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단 모집: 메이커스 앤 테이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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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1-17 15:58
 


애플의 혁신은 왜 멈추었는가

 

20세기 제조업의 선두 주자로 명성이 높던 제너럴 일렉트릭(GE)은 1980년대에 이르러 주가를 더욱 띄우라는 월가의 거센 요구에 직면했다. 이에 CEO 잭 웰치는 신기술 개발 등 회사가 가진 본연의 능력에서 해결책을 찾기보다 금융 부문 자회사인 GE 캐피털을 통해 소비자 신용과 대출, 인수합병, 서브프라임 모기지 거래 등 각종 금융 수완을 발휘하며 수익을 키워 나갔다. 동시에 비용 절감책으로 직원 수만 명을 대량 해고하면서 ‘중성자탄 잭’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끝을 모르고 부풀어 오르던 GE의 금융 사업은 결국 2008년 금융 위기와 함께 무너져 내렸다. 당시 GE는 연방예금보험공사에서 1390억 달러의 대출을 받는 것도 모자라 워런 버핏에게 30억 달러를 빌려달라고 간청하기까지 했다.(5장 「이제 우리는 모두 은행가다」, 232~234쪽)

그렇다면 GE처럼 실물 경제 활동이 아니라 금융공학에 기대어 단기적 수익을 노리던 문화는 금융 위기 이후 된서리를 맞았을까? 그러기는커녕 이런 추세는 최근 들어 더욱 강화되고 있다. 혁신의 상징으로 통하던 애플은 2011년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뒤 차세대 혁신 제품을 내놓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칼 아이칸 같은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압력에 못 이겨 자사주 매입을 통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부양하고 있다. 이런 자사주 매입은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을 줄여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가격을 끌어올리므로 사실상 배당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그런가 하면 역외 조세 피난처를 이용해 세금을 회피하고, 상당액의 여유 현금을 마치 금융기관인 양 회사채를 매입하는 데 쓰는 등 온갖 돈놀이에 열중하며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반면에 연구개발비 비중은 줄어들었다.(서론 「애플의 혁신은 왜 멈추었는가」, 23~28쪽)

이처럼 오늘날 기업계에는 금융업의 ‘사고방식’이 깊숙이 자리를 잡아 미국에서 가장 크고 잘나가는 기업조차도 은행처럼 행동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은행처럼 규제를 받지는 않는다. 애플뿐만 아니라 화이자, 마이크로소프트 등 수많은 대기업들이 금융 거래, 헤지, 조세 회피, 금융 서비스 판매 등 그저 돈을 이리저리 굴리는 방법만으로도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돈을 벌고 있다. 항공사들의 경우 비행기 좌석을 판매하는 것보다 유가 등락 위험을 헤지하여 번 돈이 더 많을 때도 있다.

 

금융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금융 위기의 교훈은 외면당하고 있으며 금융 시스템은 그 어느 때보다 취약하다. 2009년 이래 진행 중인 현재의 경제 ‘회복’은 사실 엉터리다. 최근 몇 년간 경제 회복과 임금 상승이 지지부진함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무려 세 배 이상 뛰었다. 어떤 이들은 주가가 상승한 이유가 기업들이 높은 수익을 올렸기 때문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수익이 증가한 것은 경기가 호전되어 물건을 더 많이 팔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비용을 줄이고 임금을 동결하며 공장 신설과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회피해 왔기 때문이다. 이는 일시적으로 실적을 좋아 보이게 하면서 단기적인 주가 부양에 기여하지만, 장기적인 성장을 뒷받침하는 실질적인 투자 기회는 앗아 간다.

이런 행태가 만연한 것은 오늘날의 경제 시스템이 병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 질병의 이름은 바로 ‘금융화(financialization)’다. 금융화란 금융과 금융적 사고방식이 기업과 경제의 모든 측면을 구석구석 지배하게 되어 버린 현상을 뜻한다. 물론 금융은 경제가 원활히 돌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다. 하지만 지나치게 비대해진 금융은 경제 성장을 돕는 것이 아니라 방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금융화라는 단어는 전도된 경제, 즉 ‘만드는 자(maker)’들이 ‘거저먹는 자(taker)’들에게 예속되어 버린 경제를 지칭하는 데 사용된다. 여기서 ‘만드는 자’란 실질적인 경제 성장을 창출하는 일군의 사람, 기업, 아이디어다. ‘거저먹는 자’는 고장 난 시장 시스템을 이용하여 사회 전체보다는 자기 배만 불리는 이들을 말한다. 거저먹는 자들의 범주에는 다수의 금융업자와 금융기관은 물론이고, 금융화가 경제 성장과 사회 안정, 심지어 민주주의도 좀먹고 있음을 알지 못하는 CEO, 정치인, 규제 담당자까지 들어간다.

