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좋아요’ 눌렀다고? ‘디지털 마약’에 빠지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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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8-13 11:25
 
‘좋아요’ 눌렀다고? ‘디지털 마약’에 빠지셨군요
 

-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 애덤 알터 지음, 홍지수 옮김 / 부키



매일 3시간·매달 100시간
스마트폰에 평생 11년 소비
손안에 없으면 ‘노모포비아’

디지털제품은 중독유발 설계
사용자의 자제력 무너뜨려

외적강제보다 내적동기 통해
대안적 삶 실천하는게 최선


단숨에 읽었다. 제목 그대로, 도무지 멈출 수 없었다. 사례 하나하나가 너무나 공감이 갔다. 마치 내 이야기를 하는 듯했다. 하루하루 이 몸이 절실히 느끼는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이메일을 확인하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읽고, 페이스북 ‘좋아요’에 안달하고, 유튜브에서 무한정 시간을 보내고…. 

사람들은 흔히 중독을 의지력이 모자란 인간이 약물과 같은 특정 물질에 의존하는 상태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중독은 일종의 학습 행위일 수 있다.” 특정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정 행위나 수단을 반복해서 사용하면 인간은 중독에 걸린다. 이렇게 보면 숨 쉬고 먹고 사랑하는 것도 일종의 중독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해로운 결과를 낳지 않기에 중독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중독이란 불안, 우울, 칭찬, 궁금 등 “충족되지 못한 심리적 요구와 단기적으로 그 요구를 달래 주는 일련의 행위 사이의 결합”이며, 이 결합이 “결국 장기적으로 해로운 결과를 낳는 것”이고, 이 사실을 알면서도 행위를 멈출 수 없는 것이다. 쇼핑 중독자들은 파산할 것을 알면서도 끝없이 불필요한 물건을 사들인다.

이 책에서 뉴욕주립대 교수인 애덤 알터는 오늘날 전 세계에서 전염병처럼 번져가는 행위 중독의 실태를 폭로한다. 중독의 역사는 오래되었지만, 온 인류가 중독 위험에 빠진 것은 최근에 등장한 스마트 기기들의 영향이 크다.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매일 3시간 쓰고 39번 집어 들며 매달 100시간, 평생 11년 정도 휴대전화에서 시간을 소비한다. 휴대전화가 부서지는 것보다 차라리 자기 몸이 다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등 휴대전화에 대한 애착이 너무나 심하기에, 많은 이들이 손에 휴대전화가 없으면 불안과 공포에 휩싸이는 노모포비아(nomophobia, 모바일 결핍 공포증)에 시달린다.

현대의 디지털 제품은 본래부터 중독을 유발하도록 디자인돼 있다. 가령 운동 앱은 열량, 걸음 수, 거리 등 운동을 수치화하고, 이를 매일의 목표로 제시함으로써 인간을 강박 상태에 빠뜨린다. 만보 걷기는 건강해지려고 하는 것이지 만보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 하지만 숫자에 중독된 이들은 이에 집착한다. 어떤 사람은 척추 디스크 이상으로 입원했는데도 걷기를 멈출 수 없었다. 손에 잡힐 듯 말 듯한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구하게 하는 것은 인간을 중독에 빠뜨리는 주요 기제 중 하나다.

이 밖에도 예측 불가능한 긍정 피드백, 조금씩 향상되고 있다는 느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어려워지는 과제, 해소하고 싶지만 풀리지 않는 미결 상태, 강한 인간관계 등 인간의 쾌락중추를 조작하는 보상 체계를 설계에 반영함으로써 스마트 기기들은 사용자의 자제력을 허물어뜨려 제품 사용을 멈출 수 없게 한다. 제품에 푹 빠져 다른 모든 일을 포기하고, 때때로 자기를 파괴할 때까지 사용자를 몰아가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의 창립자 그레그 호크머스는 말한다. “클릭하고 싶은 해시태그가 늘 존재한다. 그러면 이 플랫폼은 생물처럼 스스로 살아 움직이게 되고, 사람들은 거기에 완전히 사로잡힐 수 있다.” 이 때문에 책에서는 ‘좋아요’를 ‘최초의 디지털 마약’이라고 부른다. 

아이러니한 것은 사람들을 중독 상태로 몰아넣은 주범인 실리콘밸리 거물들은 자기 아이들의 전자기기 사용을 제한한다는 점이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를 누구나 하나씩 가져야 한다고 말했지만, 자녀들한테는 전혀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트위터의 창립자 에번 윌리엄스는 자녀들한테 책은 수백 권 사주었지만 스마트 기기는 사주지 않았다. 수많은 비디오 게임 제작자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같은 중독성 강한 게임은 전혀 하지 않는다. 스마트 기기와 보내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공감 능력이 떨어져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곤란을 겪는 등 위험을 잘 알기 때문이다. 자기 아이를 제외한 모든 사람을 중독시키려는 이들의 부도덕한 설계 때문에 오늘날 선진국 인구의 절반 정도는 테크놀로지와 결합된 각종 행위에 중독돼 있다.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담배·알코올·마약 같은 물질 중독은 이들을 접할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하면 대부분 극복된다. 행위 중독도 똑같은 방법을 시도할 수 있다. 2살 이전 아기들은 “화면이 아니라 사람과 교감”할 때 공감능력이 발달하는 등 “학습효과가 극대화”되므로 아예 스마트폰 사용을 못 하게 하면 좋다. 하지만 현대인의 일상 전체는 행위를 유발하는 각종 앱과 아주 긴밀하게 얽힌 상태로 조직돼 있다. 가령,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이메일을 확인하는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휴대전화나 인터넷 사용을 멈추어야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는 한 이는 불가능하다. 현대인은 삶 자체가 중독돼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행위 중독을 치료하는 것은 아주 어렵다. 의도적으로 충동을 억누르면 역효과를 가져오기 십상이다. 외적 강제보다 내적 동기를 부여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대안적 삶의 스타일을 마련해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최선이다. 기술 기업이 중독성 없는 제품을 출시하도록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가령 게임의 경우, 연속 사용할 수 없도록 “중간중간 자연스럽게 중단하는 지점”을 삽입하도록 하는 것이다. 420쪽, 2만2000원. 

장은수 이감콘텐츠연구소 대표

[원문 보기]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08090103251200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