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마르크 뒤갱은 소설가로 시사평론을 쓴다. 크리스토프 라베는 국방, 경찰, 정보활동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탐사 보도 기자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두 사람은 책을 함께 쓴 목적을 프롤로그에 이렇게 적었다. “디지털 혁명의 유익성은 빅데이터 기업들이 충분히 열심히 알리고 있으니 여기서 거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디지털 혁명이 개인의 자유에 가하는 은밀한 위협에 대해서, 좀 더 넓게는 디지털 혁명이 민주주의에 미치는 위험에 대해서 바로 살펴보기로 하자.”
이 책은 빅데이터 세상이 인간의 일상을 어떻게 통제하는지를 15개 주제를 통해 세세히 살핀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초연결 네트워크, 증강 인간, 가상현실 등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또 앞으로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를 따져본다. 저자들의 시각은 소제목 부제에 뚜렷이 담겨 있다. ‘가상 세계가 현실 세계를 갉아먹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과 빅데이터 기업은 공생한다’ ‘0과 1의 알고리즘이 인간을 노예 상태로 만들고 있다’ ‘빅데이터 기업이 절대적 불평등을 초래하고 있다’ 등이다.
저자들은 구글이 비밀연구소 생명과학팀을 통해 인간의 생체 시계 속도를 늦춰 새로운 ‘미래 인간’을 구상하고 있는 것에 주목한다. 미래 인간의 연장 수명을 사고팔게 된다면, 인류의 부는 소수에게 독점될 뿐만 아니라 죽음 앞에서 인간에게 주어졌던 마지막 평등도 무너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사고력, 비판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경계한다. 식품 가공업계가 기름지고 달고 짠 음식에 끌리는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는 것처럼 디지털 기업은 끊임없이 정보를 모으려고 하는 인간 뇌의 성질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에 길들여진 뇌는 계속 파편적이고 자극적인 정보를 원하고, 깊게 집중하거나 넓게 사고하는 능력을 잃어간다. 클릭 한 번으로 뭐든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사는 사람들은 이제 TV 프로그램 하나를 끝까지 다 보지 못하고 채널을 돌려대는 조급증에 사로잡혀 있다. 그 조급증을 파고들며 디지털 편의를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빅마더라고 할 수 있다. 조지 오웰이 ‘1984’에서 표현한 빅브러더보다 훨씬 더 교묘하게 자극적 쾌감으로 사람들을 통제하는 까닭이다.
디지털 유토피아를 표방하는 빅데이터 기업들에 대한 저자들의 시선은 매우 비판적이다. 이는 디지털 세상 자체를 부정하려는 게 아니라 그것이 인간의 자유를 지배하고 노예 상태까지 이끄는 것을 강하게 경계하기 위한 태도로 읽힌다.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스티브 잡스가 가족 식사 때 자녀에게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했던 것, 스티븐 호킹이 AI의 윤리적 설계를 강조했던 것 등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208쪽,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