 

금융을 개혁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약속되었던 금융 개혁안 중 상당수가 아직도 법제화되지 못한 이유는 정치권과 금융권의 뿌리 깊은 유착 관계 때문이다. 지난 100여 년간 진행되어 온 미국 경제의 금융화는 1980년대에 이르러 자유방임 정책을 시행한 레이건 대통령의 갖가지 시장 탈규제에 힘입어 가속화되었다. 세제 개혁으로 자본이득세율이 대폭 낮아졌으며, 이전에는 증시 조작으로 간주되었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합법화되었다. 그런가 하면 기업 인수합병에 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초거대 기업들이 금융 기법으로 큰돈을 벌 수 있는 길이 펼쳐졌다. 민주당 정권이라고 해서 다르지는 않았다. 1990년대에 빌 클린턴 행정부는 리스크 높은 금융 거래와 상업은행 대출 사이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주로 대기업에만 유리한 각종 무역 협정을 체결했는가 하면, 파생상품의 규제를 철폐했다.

워싱턴과 월가의 긴밀한 관계는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로 곤경에 처한 초대형 보험사 AIG에 대한 구제금융 집행 과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구제금융은 당시 뉴욕 연준 총재였던 티머시 가이트너의 지휘 아래 이루어졌다. 물론 당시 AIG를 구제해야 한다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지만, 문제는 누가 비용을 치를 것인가였다. 연준과 재무부는 망해 가는 기업을 구하는 데 드는 비용과 리스크를 이 사태에 책임이 있는 금융기관들이 아니라 납세자들에게 떠넘겼다. 가이트너는 훗날 재무장관을 역임한 후 사모펀드 회사 워버그 핑커스의 사장직에 오르며, 정치와 금융 사이를 오가는 회전문 인사의 공식을 충실히 이행했다.(10장 「돌고 도는 회전문」, 424~427쪽)

더욱이 현행 세법은 자기자본보다 부채를 우대한다. 다시 말해 기업과 소비자 모두 저축하기보다는 빚을 내는 것이 훨씬 이득이 되도록 세법이 짜여 있다. 미국 자본주의 체제에 깊이 뿌리박힌 그릇된 믿음 한 가지는 투자자들에 대한 세율이 낮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들이 투자를 하지 않게 되므로 결국 경제가 성장할 수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돈 대부분은 새로운 사업이나 일자리 창출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그저 금융 시스템 내에서 맴돌 뿐이다. 기업들의 총부채는 2006년 5조 7000억 달러에서 현재 7조 4000억 달러로 늘었다. 부채는 언제나 불안정성을 동반한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장차 이런 기업 부채가 또 다른 금융 위기의 씨앗이 될 것으로 본다.

금융 시스템은 이제 실물 경제에 이바지한다는 본연의 역할을 접고 그 자체의 수익만을 우선시하고 있다. 금융화는 단기적이고 리스크가 높은 사고방식을 강화한다. 현재 시장 시스템에 존재하는 자금 가운데 15퍼센트만이 실물 경제에 투입되며, 나머지는 폐쇄적인 금융업계 내부를 오가면서 투자가 아닌 투기에 이용되고 있다. 금융 부문은 미국의 전체 기업 수익 가운데 무려 25퍼센트를 가져가면서도 일자리는 전체의 단 4퍼센트만 창출한다. 이제는 수많은 기업들이 실질적 경제 활동보다 대차대조표 꾸미기를, 일자리 창출보다 단기 수익 추구를 더 선호하기에 이르렀다.

