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책마을] 인간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빅데이터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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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8-13 11:18
 

[책마을] 인간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빅데이터의 그림자'


빅데이터 소사이어티 

마르크 뒤갱·크리스토프 라베 지음
김성희 옮김 / 부키 / 208쪽 / 1만5000원


전 세계에서 1분마다 약 30만 건의 트윗과 1500만 건의 문자메시지, 2억400만 건의 이메일이 전송된다. 또 약 200만 개의 키워드가 구글 검색 엔진에 입력된다. 빅데이터 기업들은 사용자가 스스로 만드는 이런 엄청난 양의 정보를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모두 수집하고 처리한다. 지난해 12월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외부 파트너 회사 150여 곳과 이용자 데이터를 공유했다. 유출된 정보들은 사용자 아이디는 물론 개인 신상, 좋아요 반응, 공유된 주제, 메신저 대화 내용 등이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최근 페이스북에 개인정보 유출 등과 관련해 50억달러(약 5조900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미국 시사평론가 마르크 뒤갱과 프랑스 탐사보도 기자 크리스토프 라베가 함께 쓴 《빅데이터 소사이어티》는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등 빅데이터 기업들에 의해 일어나고 있는 디지털 혁명이 우리에게 마냥 달콤하지만은 않다는 점을 각종 통계와 사실 관계를 근거로 보여준다. 저자들은 “디지털 혁명이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 더 나아가 민주주의에 은밀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데이터들이 우리를 자발적 노예 상태로 몰아가며, 보이지 않는 감시와 통제 속에서 사생활이 실종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책은 글로벌 기업들이 만들어 내는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초연결 네트워크, 증강 인간, 가상현실 등에 인간이 어떻게 종속되는지를 파헤친다. 저자들은 디지털 기술이 이용자들의 인지구조를 깊게 사고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는 연구 결과에 주목한다.

프랑스국립보건의학연구소의 한 신경과학자는 “디지털에 길들여진 뇌는 더 강한 자극을 요구한다”며 “스마트기기로 나타나는 무의미한 디지털 정보들은 인지 기능을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고 퍼즐 조각처럼 분산시킨다”고 지적했다. 저자들은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가 생전 가족끼리 식사할 때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사용을 엄격히 금지했다’는 월터 아이작슨 이야기도 소개하며 “스마트기기가 인간의 인지구조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잡스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단순히 인지능력 저하뿐일까. 페이스북과 구글에서 투자하고 있는 ‘딥러닝’이라는 알고리즘은 우리가 사용하는 메일·사진·영상·웹사이트 등을 통해 사용자 특성을 알아낸다.

저자들은 “사용자를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개개인에게 맞는 광고를 은근슬쩍 노출시켜 우리가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도 전에 소비로 이어지게 한다”고 설명한다. “개인 맞춤형 알고리즘 덕분에 개인의 욕망이 해결되는 시간은 미친 듯이 빠르게 단축되고 있지만 50분짜리 TV 프로그램 하나를 끝까지 다 못 볼 정도로 장시간 집중하는 힘을 잃어가고 있다”고도 지적한다.


저자들은 빅데이터 사회가 우리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디지털 시대에서 인간을 감시하는 모든 정보는 인간의 안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를테면 애플워치는 사용자의 불규칙한 심장박동을 측정해 건강 상태를 감지할 수 있다. 사고로 목숨을 잃을 뻔한 사람이 애플워치로 구조 신호를 보내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사례도 있다. 저자들은 “데이터나 AI 기술이 우려할 점도 많지만 기업과 설계자, 개발자가 윤리적인 기준을 세운다면 충분히 안전한 첨단기술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원문 보기]
https://www.hankyung.com/life/article/2019080171151