아이러니한 현실에서, 호스피스의 사람들은 죽는다는 것은 사람이 언젠가 꼭 한 번은 하게 되는 활동일 뿐이며, 삶을 충실히 살며 죽음을 향해 두려움 없이 나아가라고 독려한다. 한 80대 할머니는 마지막으로 케리를 만난 날 이렇게 말한다. 아마도 살아 있는 모든 사람에게 전하는 메시지일 것이다.

“약속해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멋진 삶을 살아요.”

 

추천사

동생을 사고로 잃은 지 올해 10년이 되었다. 지금까지도 나는 상실을 지독하게 배우는 중이다. 나를 언니라고 불렀던 목소리도, 딱 한 번만 만져봤으면 하는 얼굴도 이제 세상에 없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해 늘 처음부터 다시 배우고, 배운다. 저자는 죽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역설적으로 죽음의 반대편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어떤 자세로 생에 임해야 할지 죽음만큼 잘 알려줄 수 있는 건 없을지도 모른다.

요조 / 뮤지션, 책방무사 운영자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신의 버킷리스트는 새롭게 쓰일 것이다. 첫째, 죽음을 앞두고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찾는다. 둘째, 내가 죽고 나서 나를 기억하며 세상을 떠다닐 이야기를 고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바뀌지 않을 지난 일을 후회하기보다 그런 사람과 그런 이야기를 만드는 데 애를 쓰며 오늘의 삶을 가꾼다. 어쩌면 최선의 삶일지도 모르겠다.

박태근 / 온라인 서점 알라딘 MD

재미있고, 진실하고, 겸허하다. 이 책은 인간이 삶의 끝에서 비로소 깨닫는 비밀을 아주 쉽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풀어낸다. 죽음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이다.

《뉴욕타임스》

이것은 죽음에 대한 책이 아니다. 독자로 하여금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최고의 날을 살도록 하는 삶에 대한 책이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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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역자소개

저자 : 케리 이건

뉴욕 주 롱아일랜드에서 태어나 워싱턴대학교와 리대학교에서 학사 학위, 하버드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결혼 후 첫 아이를 출산하면서 투여한 진통제의 부작용으로 몇 달간 환각, 망상, 자살충동, 정신분열 등의 정신질환 증세를 겪었고, 완치 후에도 트라우마로 인해 오랜 시간 깊은 우울감과 상실감에 빠져 있었다. 그러던 중 호스피스에서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정서적 위안을 주는 채플런으로 일하며 다양한 환자들을 만나게 된다. 대학 신입생 시절 총기 사고로 반신불수가 된 청년, 평생 아들의 출생의 비밀을 감춘 할머니, 자신의 뚱뚱한 몸을 혐오한 여인, 어려서 죽은 아들 때문에 몇 십 년 동안 괴로워한 할아버지……. 이들은 삶의 끝에서 각자의 후회와 깨달음, 그리고 놀랍게도 삶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녀는 환자들이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을 돕는 동안 이들이 삶을 돌아보며 하는 이야기에 깃든 치유의 힘을 직접 경험한다. 그녀는 이 책에서 자신을 치유한 감동적인 이야기와 그들이 삶의 끝에 와서야 비로소 깨달은 통찰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그녀에게 그랬던 것처럼, 고된 삶에 지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진실한 위로와 살아나갈 용기를 줄 것이다.

역자 : 이나경

이화여자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영문학대학원에서 르네상스 로맨스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덕성여자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애프터 유』 『샤이닝』 『피버 피치』 『닉 혼비 런던스타일 책읽기』 『박스트롤』 『오리의 신비로운 언어학 이론』 등이 있다.

미디어속 부키 책

[문화일보] ‘生의 마지막 순간’에 깨달은 진실

  2017년 5월 26일 문화일보 최현미기자의 <살아요> 서평기사 '生의 마지막 순간’에 깨달은 진실

[스포츠월드] ‘살아요’…삶의 끝에서 전하는 인생의 통찰

2017년 5월 26일 스포츠월드 정가영기자의 <살아요> 서평기사 ‘살아요’…삶의 끝에서 전하는 인생의 통찰

[서울경제] [책꽂이-새책 200자] ‘살아요’ 外

2017년 5월 26일 서울경제 박성규기자의 <살아요> 서평기사 [책꽂이-새책 200자] ‘살아요’ 外  

[스포츠동아]책 읽는 주말: 살아요-단 하루도 쉽지 않았지만

  2017년 5월 26일 스포츠동아 양형모기자의 <살아요> 서평기사 책 읽는 주말: 살아요-단 하루도 쉽지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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