 

고장 난 경제 시스템을 바로잡는 길

 

금융 시스템은 이제 실물 경제에 이바지한다는 본연의 역할을 접고 그 자체의 수익만을 우선시하고 있다. 금융화는 단기적이고 리스크가 높은 사고방식을 강화한다. 현재 시장 시스템에 존재하는 자금 가운데 15퍼센트만이 실물 경제에 투입되며, 나머지는 폐쇄적인 금융업계 내부를 오가면서 투자가 아닌 투기에 이용되고 있다. 금융 부문은 미국의 전체 기업 수익 가운데 무려 25퍼센트를 가져가면서도 일자리는 전체의 단 4퍼센트만 창출한다. 이제는 수많은 기업들이 실질적 경제 활동보다 대차대조표 꾸미기를, 일자리 창출보다 단기 수익 추구를 더 선호하기에 이르렀다.

심지어는 금융업체가 노골적으로 기업의 자산을 벗겨 먹을 작정으로 덤벼드는 경우도 다반사다. 대형 유통업체 타깃의 자회사였던 머빈스(Mervyn’s)는 매장 257곳을 보유한 중견 소매업체로 수익성이 꽤 좋았다. 그러다 2004년, 서버러스 캐피털 매니지먼트 등의 금융업체 몇 곳으로 구성된 사모펀드 컨소시엄이 머빈스를 인수했다. 이들은 머빈스에서 부동산 자산을 분리한 뒤 이를 담보로 뱅크 오브 아메리카에서 8억 달러를 차입했다. 이 대출금이 바로 타깃 측에 지불할 인수 대금이었다. 그러니 머빈스는 원래 소유하고 있던 매장을 임차해서 쓰는 신세가 되었다. 그에 따라 불필요한 비용이 추가되었고, 사모펀드 측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애꿎은 종업원들을 해고했다. 그러자 점점 서비스 품질과 매출이 떨어진 머빈스는 불어나는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2008년 7월 파산하고 말았다. 더 어처구니없는 사실은 머빈스가 파산하는 시점에도 사모펀드는 여전히 부동산을 통해 계속 수익을 거둬들였다는 것이다.(7장 「월가가 메인가를 장악하다」, 325~326쪽)

 

추천사

 

포루하는 미국의 경제적 명성이 쇠퇴한 사연을 알기 쉽게 풀어내면서, 경쟁력의 위협 요인이 기업의 해외 이전이라든가 중국 같은 외부로부터가 아니라 미국 내에서 비롯되었음을 보여 준다. 또한 금융이 우리의 경제, 정치 생활에 속속들이 침투한 과정, 그리고 금융 위기를 야기한 자들이 그 위기를 이용해 이득을 누린 과정을 설명한다.

- 조지프 스티글리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전 대통령 경제자문회의 의장

 

속도감 있고 흥미진진할 뿐만 아니라 탄탄한 조사에 기초한 이야기로, 최근 금융의 부상에 한몫한 수상쩍은 거래들을 생생하게 되짚는다. 월가는 실물 경제가 창출한 가치를 과도하게 소모하면서 어마어마한 번영을 구가해 왔다. 독자들은 이 책이 폭로하는 월가의 기만적 행각에 충격을 받겠지만, 나아가 심각하게 망가진 금융 시스템을 손보는 데 기꺼이 동참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것이다. 문제를 바로잡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 존 C. 보글, 뱅가드 그룹 창립자이자 전 CEO

 

무척 잘 쓰인 책으로 참신하고 도발적이다. 라나 포루하는 번영의 조력자였던 월가가 성장의 방해꾼이자 불평등의 부역자로 탈바꿈해 간 과정을 분석한다. 이렇듯 흥미진진한 분석을 통해 사회적 논의뿐만 아니라 정치적 행동의 주제로도 삼기 좋은 다섯 가지 핵심 정책 과제를 추려서 제시한다. 금융공학이 언제, 어떻게, 왜 이 지경으로 폭주했는지,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알고자 하는 이들의 필독서다.

- 모하메드 A. 엘에리안, 알리안츠 수석 경제자문역, 전 핌코 CEO, 『유일한 선택지』 저자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최고봉에 오른 라나 포루하가 쓴 실로 강력한 책이다. 금융 조작이 어떻게 금융권을 넘어 확산되면서 미국 경제에 뿌리박고 실물 경제의 생산적 활동을 심대하게 훼손하기에 이르렀는지를 살핀다. 금융화의 부상과 그 여파를 세세히 분석하는 포루하는 불평등에서부터 대통령의 정치, 미국의 글로벌 경쟁력에 이르기까지 현재 우리가 직면한 거의 모든 문제를 조명한다. 경이로운 성과를 보여 주는 저작. - 찰스 퍼거슨,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잡> 감독

 

다음 선거가 다가오면서 유권자들이 던져야 할 중대한 질문은 미국 경제가 도대체 어디서 잘못되었는가, 그리고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이다. 그 답을 찾으려거든 포루하의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 능숙한 이야기 솜씨와 명료한 분석을 통해 포루하는 미국 경제가 야금야금 ‘금융화’된 양상, 그리고 이런 과정이 서민의 삶뿐만 아니라 경제 성장까지 침체시킨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2008년 금융 위기는 그 한 가지 징후였지만, 문제가 거기서 끝난 것은 아니다. 포루하는 미국이 이 문제에 열중하는 것이 중요함을 역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식적인 해결책까지 제시한다. 정치인과 유권자들은 이 책에 주목해야 한다.

- 질리언 텟, 『파이낸셜 타임스』 미국판 편집국장, 『사일로 이펙트』 저자

 

라나 포루하는 우리 시대 최고의 경제 평론가로, 복잡한 경제 현안을 명료하고 생생한 문체로 풀어내는 능력이 있다. 이 책에서 포루하는 비대한 몸집과 과도한 권력을 지닌 금융업계가 보상 체계를 왜곡하고, 혁신을 저해하며, 불평등을 심화하는 등 경제 전반에 피해를 입히는 온갖 수법의 실태를 흥미진진하게 그려 낸다. 미국 경제의 미래 건전성을 염려하는 사람이라면 설득력 넘치고 충격적인 이 책을 읽어야 한다. - 리아콰트 아메드, 퓰리처상 수상작 『금융의 제왕』 저자

 

그 어느 때보다 거대한 금융 부문의 출현이 사회를 더 초라하고 불평등하게 만들었는가만큼 중대한 공공 정책 분야의 질문은 없으리라. 유려한 필력을 통해 지적 호기심을 북돋는 이 책은 정책 입안자들이 피할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되는 저 질문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

- 앤디 홀데인, 영란은행 수석 경제학자 겸 통화분석 및 통계 담당 이사

 

미국 경제 속에서 금융 부문의 과도한 역할, 그리고 이것이 미국의 미래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놓고 라나 포루하는 때로 도발적이면서 대단히 흥미로운 시각을 선보인다. 이 책은 기업의 잠재력을 빼앗는 은행의 수법을 직설적으로 비판한다. 또한 점차 우리 시대의 특징으로 자리 잡고 있는 소득 불평등 문제도 짚는다. -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 그룹 창립자이자 대표

 

포루하는 내부자적 식견과 인맥에다 빼어난 글솜씨까지 두루 갖춘 보기 드문 저널리스트로, 미국 경제의 ‘금융화’가 월가 측에만 좋은 일이라고 비판한다. 속도감 넘치는 이 책에서 저자는 기업들이 어떻게 해서 우수한 제품의 설계보다 금융 설계에 더 몰두하게 되었는지를 설득력 있게 펼쳐 보이면서, 이런 세태가 미국의 성장과 생산성에 끼친 부정적 영향을 살펴본다.

- 루치르 샤르마, 모건 스탠리 투자운용의 수석 거시경제학자 겸 신흥시장 부문 책임자

 

오늘날의 우리 경제가 수많은 사람들을 외면하게 된 까닭을 잘 파헤친 수작. - 『뉴욕 타임스』

 

금융업계가 경제에 행사하는 과도한 권력과, 이것이 사회 전반에 초래하는 참혹한 결과에 대한 탁월한 서술. - 『포브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전에서 나타난 경제 포퓰리즘의 대두 현상에 대한 신뢰도 높은 설명. 버니 샌더스와 도널드 트럼프가 월가에 퍼부은 독설의 울림을 진정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우선 이 책을 읽는 것이 좋다. - 『포춘』

 





『메이커스 앤 테이커스 』 서평단 모집
 
인원 : 5명
기간 : ~ 1월 24일 까지
발표 : 1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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